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위한 시세조종?... '檢수사·기소' 모두 억지였다 [시경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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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위한 시세조종?... '檢수사·기소' 모두 억지였다 [시경pick]
  • 최종희, 최유진 기자
  • 승인 2024.02.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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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1심 선고
이 회장 위한 시세조종? 재판부 "檢, 증거 부족"
"옛 삼성물산, 제일모직 간 합병, 합리적 경영 판단"
3년6개월간 106차례 공판...檢 핵심 주장 줄줄이 탄핵
"삼성바이오 공장 압색은 위법"... 무리한 수사 도마 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사는 이 사건 합병이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됐으며, 삼성 미래전략실의 전단적 결정에 따라 추진됐다고 본다. (중략) 검사는 옛 삼성물산-제일모직의 약탈적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심리과정을 통해 확인된 진술과 검사 제시 증거만으로는 합병이 오로지 이재용 피고인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중략) 검찰 주장은 이 사건 심리를 통해 확인된 사실과 배치되는 점이 많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2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판시사항 중 일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긋지긋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2016년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첫 번째 기소 후 무려 9년만이다. 검찰이 추가 기소를 통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 회계분식 의혹’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비록 1심이지만 판결에 이르기까지 심리기간 3년6개월, 106회에 걸쳐 변론기일이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급심 판결에서 1심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5일,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전·현직 경영진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합병 전 삼성물산은 성장 정체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시도를 검토했다. 삼성은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실질적으로 심도있게 합병을 검토·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합병의 목적이 이재용 회장 그룹 경영권 조기 승계와 지배력 강화에 있었다는 검찰 판단을 배척했다. 합병이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9월 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경영진 14명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형법상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건희 선대회장 와병 직후인 2014년 말부터 이 회장의 그룹 경영권 조기 승계를 목적으로 옛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이 검찰 기소 요지이다. 검찰은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는 혐의도 추가했다.

앞서 같은해 6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 수사팀에 이 사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 제시 증거만으로는 그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으나 수사팀은 기소를 강행했다.

재판부는 합병의 목적과 수단에 관한 검찰 기소를 전부 부정했다. 합병 목적과 관련 재판부는 ‘오로지 이 회장 경영권 조기 승계에 있었다’는 검찰 주장과 다르게, “합병 전 삼성물산은 실제로 성장 정체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여러 시도를 검토했으며 경영진이 심도있게 합병을 추진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삼성물산 주주 손해를 전제로 합병이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고, (합병은) 시장 전망을 고려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며, (합병이) 경영 안정화를 실현,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회장에게 유리한 ‘시점’을 선택해 합병을 추진했다는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제시된 증거와 증인 신문을 종합할 때 검찰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판 내내 “합병 전 삼성물산 주가는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모직 주가는 끌어내리기 위한 일련의 시세조종이 진행됐다”는 시각을 고수했다. 주가조작 내지 시세조종에 관한 입증 여부는 이 사건 공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그러나 106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에서 검찰은 위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은 물론이고 검찰 측 증인 누구도 주가조작 내지 시세조종이 있었다거나 간접적으로 그런 정황이 있었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 검찰 증거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지 못했다. 때문에 선고 전부터 서초동 법조기자들 사이에서는 “스모킹건이 없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재판부는 2019년 검찰의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압수수색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명의 휴대폰 압수수색을 위법하다고 적시했다. 다음은 이 부분 재판부 판시.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에 대한 임의 복제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데, 그러지 않았다. 압수수색이 위법했으므로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위법 수집 증거의 배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상 원칙인 '영장주의'를 구체화한 동 규정은 오랫동안 사문화됐으나 2007년 11월 대법원의 '제주도지사 집무실 압수수색 사건' 상고심 판결을 계기로 되살아났다. 대법원은 위 판결을 통해 '독수독과(毒樹毒果) 법리'도 받아들였다.

독수독과 이론은 위법하게 수집된 압수물은 물론이고 동 물건에 바탕을 둔 2차 증거(파생 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인하는 영미법상 원칙이다. 이후 우리 법원은 '위법 수집 증거 배제의 원칙'(위수증)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17일, “삼성은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이를 성공시켰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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