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삼성, 이제는 파운드리... '반전 카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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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삼성, 이제는 파운드리... '반전 카드' 관심
  • 최종희, 최유진
  • 승인 2024.02.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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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 해제... '글로벌 경영' 본 궤도
'아픈 손가락' 파운드리... 1위 TSMC와 격차 더 벌어져
격차 좁힐 묘수 필요... 관건은 '메이저 고객사 신규 유치'
선단공정 경쟁력 확보 위한 '장비 선점' 경쟁도 치열
이 회장 '글로벌 인맥' 재조명... 업계 "광폭 행보 기대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경기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목을 무려 9년간 잡아온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되면서, 그 동안의 경영 공백을 매우기 위한 발걸음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시스템반도체(LSI)·파운드리 부문에서, 이 회장이 어떤 반전 카드를 내밀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시장이, 점점 더 극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초격차’ 기술 확보 경쟁을 넘어, 생산량 확대 전쟁까지 치러야 하는 양상이다.

현재 판세는 녹록치 않다. 압도적 1위 대만 TSMC와 2위 삼성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57.9%)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12.4%) 차이는 45.5%p로, 전 분기(TSMC 56.4%·삼성전자 11.7%, 44.7%p)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인텔을 중심으로 한 미국 브랜드와 일본, 유럽기업까지 경쟁에 가세, 파운드리 시장 패권을 노리고 있다. 삼성이 경쟁해야 할 상대가 늘어난 셈이다.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당장 장비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과거 대만과 우리나라 간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장비를 제때 공급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파운드리 업체가 늘어나면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구매력이 큰 이른바 ‘빅 바이어’ 자리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생산능력 확대는 기업 생존이 달린 문제”라면서 “향후 10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기업 투자와 정부지원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 회장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전문 기업 ASML을 방문,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약속을 받아낸 것도, 장비 수급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극자외선 노광 장비(EUV)' 분야 세계 1위 회사다.

파운드리 기술력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삼성은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TSMC의 아성을 무너뜨릴 기회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은 삼성에 유리하다. 초미세 공정 핵심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칩 면적을 줄이고 전력효율을 높인 신기술) 구조를 이미 선제적으로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삼성은 GAA를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도입했다. TSMC는 2나노 공정부터 GAA를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양산 경험이 쌓인 삼성이 치고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과 TSMC 모두 내년 상반기 2나노미터 공정 생산을 목표로 세웠다.

앞서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2나노 개발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도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TSMC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경쟁업체 동향이 심상치 않다. 인텔은 삼성보다 1년 앞선 올해부터 2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라피더스는 미국 IBM과 손잡고 내년 안에 2나노 시제품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2나노 개발 후 수율의 조기 개선이 중요한데, 이는 결국 고객사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며 “투자나 M&A 외에도,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위한 이 회장의 광폭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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