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달마는 '행복한 삶' 찾아주는 네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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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달마는 '행복한 삶' 찾아주는 네비게이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4.2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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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험있다' 소문난 달마도, 관음사 김류현 원장 인터뷰
달마가 말하고 싶었던 진리 ‘실상무상’ 전파에 여념
"백합 자리는 꽃병 아닌 '땅(地)'"... 본연의 아름다움 강조

서울에서 가평방향 46번 국도 경춘로를 지나다보면 우측에 ‘관음사’가 있다. 여기 사람들은 ‘달마공원’이라 부른다. 소음이 큰 도로 옆에 위치해 있지만 공원에 입장하면 달마 조각상들로 오감은 눈으로 집중된다. 이곳에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 있다. 김류현 원장(65)이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달마를 그려주는 사람’, ‘효험을 가진 달마를 그리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산책도중 달마를 만난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더 유명해졌다. 그 와의 인터뷰는 ‘과학’과 ‘철학’의 대화로 시작됐다.

달마공원 관음사에서 만난 김류현 원장(65). 그는 "힘들 때 지팡이를 짚고 가면 수월하고 네비게이션이 있으면 길 찾기가 쉽듯이 달마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김 원장은 기자에게 “자녀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있다”고 하자 김 원장은 “아기는 짐승이다. 먹고 우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으로 성장한다. 관계와 사회, 문화를 겪으면서 업그레이드 한다. 나이가 더 들면 어른들이 덕담, 속담, 이치를 전하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면 결실이다. 누구는 이 결실을 맺고, 누구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 이것은 ‘대순리’다. 대자연의 법칙이다. 과학이고 진리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음’이라 한다”고 말했다.

첫 대면한 김 원장은 철학가, 사상가, 종교가, 심리학자, 작가 등 여러 모습으로 다가왔다. 정확히 어떤 영역에 속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달마를 그려서 중생이 걸어가는 길에 지팡이를 주는 사람이다. 힘들 때 그 지팡이를 짚고 가면 수월하고, 네비게이션이 있으면 길 찾기가 쉽듯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소개했다.

김 원장이 달마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IMF로 나라의 위기가 발생한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달마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달마작가다. 80년대초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수석으로 입사하기도 했고, 한국 철학 서적을 1, 2, 3권을 저술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달마공원’을 치면 김 원장의 달마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어떤 이는 뛰어난 효험이 있다고 적었고, 어떤 이는 김 원장이 달마 그림에 기(氣)를 불어 넣는다고 했다. 김 원장은 “요즘처럼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사람들이 달마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달마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삶에 도움된다고 말한다. 무슨 말일까. 김 원장의 설명은 명쾌했다. 김 원장은 “예전에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 글을 써주면 집이 맑아진다고 이야기 했다. (붓글씨 같은)글을 받아서 집에 걸기도 했고, 지금도 그렇다. 달마에서는 성스러운 강한 기운이 나온다.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명성이 높은 인물에게서 선사받은 유무형의 자산들은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큰 지혜를 준다. 대통령 표창장, 가문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유언’, 아주 먼 옛날로 치자면 임금의 하사품 등은 그 존재만으로,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바로 잡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달마는 세종대왕, 징키스칸, 간디, 예수처럼 역사적인 실존 인물이다. 이들의 기록들이 박물관에 보존돼 후손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예수님은 ‘사랑’, 부처는 ‘자비’라고 말한다. 달마가 말하는 ‘근본’이 무엇인지 물었다. “실상무상(實相無相). ‘사람의 겉모습만 보지 마라’는 가르침이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명언이 있을 텐데 ‘실상무상'을 소개한 이유가 궁금했다. 김 원장은 자신이 쓴 책(달마를 말하다)에 실상무상이 자세히 써 있다고 말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무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무상의 해석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면 그것은 달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달마는 무척 정확하며 인간을 어리석음으로 이끌지 않는다.
 
첫째 보이는 것은 무상한 것이다. 그러니, 놓아라. 둘째, 겉을 보지 말아라. 겉을 보는 마음을 놓아야 한다. 셋째 사실을 보아라. 그래야 번뇌 망상이 사라지고 조용해질 수 있는 것이다.

‘실상무상(實相無相)’이라는 말을 통해 ‘사실을 보라’는 그의 질책을 들을 수 없다면 아직 달마를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는 허무주의자가 아니고 사실주의자인 것이다. 힘이 넘치는 사실주의자이다.
달마를 말하다. 43p

김 원장은 ‘실상무상’에 대한 매우 사실주의적인 예를 들었다. “백합이 있다. 밥상 위에 있어야 할까. 아니면 예쁜 꽃병에 담겨져 있어야 할까. 어디에 올려놓아야 가장 아름다울까”라고 질문했고, ‘꽃병’이라고 답했다. 김 원장은 “아니다. 땅 위에 있어야 본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의 이러한 깨달음은 달마를 그리는 방식도 바꿔놓았다. 달마공원의 달마 모습은 시중 달마에 비해 무섭지 않고 귀엽다. 처음 달마를 그릴 당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김원장도 무섭게 달마를 그리려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리다 보니 무서운 달마는 어느덧 사라졌다고.

“사람들은 지금 치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백합의 자리가 여전히 ‘꽃병’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산다. 이곳에 와서 달마 그림을 받으면서 또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발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게 인도하고 있다. 아픔을 용서한 얼굴에는 그 (아픔의) 세월이 없는 법이니”

마지막으로 달마도 가격을 물어봤다. “이 나이에 돈 많이 벌어서 뭐하나. 재료비만 받을 뿐” 김 원장의 답변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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