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0년 명맥 이어온 '면사랑'... 냉동면 노하우 담아 첫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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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0년 명맥 이어온 '면사랑'... 냉동면 노하우 담아 첫 수출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3.10.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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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맞이한 진천공장 탐방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의 면발 
다가수숙성 시킨 반죽이 비결
물 많이 넣고 건조만 7시간 
면・소스・고명 단일 공장 시스템 
국내 소비자 브랜드 인지도 확대
프랑스 시작으로 해외 수출 박차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사진=면사랑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사진=면사랑

국수는 60년대 들어 서민층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다 90년대 라면이 급속도로 부상하면서 국수 산업은 사양 길에 접어들었다. 면사랑은 그 어려움을 뚫고 국수 공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충남 진천군 이월면에 위치한 면사랑 진천공장. 이 곳은 다음달부터 프랑스에 수출되는 냉동면 생산이 한창이었다. 직원들은 30년간 이어온 면사랑 면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임찬원 면사랑 진천공장 공장장은 "면사랑은 면을 생산하면서 고객들이 가장 맛있게 드실 수 있는 면 요리가 무엇인가 30년 동안 연구했다"며 "진천공장은 면과 소스, 고명을 단일 공장에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면사랑 진천공장에선 건소면과 냉쫄면, 냉동제품 제조공정을 볼 수 있었다. 면사랑 진천공장에서 생산되는 건소면의 일일 생산량은 55톤이다. 건소면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생산설비는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건소면은 4가지 생산 공정을 거친다. 평평하게 밀어서 면대를 만드는 '정형', 면대를 두 장으로 겹치는 '복합', 면대를 눌러주는 '압연', 면대를 가닥으로 만드는 '절출' 공정을 거친다. 이에 앞서 밀가루 반죽은 다가수 숙성공법을 사용한다. 이 공법은 면을 반죽하는 과정에서 일반 국수보다 면에 수분 함유량을 높여 밀가루의 글루텐을 강화시켜 면발을 더 쫄깃하게 만든다. 반죽기 롤러 위에 올려진 반죽 일부를 떼어 손으로 만져보니 수분감 있는 촉감과 쫄깃한 탄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건소면 생산 중 압연 공정은 면을 서서히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7개 라인으로 돌아간다. 천장에는 물을 분사해주는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다. 압연 과정에서 면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면사랑 건소면공장 관계자는 "물을 많이 넣으면 그만큼 건조하는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는데, 쫄깃한 식감을 위해 다가수 숙성 방식을 고집한다"고 설명했다.

면사랑 진전공장의 건면 건조과정. 사진=면사랑
면사랑 진전공장의 건면 건조과정. 사진=면사랑

건소면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공정 중 하나는 건조다. 약 500미터 길이의 5개 건조실에서 최소 7시간 동안 면을 건조한다. 건조실을 순서대로 지나가다보면 체감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1호실에선 시원한 바람으로 표면을 말리고, 2~3호실에선 뜨거운 바람으로 면을 말린다. 건조실 천장에는 대형 팬들이 설치돼 있다. 매끈한 힘이 있는 건소면을 만들기 위해 선풍기를 돌린다. 이 작업을 통해 수분을 11%까지 떨어지도록 한다. 선풍기는 풍량과 풍습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건소면 아래 층에선 냉면이 만들어진다. 면사랑 냉면 일일 생산량은 60t으로, 이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반죽을 만들고 잘라서 걸었던 건소면 과정과 달리, 냉면은 자동으로 수평으로 눌러서 나온다. 컨베이어 밸트 위에 올려진 냉면을 만져보니 건면과 달리 다 익어서 뜨거웠다. 

면사랑은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드럽고 쫄깃한 건면, 신선함이 살아있는 생면, 퍼짐없이 탄력적인 냉면을 만든다. 면은 150여종, 소스는 120여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면 요리의 만족감과 완성도를 높여주는 튀김, 육가공류 또한 직접 생산하고 있다.

면사랑의 주력 제품인 냉쫄면 생산 모습. 사진=면사랑
면사랑의 주력 제품인 냉쫄면 생산 모습. 사진=면사랑

면사랑은 1993년 공기 좋은 진천의 한 자락 산야에 주춧돌을 놓고 건소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냉동면·냉장면·생면까지 아우르는 모든 국수 라인업에 소스·육수·고명까지 한 공장 안에 보유하고 있다. 단체급식·프랜차이즈·PB 등 B2B 시장에서 면시장을 주도하며 창립 25년만에 1,000억원대 매출로 성장했다. 

30년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면사랑이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B2B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역성장을 경험했다. 이에 면사랑은 2021년 기존에 B2B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B2C 시장에 진출하며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바꿨다. 지난해 연 매출 1,5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8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B2C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억원(11%) 수준이다. 

면사랑은 B2C로 사업을 확대한 만큼 냉동 가정간편식 제품을 온라인몰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국내 냉동 가정 간편식 시장에서 면사랑이라는 브랜드를 심어야한다"며 "20년 전 냉장 가정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면사랑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0년간 쌓아온 독보적인 맛과 품질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면사랑은 오는 11월부터 프랑스 최대 식품매장 '카르프와 르클레흐'에 한국의 면 7종(냉동팩, 냉동용기면)을 수출한다. 미국과 중국·일본·유럽·동남아 등에도 면사랑 제품에 대한 수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 대표는 "면·소스·고명 등 전체적인 면 식단을 만드는 데 그만한 세월이 걸렸다"며 "앞으로는 해외에서 다양한 상품군으로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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