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 또 사외이사 추천... 이사회 거부 등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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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노조, 또 사외이사 추천... 이사회 거부 등 험난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3.01.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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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부코핀銀 해외투자 실패.. 전문성 결여 지적
임경종 후보 추천...투자금융부문 전문성 보유
글로벌 전문성 부족 관련, ISS기관 설득 과제
이복현 이사회 '다각화'주문... '노동이사제 도입 확산' 주목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30일 KB국민은행 신관 정문 앞에서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발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30일 KB국민은행 신관 정문 앞에서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발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KB금융그룹이 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후보 주주제안으로 골머리를 앓을 전망이다.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은 이번이 6번째로 ‘인니부코핀은행 경영부실로 인한 해외관리 부실을 이유로 내세웠다. 

KB금융그룹 노조는 30일 서울 영등포 KB국민은행 신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관 개정·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낸 제안은 2가지로 우선 2017년부터 제기해온 낙하산 인사 영입 방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요구했다. 공직자윤리법을 준용해 최근 5년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이상이면 3년간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노조는 “이사회가 주식 1주만 보유해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예비후보 추천제를 앞세워 정당한 법적권리인 주주제안권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해외투자 실패는 이사회내 전문성 결여라고 주장했다. 부코핀은행은 자본 2조원 가까이가 투자됐으나 누적적자가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는 이사회가 지금까지 5차례 진행한 투자안건 심의에서 전원 찬성했다며 부실투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후보로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임 후보는 인니 근무 등 수출입은행에서 33년간 근무하며 해외사업과 리스크관리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인물이다. 

노조는 “임 전 대표가 특정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 주주·금융소비자 이익을 위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해외사업을 정상화하려면 KB부코핀은행 리스크부터 적절히 관리하고 현지 영업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디지털전환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속에서 유연한 경영환경을 위해 디지털분야의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지주이사회 구성과 관련 다각화를 주문한 것도 그동안 막혀 있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내에서는 KB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이 받아들여지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평가한다. 민간금융사의 노동이사제 도입여부가 불투명한데다 노조 주장과 달리 ‘해외사업리스크’에 사측이 확실히 선을 긋고 있어서다. 

노조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모두 표결에서 무산됐다. 작년에는 현 이사회가 글로벌 비즈니스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와함께 KB금융이 2020년부터 금융사 최초로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는 ESG경영 강화 등을 위해 이사회내 ESG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개입 설득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세계적인 의안 분석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자문사들의 설득도 관건이 전망이다. 그간 ISS는 KB노조가 주주자격으로 제안한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해 왔다. ISS는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하는 의결권 자문 전문기관이다. 

류제강 노조의장은 "노조가 주주제안에 나서는 이유는 순수하게 2만여 임직원의 대표로써 KB금융의 해외사업 부문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주와 금융소비자를 위해 복무하는 올바른 금융회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총 때까지 외국인 주주의 부정적인 시선을 걷어내기 위한 설득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류 의장은 "KB금융의 정관 개정은 매우 타당하고 오는 주총에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KB금융의 정관 제40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이사회의 결의로 이사중에서 대표이사 회장 1인을 포함한 약간 명의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주주제안서에 담긴 정관개정안은 오는 3월말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려면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 주주 과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찬성하면 개정안은 통과된다.

한편 KB금융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에 "KB부코핀은행의 경우 배드뱅크를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실패한 해외투자로 볼 수 없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자본 투입을 통한 우량은행 전환 및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영업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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