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아내 그리워 시작한 산중생활, 이제 외롭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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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아내 그리워 시작한 산중생활, 이제 외롭지 않아요"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4.13 0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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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와 피아노를 사랑하는 '산골 로맨틱 가이' 강정일 씨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슬기로운 자연생활 - 강정일 씨] 산 사나이에게 도끼와 호미가 어울린다는 편견을 깬 백발의 로맨틱한 남자가 있다.

11일 방송된 MBN 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는 산에 살며 하프와 피아노를 사랑하는 강정일(68) 씨의 로맨틱 영화 같은 이야기가 공개됐다.

세련된 외모와 우수에 젖은 눈망울의 자연인은 첫 만남부터 영어로 말을 건네고 온몸으로 미국 스타일을 뿜어내는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다. 유창한 영어는 카투사와 미군 경험 덕분이었다.

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젓갈 장사를 하셨다. 그는 궁핍했던 형편 탓에 카투사를 제대한 뒤 미군이 됐다. 일반 직장인 월급이 5만~6만원이었던 시절, 미군으로 150만원이라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직업도 사랑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37통의 편지를 보내는 구애 끝에 연애를 시작했다. 자연인은 "결혼하려면 미국에 가지 말라"는 처가의 조건에 망설임 없이 미군을 그만뒀다.

결혼 후 무역회사에 다녔지만 매일 새벽까지 야근과 술자리가 이어지자 아버지가 간암이셨던 아내는 그가 건강을 잃을까 노심초사 했다. 결국 아내의 권유로 중학교 때 교회에서 배운 피아노 실력을 살려 둘은 피아노 학원을 차렸다.

자연인은 10대가 넘는 피아노가 동시에 울리는 소음으로 늘 두통에 시달렸으며, 44살 무렵엔 심장 판막에도 이상이 생겨 대수술을 했다. 극진히 간호해준 아내 덕분에 병을 이겨낼 수 있었고 그렇게 행복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로부터 10년 뒤 아내가 담낭암 선고를 받고 5개월 만에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아픈 것을 뒤늦게 알았던 자연인은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매일 24시간, 30년을 함께 한 아내가 떠나자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는 도시를 떠나 조용한 산으로 향했다. 처음엔 컨테이너 하나로 시작한 산중살이였지만 마음이 안정되자 차근차근 보금자리를 가꿔나갔다. 황토와 편백으로 집안을 건강하게 채웠고, 마당에는 정자를 지어 운치를 더했다. 

새소리에 하프와 피아노 소리가 어우러지면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다. 자연인은 카투사 시절부터 좋아했던 감자 크로켓과 제철 산나물로 만든 나물 파스타를 즐긴다. 시장에 좋다는 들깨와 칡즙, 묵은지로 끊인 수제비 또한 그가 즐겨먹는 별미다.

"산에서 비로소 마음속 고향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는 자연인. 외로워 찾은 산속에서 건강은 물론 여유까지 찾았고, 이제 아내와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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