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이란작가 낫심 "삶엔 리허설 없다, 즉흥극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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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이란작가 낫심 "삶엔 리허설 없다, 즉흥극도 마찬가지"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4.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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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연 올린 술리만푸어 인터뷰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꿈의 대화 - 낫심 술리만푸어"오랜만에 참여한 연극인데다 즉흥극이라 처음엔 많이 긴장했다. 공연이 끝난 후 낫심은 나의 친구가 됐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은 나의 가족이 됐다."(배우 한예리)

"사전 준비없이 진행되는 즉흥극이라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00분이 짧게 느껴졌고, 작가인 낫심과의 교감이 좋았다. 신선하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배우 문소리)

오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되는 즉흥극 '낫심(NASSIM)'은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서로 공감하고 감동을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다.

'낫심'은 '두산인문극장 2018 : 이타주의자'의 첫 번째 연극으로,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38)의 최신작이다. 지난해 8월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해 프린지 퍼스트 2017'을 수상했다. 이후 독일, 호주, 페루 등에서 공연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이다.

낯선 이란어를 소재로 작가, 배우, 관객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국경, 문화, 언어의 경계를 넘어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와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술리만푸어는 "제가 읽을 수 없는 생소한 언어의 나라에서 공연해 기쁘다"며 "언어의 아름다움은 씨앗과도 같다. 한글이라는 씨앗이 내 마음에 심어졌다. 앞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한글을 보면 알고, 쓰고, 이해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낫심'에 출연한 배우 한예리의 공연 장면. 사진=두산아트센터

'낫심'은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Immersive) 공연, 현장 예술 특유의 의외성과 일회성을 강조한 즉흥극이다. 매회 다른 배우가 연습이나 리허설 없이 무대에 서며, 공연 당일 스크린 영상을 통해 456쪽으로 이뤄진 대본을 한 장씩 읽어간다.

가운데 무대를 두고 삼면이 객석으로 변신하는 '낫심'은 배우의 계산된 연기가 아닌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며 극에 따스한 체온을 불어넣는다. 술리만푸어는 공연 2막부터 무대에 올라와 배우와 관객 모두가 교감하는 그리움, 가족애 등의 정서를 차분하게 좇는다. 

그는 "배우는 사전 정보 없이 무대에 오르지만 저는 연출가 오마르 엘레리안과 충분히 연습한 후 의도된 상황을 연기한 것"이라며 "공연에 대한 반응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언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낫심'은 김선영, 전석호, 한예리, 이석준, 우미화, 김꽃비, 손상규, 권해효, 진선규, 박해수, 문소리, 나경민, 김소진, 전박찬, 고수희, 오만석, 구교환, 유준상, 이화룡, 류덕환, 이자람 등 21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들은 새롭고 독특한 형식에 이끌려 출연을 흔쾌히 수락했다. 말 꺼내기가 무섭게 3초 만에 OK한 배우도 있다.

"공연 전에 배우를 만나지 않는다. 무대 뒤에서 처음 대면하는데,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매번 울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난 한국 배우들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도 아름답다. 독일로 돌아가면 한국영화를 많이 봐야겠다."

사진=두산아트센터

술리만푸어는 징병제 국가인 이란에서 병역거부로 여권이 취소돼 외국 여행을 금지당했다. 이후 고립된 시간 속에서 전 세계의 배우와 관객들을 만나겠다는 생각으로 2010년 영어로 '하얀 토끼 빨간 토끼'를 썼다. 이 작품 역시 즉흥 1인극으로,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통해 초연됐다.

그는 2013년 한쪽 눈이 거의 실명됐다는 진단을 받은 후 병역의무에서 벗어나 2015년부터 독일 베를린에 살고 있다. 연극에는 술리만푸어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해 배우와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왜 즉흥극을 하냐고요? 삶 자체가 즉흥이고, 리허설이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인터뷰도 연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나눈 대화를 대본으로 만들어 2주 동안 연습을 거쳐 공연으로 올린다면 지금처럼 흥미롭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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