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1인 제작사 공연지원 절실, 독립PD 개성 살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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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1인 제작사 공연지원 절실, 독립PD 개성 살려줘야"
  • 신성아 기자
  • 승인 2018.03.13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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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대표 인터뷰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석재원 대표. 사진제공=리앤홍

[꿈의 대화-석재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대표] "1인 제작사요? 당연히 힘들죠. 하지만 독립 프로듀서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활동이 공연예술계 영역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연극 '하이젠버그'(연출 김민정) 국내 초연을 앞두고 만난 석재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CreativeTable Sukyoung) 대표의 방향성은 뚜렷했다. 석 대표는 "회사로 따지면 프로듀서이자 제작감독이자 기획팀장"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기획사의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기획팀장, 극장장 등을 맡으며 뮤지컬과 연극을 기획했고, 이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1인 제작사를 차렸다. 2016년에는 안락사 소재의 연극 '비 BEA'를 우란문화재단의 100%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박스 시야 무대에 올렸다.

4월 24일부터 5월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하이젠버그'는 석 대표가 단독 제작하는 첫 작품이다. 주변의 염려와 만류가 적지 않았지만 시놉시스 선정부터 캐스팅까지 오직 열정 하나로 모든 것을 이뤄냈다. 

"다른 제작자들도 비슷할 거에요. 구글에서 검색해 리뷰를 보고 찾아요. 맨하탄 씨어터는 미국에서 유명한 극단이에요. 처음에 바로 대본을 주지 않아서 해외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직접 봐달라고 부탁했어요. 중간에 에이전트와 접촉했는데, 이미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못하나 싶었는데 라이선스를 갖고 있던 회사에서 저에게 제작하라고 넘겨줬어요. 공연계에서는 종종 그런 일이 있어요."

연극 '하이젠버그'에 출연하는 정동환과 방진의 배우. 사진제공=리앤홍

'하이젠버그'는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극작가 사이먼 스티븐스의 최신작으로 2015년 6월 맨하탄 씨어터 클럽에서 첫 선을 보였다. 런던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젊고 매력적인 여성 '조지'와 노인 '알렉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중견배우 정동환과 최근 '비너스 인 퍼'의 벤다로 연기력을 재조명받은 방진의, 단 2명이 출연한다.

"정동환 선생님이 하지 않겠다고 하면 공연을 엎으려고 했어요. 그만큼 떠오르는 다른 배우가 없었거든요. 잘 아는 배우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서 이메일로 대본을 보냈어요. 두 달 걸렸던 것 같아요. 설득이 아니라 결정하는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죠. 선생님이 '본인은 배우이고 꿈을 꾸는 사람인데 이 대본으로 꿈을 꿀 수 있을 있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멘트에 정말 감동했어요."

올해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은 3편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2인극 '하이젠버그'에 이어 오는 11월 안락사를 소재로 한 3인극 '비 Bea'를 재연하며, 12월 1~25일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1인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Every Brilliant Thing)'을 초연한다.

"일부러 3인극 이하를 찾기도 해요. 일상이나 역사를 보여주는 게 아닌, 동시대성을 띈 주제를 가지고 심도있게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해요. 죽음을 향해 가는 늙은 남자, 개인의 행복과 안락사, 엄마의 자살 시도…세 작품의 공통점은 사랑과 죽음이 있어요. '하이젠버그'는 대사가 공감됐어요. 촘촘하게 감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할까. 서정적, 감성적이고 때로는 직설적인 부분이 있는데 관객들은 연극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사진제공=리앤홍

석 대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윤복희 선생님이 연기하는 연극 '피터팬'을 관람한 후 공연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됐다. 커튼 아래로 바쁘게 움직이는 배우들의 발을 보고 무대 뒤 가려진 변신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부로 활동했고, 한 번도 다른 직업을 가진 적이 없어요. 매일 매일 생각해요. '이렇게 숨통이 막히는 걸 내가 왜 하고 있지?' 그러다가 첫 공연이 끝난 후 분장실 가는 길에 모든 스트레스가 풀려요. 열심히 준비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힘을 얻죠. 슬픈 버릇인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은 최근 제작사 이름으로 연습실 대관에 선정됐다. 대부분 기업이나 재단의 지원제도는 1인 제작사를 배제하기 때문에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신생 제작사라 역사와 신뢰가 없다는 것에 가로 막혀 심사에서 많이 떨어져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건 맞아요. 그럼에도 독립 프로듀서들의 개성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올해가 고비에요. 독립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겪는 과정에서 결국 빚이라는 말도 있어요. 고민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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