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부모님 살린 고마운 산, 절망에 빠진 저도 품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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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부모님 살린 고마운 산, 절망에 빠진 저도 품어줬죠"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4.19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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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산으로 가다… 산골생활 13년차 자연인 김영대 씨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슬기로운 자연생활 - 김영대 씨] "젊은 나이에 산골을 택했던 건 마지막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는 청춘을 바친 산에서 이제는 평생을 보내기로 결심한 김영대 씨(47)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인적 없는 깊은 산중에서 봄 마중이 한창인 자연인. 34살에 산에 들어와 올해로 산골생활 13년차다. 그는 깊은 산속 화전민 터에 남겨진 수십 년 된 병들을 약초 대신 가방에 담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자연인은 식당을 크게 했던 부모님 덕에 부족함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이 11살에 아버지가 식당 계단에서 굴러 크게 머리를 다쳤고,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며 가세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집과 가게가 넘어가 단칸방 생활을 해야 했고, 어머니는 식당 주방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투병생활을 하며 그 모습을 지켜봐야했던 아버지는 괴로움에 제초제를 마셨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건강은 더욱 악화됐다.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그때 외삼촌이 산에서 어렵게 구했다며 산삼을 가져다줬는데, 그걸 먹은 뒤 아버지는 점차 건강을 되찾아갔다. 제대 후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자연스레 산이 떠올랐고, 직접 약초를 캐러 다니며 약초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산은 부모님을 살린 고마운 존재였다.

자연인은 그 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겪으며 방황했던 시절을 보냈기에 그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변변한 직장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이대로는 가족들을 다 굶어죽이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산이었다. 부모님을 살렸듯 절망에 빠진 그를 품어 줄 수 있는 곳도 산이라는 생각했다.

해발 700미터 깊은 산중에 컨테이너만 하나 가져다 놓고 20대 초반 산에서 배웠던 것들을 떠올리며 약초를 캐고, 산나물을 키우며 하루 종일 산을 헤매고 다녔다. 산으로 가는 걸 완강히 반대했던 아내와 한 번씩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해 2년에 걸쳐 돌을 골라 터를 다듬고, 돌담을 쌓고, 연못을 만들며 집터를 손수 꾸며나갔다. 

김영대 씨는 "살기 위해 찾은 산은 해를 거듭할수록 행복이 뭔지, 그리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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