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덕에 컸는데... 케이뱅크, '업비트 리스크' 대책 있나 [시경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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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덕에 컸는데... 케이뱅크, '업비트 리스크' 대책 있나 [시경pick]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3.12.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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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뱅크, 총 예금 대비 '업비트 예치금' 비중 17.9%
예대율 73.6%... 업비트 예치금 빼면 90% 넘어
기업銀, 업비트 신규 계좌 발급 제한 등 관리 강화
케이뱅크, 업비트 제휴 후 한도 등 규제 풀어 '대조적'
美 실버게이트銀, 가상자산 비중 확대하다 파산
업비트, 케이뱅크 제휴 직후 이용자 급증... 점유율 85%
사진=케이뱅크
사진=케이뱅크.

2021년 2분기 흑자 전환 후 안정적 성장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인터넷은행 1호 케이뱅크 ‘예대율’ 관련 자료 확인 결과, 가상자산 원화거래소 ‘업비트’의 고객 예치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성은 낮지만 한꺼번에 업비트 예치금이 빠질 경우 ‘예대율’이 위험수위에 이를 수도 있어 그 비중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대율은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 혹은 수신 잔액에 대한 여신 잔액의 비율을 뜻한다. 은행권의 재무건전성을 살피는데 사용되는 핵심 지표로, 예금에 비해 대출이 많은 '오버론'(over-loan) 예방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은 100%이나 대부분 50~70% 내외에서 관리된다.

케이뱅크의 예대율은 지난해 말 기준 73.5%로 집계됐다. 그러나 수신 잔액에서 업비트 예치금을 제외하면 예대율은 91%로 올라간다. 당국 규제한도인 100%에 근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대율이 100%에 근접하면 은행은 대출 상품 판매를 줄이거나 심한 경우 일시 중단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그만큼 부실우려가 커진다는 뜻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의 제도 금융권 유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은행인 만큼 신용도가 비교적 낮은 차주 비중이 높다. 올해 10월 말 현재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7.4%이다. 신용여력이 낮은 차주 비중 증가는 연체율에 영향을 미친다. 케이뱅크의 올해 8월 기준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연초 2.80%에서 4.13%으로 상승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예대율 상승은 케이뱅크 건전성과 상품 운용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비트 고객 예치금' 비중 이례적으로 높아  

케이뱅크는 2020년 업비트와 제휴관계를 맺으면서 수신고가 크게 증가했다. 올해 8월말 기준 업비트 고객 예치금 합계는 3조909억원에 이른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 수신 잔액 17조2400억원의 17.92% 수준이다.

수신 잔고에서 가상자산거래소 고객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NH농협은행은 0.2%, 카카오뱅크는 0.3%에 불과하다. NH농협은 가상자산 원화거래소 빗썸, 카카오뱅크는 코인원과 각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거래 비중은 고객들이 은행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뱅크런 사태의 희생양이 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3위 가상화폐거래소 FTX 파산으로 미국 실버게이트(Silvergate) 은행이 문을 닫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점을 둔 이 은행은 바이넨스와 FTX 등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용자들에게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실버게이트의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 비중은 전체 수신 잔고의 80% 수준이었다.

미국 뉴욕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찾던 시그니처 은행도 가상자산 리스크에 무릎을 꿇었다. 실리콘벨리 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뱅크런이 확산되면서 시그니처 은행에서도 고객 이탈이 급증한 것이다. 시그니처 은행은 가상자산 관련 예금 비중이 전체 수신 잔액의 20% 수준으로 높았다. 고객들이 가상자산 비중이 높은 은행을 기피하면서 뱅크런 사태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이 은행은 플래그스타은행으로 인수되면서 대주주가 교체됐다.
 

업비트 제휴 후 수신고객 급증, 수신고 개선... 1년 후 흑자전환  

NH농협, 신한은행의 가상자산 관련 비중이 채 0.5%에도 미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가상자산 관련 예금 비중은 이례적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마케팅 측면에서의 고려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2020년 제휴 초기, 업비트 거래소 입금 한도와 신규 계좌 발급 규제를 풀어주면서 케이뱅크 수신액과 고객이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가 업비트의 ‘사금고’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업비트에 ‘실명인증 입출금계좌’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21년 3월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시중은행과 협약을 체결하고, 실명 인증이 가능한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아야 원화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신고서를 작성,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접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FIU가 신고·수리한 가상자산거래소는 모두 26곳이다. 이 가운데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실명인증 입출금계좌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입출금 한도 조정, 둘째는 신규 발급계좌 중단, 셋째는 고액 이상거래 발생 시 지급 혹은 출금 중단이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협약 체결 후 업비트 이용자에게 최대 5억원의 입출금 한도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업비트는 2018년 실명인증 입출금계좌 운영 은행으로 기업은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투기 온상으로 보고, 근절 대책을 시행하자 업비트 신규 이용자에 대한 계좌 발급 서비스를 중단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없어 고심하던 업비트는 2020년 케이뱅크와 손을 잡으면서 문제를 해소했다. 빗썸 등 다른 원화거래소들과 가상자산 시장을 '분점'하던 업비트는 케이뱅크 제휴를 계기로 점유율을 85%까지 끌어 올렸다. 가상자산 시장의 '독점화'가 형성된 것이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 증가로 수신고가 대폭 개선됐다. 무엇보다 신규 고객이 급증하면서 확실한 영업기반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제휴 1년 후인 2021년 2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 은행연합회와 5곳의 원화거래소는 ‘가상계좌 실명계정 운영지침’ 제정에 합의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동 지침을 보면, 내년부터 ‘금융거래 한도계좌’의 1일 입출금 한도는기존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자금 원천과 거래 목적 등이 증빙자료에 의해 확인된 정상계좌 한도 규제는 유의미한 변경이 없을 전망이다. 정상계좌의 1일 입출금 한도는 은행별로 1~5억원 사이로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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