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토스 탈락, 변죽만 울린 제3인터넷銀... 연내 출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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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토스 탈락, 변죽만 울린 제3인터넷銀... 연내 출범 불투명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5.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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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토스, 예비인가 탈락... 통째로 흔들리는 인터넷은행 정책
높아진 규제 여파, 논란 확산... 3·4분기 예비인가 무산 가능성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모두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적어도 한 곳은 심사를 통과할 것이란 기존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업계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앞길이 보이질 않는다. 금융당국은 오는 3·4분기에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재추진한다고 했지만 과도한 규제의 벽을 실감한 탓에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예비인가 여부가 발표된 것은 26일 저녁 무렵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전체회의를 개최한 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에 은행업 예비인가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통과 기준은 마치 바늘구멍처럼 좁디 좁았다. 민간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는 2박 3일 간 합숙을 통해 각 컨소시엄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진행했다. 금융위는 외부평가위원회의 의견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불허(不許)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탄탄한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대해 외부평가위원회는 사업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에는 업계 대장급으로 꼽히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SK텔레콤, 하나금융지주, 11번가, 롯데멤버스, 메가존클라우드, 바디프렌드, 에프엔가이드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할 만한 기업들이 연합군을 이뤘다. 시장에서는 키움뱅크가 무난히 인가에 합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지배주주 적합성과 자금조달 능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 결과가 발표되자 당장 시장에선 혁신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과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예고된 실패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 당시 기대를 모았던 ICT 기업들은 모두 한 발짝씩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었다. 규제의 홍수 속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발을 들이기란 쉽지 않다는 무언의 재스쳐였다. 결국 제대로 된 신청자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뿐이었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높아진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 시선은 다음 심사로 쏠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올해 3·4분기 중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미비점을 보완해 재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쓴맛을 본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재도전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부담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깐깐해진 정부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다.

새로 도전장을 내밀 플레이어도 마땅치 않다. 이번 예비인가 때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던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의 쏠(SOL)과 신한카드의 판(FAN) 등 자체 금융 플랫폼 브랜드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측은 지난 3월 사업에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서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 했다. NH농협금융의 경우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이미 케이뱅크 주주(10%)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NH농협금융은 핀테크 육성에 투자하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집중 지원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정책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게 될 위기다. 야당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일부 친문(親文) 성향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은산분리와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삼고 있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력한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길 기대하는 금융당국과 반(反)기업 색채가 뚜렷한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벌어진 괴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노력 끝에 인터넷전문은행 보유 지분한도를 34%까지 확대하는 특례법까지 제정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이 과도해 법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처지인데, 여기에 여권 세력이 신규사업자 진출까지 막고 있으니 금융혁신이 성과없이 공회전에 그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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