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가입자들, 금융당국에 손실 책임 화살 .. 은행들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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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가입자들, 금융당국에 손실 책임 화살 .. 은행들도 '긴장'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4.02.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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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들여봐달라"
이복현 '자율배상' 방안... ELS가입자 '심기불편'
2차 현장조사 앞둔 은행들, 금융당국 '눈치'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신청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에 관리감독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ELS 관련 2차 현장조사와 시기적으로 겹치는 만큼, 배상방안을 놓고 금융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도 해석되고 있다. 특히, ELS를 판매한 시중은행들도 감사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적잖은 부담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홍콩H지수 ELS에 대한 제도설계, 검사, 관리감독 직무태만 유기에 관한 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홍콩 ELS의 대규모 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신속히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규모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금융정의연대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 ELS 상품의 총 판매액은 19조 3000억원으로, 이 중 올해 약 80%에 해당하는 15조 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상반기에만 10조원의 만기가 집중돼 있으며, 총 5조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홍콩ELS 손실액은 이달 12일까지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기준 5221억 원이 넘었고, 확정 손실률은 평균 53% 수준이다. 
 
이번 감사청구는 각각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사안으로 나뉜다. 먼저, 금융위에 대해선 ▲판매 허용 과정 ▲판매허용 후 금융소비자 피해 위험성 증대 ▲감독·검사 부실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 부실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금감원의 경우에는 ▲상시 감시, 감독업무 태만 ▲불법판매 관련조사 미흡 및 제재 미조치 ▲은행권 고위험상품 판매 관련 내부통제 절차 점검 ▲청탁금지법,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자율배상' 발언 일파만파... ELS가입자도 은행도 '난색'

이처럼 ELS피해자모임 등 단체들이 금융당국을 향해 날을 세우게 된 계기로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자율배상’ 발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LS피해자모임 측은 금융당국이나 은행권 등에서 나오고 있는 배상비율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 원장은 이달 5일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금융권의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 강하게 일방적으로 할 성질은 아닌 것 같다”고 여지를 뒀다.

이에 대해 ELS피해자모임측은 "ELS 판매 과정 자체가 '사기'에 가깝기 때문에 해당 상품의 가입은 '무효'로 봐야 한다"며 "자세한 설명 없이 예금인 줄 알고 가입한 피해자들에게 온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도 이 원장의 ‘자율배상’ 방안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직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배상하는 것은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나아가 은행 스스로 불완전판매를 자인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ELS 판매 과정에서 일부 불완전판매 사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전체 가입자에 대한 일괄적인 자율배상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논란거리로 남는다. 불완전판매가 아닌 가입자에게까지 은행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감사원, 'DLF-옵티머스 펀드' 금융당국 과실 인정... ELS는?

이번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의 감사원 감사청구는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이하 DLF), 2020년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닮아있다. 이들 단체들은 당시에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책임이 미흡했다며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한 바 있다. 

앞서 감사원은 DLF와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인정했다. 감사원이 2021년 7월 공개한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회사가 DLS를 불완전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관련법령에 따른 과태료 처분 등의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금감원에서 2020년 옵티머스 대표이사의 횡령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돌려막기에 따른 사기 혐의 등을 확인하고도, 현장 검사를 실시하거나 수사 기관 및 금융위원회에 통보하지 않는 등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이번 ELS 사태는 과거 두 사례와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홍콩 ELS의 경우, 상품 자체에 중대한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서다. 

금감원의 경우에도 ELS의 구조적 결함보다는 불완전판매 정황이나, ELS판매에 따른 KPI(핵심성과지표) 반영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달 16일부터 은행 5곳, 증권사 6곳 등에 대한 2차 현장조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각 판매처별 ELS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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