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민낯①] 여전한 하청 후려치기... "김상조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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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민낯①] 여전한 하청 후려치기... "김상조도 똑같다"
  • 김흥수,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07.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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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어도 여전히 "대기업 호위병" 비난 쏟아진 권력기관
대기업들, 불만 제기하는 하청업체에 보복… 공정위는 뒷짐만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시민운동을 하던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할진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의 경제민주화가 얼마나 진척 됐느냐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김상조의 공정위는 현실과 이론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혹평도 자자하다. <시장경제>가 공정위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6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정위에 수십년 간 몸을 담았던 A씨가 명예퇴직을 했다. A씨는 퇴직 직전 조사관으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듣고 느꼈던 여러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담아 김상조 위원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위원장님의 리더십 아래 공정위가 국민들의 따뜻한 지지와 신뢰를 다시 회복하리라 믿습니다"라고 이메일을 보낸 이유를 밝혔다. 당시 공정위는 '대기업 호위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이었다. A씨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자신이 몸담았던 공정위를 김상조 위원장이 바로 잡아주길 기원했다. 그리고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 '김상조 공정위' 향해 비판 쏟아지는 까닭

공정위를 둘러싼 문제점은 여전했다. A씨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낙오없이 모두 시장에 참여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공정한 경쟁을 펼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기본원리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의 안정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공정위의 책무다. 하지만 "김상조 위원장이 이끈 1년 간 공정위가 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온갖 미사어구를 동원해가며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없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관계자를 불러 호통치는 모습만 연출했을 뿐, 공정위는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

공정위는 주기적으로 하도급 실태조사(서면조사)를 벌인다. 그러나 조사에 응하는 하도급업체들의 비밀은 보장되지 않는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많은 하도급업체들은 서면조사 때마다 공정위에 "기본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한다. 대기업의 보복이 하도급업체의 존망(存亡)을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 하도급 실태조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은 "공정위 실태조사는 하도급 선별작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서면조사에서 불만을 표시하면 원청업체에서 어김없이 보복을 가하는 불공정한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공정위가 서면조사를 내세워 하도급업체들에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 乙 비명 커지는데 공정위는 뒷짐만 

하도급업체들은 서면조사 항목에 '일방적인 단가인하 목표를 정해 놓고 합의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가한다'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의 실태조사 방법에 문제점이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원청업체의 갑질이 얼마나 심하게 이뤄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묵묵부답이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공정위는 이렇게 조사된 실태를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활용한다.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기업은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2년 동안 면제받을 수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동반성장(同伴成長)인지 알 길이 없다.

하도급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공정위와 대기업이 한통속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많다"는 말이 나온다. 대기업 갑질에 대한 하도급업체들의 비명은 하늘을 찌르지만 공정위는 언제나 뒷짐을 지고 있다. 말로만 민생(民生)을 외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 "공정위가 약탈·덤핑을 법으로 허용" 비난 여론

공정위의 예규 중에는 재벌 대기업이 약탈·덤핑 행위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지침이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을 두고 하는 얘기다. 해당 지침은 공정거래법 23조가 규정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을 심사하는 기준이다. 불공정거래행위는 거래 거절이나 차별, 경쟁사업자 배제, 약탈·덤핑 등의 행위를 뜻한다. 지침은 사업자의 시장점유율(10%) 등에 비춰 통상적으로 공정거래저해성이 미미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공정위가 원칙적으로 심사를 면제하는 '안전지대'를 두고 있다.

나아가 2015년 말 심사지침에는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이라는 별첨조항이 추가됐다. 각종 불공정행위의 행위자가 30% 미만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경우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항이다. 시장점유율이 30% 수준에 달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속한다. '안전지대'의 시장점유율을 10%에서 교묘하게 30%로 상향해 버린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다고 표현한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재벌 대기업이 약탈·덤핑 등으로 시장지배적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해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재벌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공정위

재벌 대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조사는 상당수 심의종결로 마무리된다. 심의종결은 불공정행위 혐의가 없다고 보는 일종의 '무혐의' 처분이다. 대기업 불공정행위 사건들을 심의종결로 마무리하면서 공정위가 갖다 붙이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그 중 압권은 '~~의 이유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1980년대 후반 '영구' 캐릭터를 내세워 안방극장을 석권한 심형래 감독의 유행어 "잘 모르겠는데요"에 다름 아니란 비아냥도 나온다. 

공정위는 경제검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이자 합의제 준사법기관인 공정위는 기업을 조사할 때 막대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문제있는 기업의 모든 자료를 직권조사해 분석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 보고서에 "잘 모르겠는데요"를 남발하는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특히 대기업을 조사하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공정위를 향해 국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한라그룹의 주력 계열사 (주)만도로부터 '하도급대금 후려치기'를 당하고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한 피해자는 "더이상 공정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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