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규제 장벽... 제3인터넷은행은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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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규제 장벽... 제3인터넷은행은 공염불?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9.25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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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불참 공식화, 키움·토스도 참여 주저
"거미줄 규제 널렸는데 누가 매력 느끼겠나"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 DB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 DB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은성수 위원장은 신규 인가 희망기업에게 쪽집게 과외식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의사까지 피력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했다. 꺼져가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의 불씨를 되살려보고자 하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은성수 위원장의 뜨거운 의지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싸늘한 냉기류만 가득하다.

금융당국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내달 10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세 번째로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을 영위하게 된다. 지난 5월 예비인가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모두 탈락한지 5개월 만에 다시 진행되는 절차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플레이어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꺼리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시작전부터 흥행 참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기업들조차 여러 이유를 들면서 사업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재도전 의사를 밝혔던 키움과 토스 컨소시엄도 아직까지 참여 여부를 확정짓지 않았다. 시장의 대어(大魚)로 꼽혀오던 네이버는 불참 의사를 공식화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지난 18일 던진 발언은 기업들이 제3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왜 기피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이승건 대표는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 간담회에서 "금융위와 만나면 진심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는 걸 느끼는데 실제로 감독당국을 만나면 진행되는 게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금융당국이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정해진 요건을 지키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 정해지지 않는 규정과 조건을 제시해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도 덧붙였다.

이어 "증권업 진출을 위해 이미 수백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포기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건 대표는 "증권업이 안 되면 인터넷은행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그늘을 낱낱이 폭로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포기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혁신은 사라지고 규제만 가득하다. 문재인 정부는 수시로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사실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장벽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만 해도 금융당국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키움은 혁신성, 토스는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를 불합격시켰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경영환경은 참담하기만 하다. KT의 대주주 적격 심사 중단에 따른 여파가 크다. 은행이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케이뱅크는 일부 대출 상품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0.62%로 국내 시중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총자본비율이 10.5% 아래인 은행은 배당이 제한되고, 8% 밑으로 떨어지면 금융위원회가 경영개선 조치를 권고해야 한다. 초유의 위기다.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배경을 어렵게 찾을 이유가 없다.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 속에서 은행업은 점차 기울고 여기에 까다로운 규제 장벽이 더해져 이중고(二重苦)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거미줄 같은 규제 장벽을 허물지 않는 이상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흥행을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비해 너무나도 높은 한국의 규제 장벽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은 1조원 이상에 달하는 초기 자금이 필요할 뿐더러, 진입을 한다 해도 정상적인 영업조차 제한하는 규제가 숱한데 누가 매력을 느끼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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