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신중현 선생님 뵙고 울컥…'미인' 주연은 가문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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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신중현 선생님 뵙고 울컥…'미인' 주연은 가문의 영광"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6.2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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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미인(美人)'서 최강호 역 맡은 정원영
7월 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공연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꿈의 대화 - 뮤지컬 배우 정원영] "신중현 선생님을 처음 봤을 때 저와는 다른 세상의 분 같았어요. 외형적으로도 산신령 같은 모습이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컥함이 있었죠. 한 시대를 풍미하고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크게 그으신 분을 제 앞에서 만나니 그 감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가족들이 가문의 영광이래요."

'미인', '봄비', '아름다운 강산' 등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노래 23곡이 창작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5일부터 공연 중인 '미인(美人)'은 2014년부터 4년의 기획·개발 과정을 거쳐 제작된 작품이다.

이야기는 1930년대 경성의 무성영화관 하륜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곳에는 후랏빠 시스터즈와 함께 춤과 최고의 스타 변사 최강호가 있다. 자유로운 음악과 재미를 꿈꾸는 강호는 어느 날 미모의 시인 병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준비하던 병연을 몰래 쫓다가 일본 경찰에 노출시켜 위험에 빠뜨린다.

주인공 강호 역을 맡은 배우 정원영은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아니지만 실제 우리의 삶이었잖아요. 스토리는 단순해도 경험하지 못한 그 시대를 떠올렸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애국심을 더 쉽고 가볍게 마음에 새겨질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초반의 강호는 시대적 상황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금은 이기적으로 그려져요. 그러다 인생의 전환점을 통해 내가 죽더라도 해야할 일을 찾아가기로 결심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물이죠"라고 덧붙였다.

2007년 뮤지컬 '대장금'으로 데뷔한 정원영(33)은 뮤지컬 '완득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구텐버그', '인 더 하이츠', '신과 함께-저승편', '스모크', '칠서', 연극 '엘리펀트 송', '지구를 지켜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끼를 뽐내왔다.

그는 '스트릿 라이프'(DJ DOC), '올슉업'(엘비스 프레슬리) '광화문 연가'(故 이영훈)에 이어 '미인'까지 유난히 주크박스 뮤지컬과 인연이 깊다. "제가 가진 목소리와 색깔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성수 음악감독과 서병구 안무가가 추천해 이 작품을 만났고, 제가 존경하는 신중현 선생님의 곡들로 이뤄졌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동전을 넣으면 음악이 나오는 기계를 주크박스라고 한다. 이에 기존에 잘 알려진 노래로 만든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부른다. 관객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래에 줄거리를 맞추려다 보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익숙한 가사가 있다는 게 항상 큰 숙제에요. 지금 이 순간 절실하게 내 마음속에 생기는 말이 있는데, 정해져 있는 가사에 얽매여 모두 표현하지 못할 때 아쉽죠. 그래도 순간순간 아는 음악이 나왔을 때 편안하게 즐길 수 있잖아요. 숙제가 아닌 주크박스 뮤지컬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

"연습을 하면서 이미 익숙한 곡도 많았지만 '알 수 없네', '늦기 전에', '문이 열릴 때' 등 처음 듣는 곡도 있었죠. 특히 마사오가 부르는 솔로곡 '인형'은 오묘하고 신비스러웠어요. 개인적으로는 '봄비'를 좋아해요. 구슬픈 멜로디 안에서 굉장히 섬세하게 들려지고, 가장 드라마틱한 것 같아요."

정원영은 무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햇살'(팬들이 붙여준 수식어)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밝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뮤지컬 '미인' 속 강호의 모습은 정원영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면모와 겹쳐지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유명한 배우가 된다면 그 영향력으로 올바른 사람이 돼서 세상의 빛이 되고 싶어요. 태양처럼 뜨겁지는 않아도 따뜻한 햇살처럼요. 제가 뭐라고 저 하나로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겠죠. 그래도 단순한 분위기 메이커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 편하고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

정원영의 아버지는 배우 정승호(62)이고 이모는 배우 나문희(77)다. 2007년 제대 직전 휴가 때 뮤지컬 '대장금' 오디션을 본 후 배우 인생을 시작한 그는 앙상블과 커버, 조연을 거치며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가장 쉬지 않고 일하는 배우로 여전히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처음 '대장금' 앙상블을 했을 때 부모님이 보러 오셨는데 괜찮았어요. 한 막에 대사가 생기고 조연을 맡을 때부터 긴장되고 떨리더라고요. 데뷔 후 3~4년은 아버지가 만족스럽게 보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9년 정도 했을 때 '정말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더 열심히 할 뿐 아버지와 이모가 유명한 배우라고 해서 부담을 갖지 않아요."

뮤지컬 '미인'은 7월 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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