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간판 아닌 '열정'…연극은 지혜 배우는 기술이죠"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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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간판 아닌 '열정'…연극은 지혜 배우는 기술이죠"CJ문화재단 선정작 '낭떠러지의 착각' 신진호 연출 인터뷰
사진=이기륭 기자

[꿈의 대화 - 신진호 연출]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1901~1976)는 "오랫동안 꿈을 그린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는 한 가지의 이상과 꿈을 간직하고 꾸준히 실현하다 보면 결국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말로의 말처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28살의 젊은 나이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고민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진호 연출가. 그는 13일 개막하는 연극 '낭떠러지의 착각'에 대해 "청춘을 주제로 젊음의 시기에 놓인 인간의 헛된 욕망과 실패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낭떠러지의 착각'은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가 '구로키 슌페이'라는 필명을 쓰던 시기에 쓴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다자이가 쓴 최초의 범죄소설로, 악재가 끊이지 않던 그의 비참하고 참담한 심경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품은 여름방학을 맞이한 한 남자가 삼촌이 말한 온천지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어느 신인 작가를 사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형식상 단순한 범죄물이지만, 다자이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작가 스스로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한다.

국내에서는 극단 비밀기지(구 종이인간)에 의해 음악극으로 재창작, 지난 2월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 무대에 처음 올렸다. 신진호 연출은 "다자이의 소설을 좋아한다. '인간실격'을 보다가 단편에 빠졌는데, '낭떠러지의 착각'은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텍스트가 연극과 닮아 있었다. 음악극으로 다채롭고 위트있게 담았다"고 밝혔다.

극단 비밀기지는 2017년 '천원짜리 오페라' 공연을 시작해 제17회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에서 '햄릿 연습'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월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한 '2018 두산아트랩' 선정돼 Space111에서 '종이인간'을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신 연출은 "우리의 현실이 연극을 모방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상 속에 내재돼 있는 연극성을 실험하고자 한다. '비밀'과 '기지'라는 두 단어를 풀이하면 '다른 사람이 모르는(비밀) 활동의 거점이 되는 장소(기지)라는 뜻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극 '낭떠러지의 착각'은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이 공연생태계 활성화와 상생을 위해 운영하는 '2018 스테이지업(STAGE UP) 공간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젊은 창작자들이 가장 원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두산아트센터와 CJ문화재단인데, 운 좋게 두 작품이 뽑혔다. 솔직히 아직도 얼떨떨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두산아트랩'은 만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실험할 수 있도록 발표장소와 무대기술, 부대장비, 연습실, 제작비 등을 지원한다.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은 우수작에게 창작지원금과 전문가 멘토링, 리딩공연 제작 기회가 주어지며 최우수작은 CJ문화재단에서 기획공연까지 책임진다.

"두 재단은 운영 체제가 다르다. 두산아트랩은 모든 창작자가 원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 기간이 4일 정도로 짧다는 것이다. CJ문화재단은 공연장과 부대시설·장비지원, 많은 제작비와 홍보를 지원하고, 공연 기간이 3주 내외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

재능은 부러움의 대상에 머물 수 있지만, 열정은 삶을 훨씬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신 연출은 고등학교 때부터 스태프 일을 자처하며 곧바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연기파 배우 장두이에게 8년간 사사하며 온 몸으로 배웠다.

"예술은 그럴듯한 간판이 아니라 재능과 열정으로 하는 거죠." 일찍이 대학 진학보다 자신의 가치와 꿈 실현에 무게를 둔 그다.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함에 있어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가 더 스스로 배우면 된다. 예술은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과감히 시도하고 자기만의 예술을 했으면 좋겠다."

사진=이기륭 기자

"학창시절 책상 서랍에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있었다. 사람들이 읽기 힘들다고 하는데 소설보다 희곡이 잘 읽혀지더라. 우연한 기회에 장두이 선생님이 진행하는 연극론 수업을 들었다. 그 후 고등학생 신분으로 선생님을 무작정 따라다녔다. 희곡의 언어가 배우들의 입을 통해 나왔을 때 신비로웠다."

"장두이 선생님은 저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다. 멘토로서 '연극은 영화가 아니다', '중간에 포기하는 구간을 스스로 만들지 말라', '다양한 것들을 많이 시도하는 것이 창작자다', '젊었을 때 더 치열하게 부딪혀라' 등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우리나라 연극의 메카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관객이나 열정 있는 예술인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또한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배고픈 예술인들의 거리이기도 하다.

"연극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점점 대학로를 떠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 연극은 소모전이 아니다. 저는 오히려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혜를 배우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돈보다 중요하다."

연극 '낭떠러지의 착각'은 고찬하 작가가 각색을, 공한식 음악감독이 음악을 작사·작곡했다. 홍성민, 박상윤, 박철웅, 조수연, 김현호, 조혜안, 서지영, 민유리, 조은 등 극단 비밀기지를 기반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신인들이 출연한다. 오는 29일까지 대학로 CJ아지트에서 공연된다.

신성아 기자  mistery37@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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