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늦었지만 과수원 꿈 이뤘으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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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늦었지만 과수원 꿈 이뤘으니 괜찮아"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5.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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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도 희망은 있다…75세 자연인 김재석 씨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슬기로운 자연생활 - 김재석 씨] "언젠가는 가족이 모두 모여 행복한 식사를 하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지난 2일 방송된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는 64세의 늦은 나이에 산 속 생활을 시작한 김재석(75) 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엄마 품처럼 산이 포근히 감싸주는 곳에 아담한 집 한 채를 마련한 자연인은 직접 설계하고 지은 보금자리에 평생의 꿈이었던 사과나무를 심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보리타작이 끝나고 나면 동네 복숭아밭에서 보리 몇 되와 복숭아를 바꿔 먹곤 했다.

그때 그는 달콤한 복숭아를 친구들과 한 입씩 나눠먹으며 '언젠가 과수원을 하겠다'는 꿈을 꿨고, 11년 전 산에 들어와 황무지였던 이곳을 개간하고 제일 처음에 했던 것이 바로 사과나무를 심은 것이었다.

"산에 들어오기로 결심했을 때 제 손에는 1000만 원이 전부였다. 전국에서 제일 싼 땅을 찾아 온 곳이 지금 여기다. 당시 제 나이 64세였다."

가난한 시골 마을 둘째 아들로 태어난 자연인는 16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도와 생계를 책임졌다. 그러던 중 1965년 영장을 받고 입대했는데, 갑작스럽게 그가 속한 부대 전체가 월남으로 파병을 가게 됐다.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간 월남에서 포탄을 맞아 2달 동안 미군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았다. 제대 후에 받은 돈으로 제일 먼저 어머니께 땅과 집을 사드리고, 형의 장가를 보내줄 정도로 효자였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막노동을 시작으로 목수일도 6년 동안 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작은 건설업체 사장이 됐다. 드디어 가난에서 벗어나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 중 크레인이 넘어지는 대형 사고가 났다. 인부 1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쳐 사고 보상금으로 2억7000만원 정도의 모든 재산이 압류됐다.

가정마저 파탄이 나고 말았다. 아내가 노후에 살 수 있는 작은 집이라도 지켜주기 위해 이혼을 했던 것. 그후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절망 속에서 술로 세월을 보내던 그는 과수원 주인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산에 들어왔다. 

비록 작은 땅이지만 좋아하는 과일나무를 가득 심었고, 매일 산으로 다니며 몸에 좋은 약초를 캐 먹으며 건강도 챙긴다. 자연인은 "조금 늦었지만 꿈을 이룬 이 산에서 매일 행복하게 보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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