[단독] '롯데 하청갑질' 심사서 입수... "7개 法위반, 과징금 32억"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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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 하청갑질' 심사서 입수... "7개 法위반, 과징금 32억"'하도급법 위반' 결론냈지만 묻혀버린 공정위 '심사보고서' 공개
롯데건설 하청업체 '아하엠텍' 심사내용, 심판실서 '심의절차 종료'
공정위서 무혐의 낸 심판위원 알고보니 최근 구속된 김학현

지난 10여년 간 캐비넷 속에 감춰져 있던 롯데건설 갑질의혹 사건이 처음으로 세간에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시장경제>는 ‘롯데건설(주)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2010년 10월에 작성된 이 문건에는 롯데건설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기계공사 및 배관공사’(이하 일관제철소 공사)를 하청업체인 아하엠텍에 위탁하면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3년 간 행한 불법 행위와 관련 증거가 담겨 있다. 심사보고서 결론은 '과징금 32억 3,600만원', '아하엠텍에 88억 원'을 돌려 주라는 것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이 심사보고서는 법원 성격을 띈 '공정위 심판실'에 제출된 이후 '경고', '심의절차종료', '무혐의' 등을 거쳐 사실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심판위원이 롯데건설 거래 로펌으로 이직까지 하면서 '봐주기 심판'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심판실 결론과 180도 다른 내용으로 보고된 심사보고서가 10여년 만에 공개됨에 따라 '롯데건설 갑질'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 심사보고서 "롯데건설, 7가지 法 위반했다” 적시

심사보고서에는 롯데건설이 아하엠텍에게 저지른 ▲서면미발급 ▲부당한 하도급대금 ▲하도급대금 미지급 ▲어음할인료 미지급 등 7개 하도급법 갑질 내용과 증거가 잘 정리돼 있다.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롯데건설이 일관제철소 공사를 아하엠텍에 위탁하면서 추가공사, 물량증가, 단가 등에 대한 서면(서류)을 발급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공사 도중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아하엠텍에 재촉한다. 사업계획변경 계약서는 일단 일이 끝난 후 쓰자는 식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공사를 마무리 지은 후 변경 계약서를 써주지 않았다. 이는 하도급법 3조 1항에 명시된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라고 인정된다고 심사보고서에 명시 돼 있다.

두 번째로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에 대한 위반 결론이다. 롯데건설은 일관제철소 공사를 하면서 ‘가설비계’ 추가 공사가 생겨 아하엠텍으로부터 추가 공사 견적서(3억4,620만원)를 받았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확인해야 할 물량과 금액을 확정하지 않고 아하엠텍에 공사를 지시했다.

당시 아하엠텍은 공사현장에 플랫폼 레더(높은 위치에서 작업하기 위해 필요한 플랫폼형 사다리 발판)가 설치돼 있지 않아 작업을 하려면 다량의 ‘가설비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며 롯데건설에 견적서를 보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공사 이후 사업 원청사인 현대제철로부터 ‘4,607만2,000원’ 증액을 받는다. 그리고 이 금액으로 아하엠텍과 변경계약을 체결한다.

공정위는 롯데건설이 아하엠텍으로부터 공사견적금액을 받고 작업지시를 한 후 발주자로부터 낮은 금액을 받았다는 이유로 아하엠텍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로 공사대금을 결정한 것은 불공정행위(하도급법 4조 2항 5호 위반)라고 결론을 내렸다.

◇  롯데건설, '제경비·탱크 제작' 등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세 번째는 ‘기계공사 제경비’, 네 번째는 ‘기계공사 탱크 제작‧설치비’, 다섯 번째는 ‘배관공사 도장공사비’, 여섯 번째는 ‘돌관공사비’다. 심사보고서에는 모두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하도급법 4조 2항 5호 위반)로 인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기계공사 제경비’는 계약금액을 수십억원 증액시키는 과정에서 덤터기를 씌웠다는 심사결과다. 롯데건설은 2008년 6월 6일 아하엠텍에게 ‘일관제철소 공사’를 ‘107억7,000만원’에 위탁한다. 그런데 롯데건설은 1년 정도 지난 2009년 8월 18일, 공사에 신규항목이 추가됐다며 계약금액을 ‘128억8,300만원’으로 변경시킨 것으로 나온다. 수십억원의 계약금이 증액된 만큼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직접공사비를 증액 비율만큼 올려줘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일반경비만 일부 증액해 버렸다는 것이다.

‘기계공사 탱크 제작‧설치비’는 롯데건설이 자신들의 실수를 아하엠텍에 떠넘겼다는 심사결과를 담고 있다. 롯데건설과 아하엠텍은 일관제철소 공사의 탱크자재 규격을 ‘가로 3m, 세로 10m’로 정하고,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그런데 아하엠텍이 공사를 하기 위해 현장에 와보니 ‘가로 1m, 세로 0.3m’의 자재가 반입돼 있었다. 아하엠텍은 이 탱크를 조립, 제작하는데 비용이 들었고, 추가 비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일방적으로 기존 하도급대금으로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배관공사 도장공사비’는 공사 단가를 그냥 낮춘 케이스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일관제철소 공사 중 도장 공사에서 ㎡당 단가 6만363원(수량 9700㎡, 계약금액 5억8,515만1,000원)으로 계약한다. 그런데 수량을 5만6,515㎡로 변경하면서 ㎡당 단가를 1만5,720원으로 4배 가까이 낮춘다.

'돌관공사비'는 덤터기를 씌운 케이스다. 일관제철소 공사 중 돌관공사 부문에서 공사 물량이 증가돼 아하엠텍은 롯데건설에 할증을 요청한다. 롯데건설은 공사가 진행중인 만큼 우선 기존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계약을 변경하고, 7일 내에 단가조정(협상)을 하자고 아하엠텍에 제안한다. 그런데 롯데건설은 나중에 할증 적용없이 기존 계약단가로 변경계약을 체결해 버린다. 심사보고서는 이런 사안을 모두 ‘부당한 하도급대금 행위로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 일곱 번째로 ‘하도급대금 미지급’과 ‘어음할인료 미지급행위’에 대한 심사 결과다. 롯데건설은 아하엠텍에게 일관제철소 공사를 위탁한 후 공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물량증가대금과 공사자재 대금 ‘24억7,698만7,910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일관제철소 공사 위탁 대금과 관련해 60일짜리 어음을 발행했는데, 어름할인료 ‘1,721만5,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심사보고서는 위 2개의 행위에 대해 하도급법 13조 1항, 6항, 8항에 위반되는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에 해당된다고 명시했다.

◇ "롯데건설 과장금 32억내고, 아하엠텍에 88억원 돌려줘라"

끝으로 심사보고서는 롯데건설이 아하엠텍에게 앞서 설명한 총 7가지 하도급 갑질을 했다며 ‘32억 3,6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고, 미지급 하도급대금 24억 원과 부당한 하도급대금 63억 원 총 88억 원을 아하엠텍에 돌려주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이 롯데건설 측에 입장을 묻자 “2011년도에 공정위로 부터 심판결과 통지를 받았으며 또한 민형사상 종결된 사건이라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심사보고서는 증거와 함께 법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위 ‘심판실’로 제출됐지만 모든 조사 내용을 뒤집고, ‘경고’(서면미발급), ‘심의절차종료(각종 공사)’, ‘무혐의(기타)’로 사건이 종결됐다. 심판위원 3인이 심사보고서에 나온 7가지 위반 사안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최근 급반전했다. ‘롯데건설(주)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 심사보고서를 당시 심판한 김학현 전 위원이 지난달 30일 검찰에 구속된 것이다. 혐의는 뇌물수수, 공직자윤리법 위반, 공직자 불법 재취업이다. 뇌물수수는 대기업에 청탁을 넣어 자녀를 취업시킨 혐의,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 심사없이 불법 취업한 혐의다. 김 전 위원은 롯데건설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심사한 후 롯데건설 거래 로펌 '바른'으로 이직을 했고, 자신의 취업을 위해 편파 심판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정규호 기자  jkh@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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