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푸드의 자존심"… '불닭' 수출 전진기지 '삼양식품 밀양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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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푸드의 자존심"… '불닭' 수출 전진기지 '삼양식품 밀양공장'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3.06.22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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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 라면 6억개 생산 가능
김정수 부회장 과감한 결단
해외 아닌 국내 선택한 이유
"K푸드 상징, 지역사회 발전"
경남 밀양시 나노국가산단1로 삼양식품 밀양 신공장 전경. 지난 21일 찾은 삼양식품 밀양공장에서 수출용 컨테이너 트럭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배소라 기자
경남 밀양시 나노국가산단1로 삼양식품 밀양 신공장 전경. 지난 21일 찾은 삼양식품 밀양공장에서 수출용 컨테이너 트럭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배소라 기자

경상남도 밀양시 나노국가산단1로. 이곳은 '불닭 신화'를 이룬 삼양식품의 미래이며 꿈이 영그는 곳이다. 밀양공장 준공 이후 삼양식품 전체 생산량은 14억4000만개에서 20억개로 40% 가까이 늘었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때 국내에 공장을 지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결단력과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했다. 지난 21일 찾은 삼양식품 밀양공장은 수출용 컨테이너 트럭들이 조용한 시골마을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었다. 

삼양식품은 급증하는 불닭볶음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경남 밀양에 수출용 공장을 준공했다. 삼양식품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수출 전용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은 김 부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해외로 나가지만 국내 기업은 K푸드의 상징성과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김 부회장의 의지가 밀양 공장 건설로 이어진 것이다.

김 부회장은 밀양공장 준공식 자리에서 "대부분 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공장을 설립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메이드인 코리아'의 자존심을 걸고 'K푸드'의 위상을 높이며 세계시장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지역사회 동반성장 등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밀양공장은 김 부회장의 모든 관심이 집중된 곳이고, 삼양식품이 주식(主食) 부문 글로벌 톱 100위에 진입하는 중요한 디딤돌이다. 밀양공장에는 당초 1,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규모를 확대해 총 2,400여 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는 김 부회장의 통 큰 결단이 있었다. 2019년 당시 투자 계획으로는 해마다 늘어나는 수출 물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생산라인 증대를 고려한 건축연면적 확대와 최신 물류설비 구축, 각종 유틸리티 추가에 따라 투자금액을 증액했다.

삼양식품 밀양공장 공장동 내부. 사진=배소라 기자
경남 밀양시에 있는 삼양식품 공장에서 튀겨진 라면 면발이 컨테이너 벨트 위에서 이동되고 있다. 사진=배소라 기자

 

연간 6억7000만개 불닭 라면 수출

삼양식품 밀양공장은 밀양역에서 6km 떨어진 나노국가산단 내에 위치하고 있다. 연면적 7만303㎡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됐다. 최대 연간 6억7000만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주요 생산 품목은 △수출용 '불닭' 시리즈(오리지널 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수출 전용 브랜드 '탱글' △내수용 '쿠티크' 브랜드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수출액은 국내 전체 라면 수출량의 절반인 4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 중 66% 이상이 해외 수출에서 발생한다. 주요 수출국은 중국이다. 중국은 수출 물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삼양식품은 밀양공장을 수출 전초기지로 삼아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밀양은 지리적으로 주요 수출국과 인접하고 있어 공급 안정성과 물류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인수 삼양식품 밀양공장장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신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후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국 징동그룹으로부터 현지 생산공장 건설을 제안받기도 했다"며 "해외와 국내를 두고 고민했지만, 국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불닭이 지닌 K푸드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 경상남도 밀양에 신공장을 설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은 부산항과 인접해 기존 원주에서 제품을 생산해 부산항으로 이동시킴에 따라 발생하는 물류비용을 약 63% 절감할 수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라면 250박스가 들어가는 40피트 컨테이너 한 대당 원주에서 부산까지 운송비는 110만원, 밀양에서 부산까지는 40만원이다. 70만원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30억원 가량 절감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사진=배소라 기자
로봇 팔레타이저(Robot Palletizer)가 포장된 박스를 옮기고 있는 모습. 사진=배소라 기자

 

스마트팩토리로 품질 고도화

삼양식품의 품질에 대한 진심은 생산 공정에서도 묻어난다. 불닭볶음면을 생산하는 밀양공장 2층에 들어서자 꼬불꼬불한 라면이 올려진 컨베이어 벨트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밀가루 반죽과 소스, 포장 박스가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믹서로 배합수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이 3층에서 2층으로 내려 오면 압력을 가해 얇게 편 다음 밀가루 면을 고온의 스팀 터널에 통과시켜 익힌다. 

제품별 중량에 맞게 절단한 면을 납형틀에 넣어 원형면과 사각면 형태로 만든다. 이후 팜유(식물성 기름)로 고온에서 60초간 튀겨 라면의 수분을 6~7%로 유지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라면의 수분 함량은 유통기한 내 신선도를 유지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잘 튀겨진 면은 빠른 냉각 공정으로 30도 밑으로 낮춘다. 냉각 공정이 끝나면 작업자들이 면 모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걸러낸다. 중량은 똑같더라도 모양이 이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면과 스프를 차례대로 공급해 자동으로 용기에 담아낸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는 제품의 이물질 선별과 스프 누락을 엑스레이 검출기로 검사한다. 검사 후에는 자동 포장기를 이용해 완제품 라면을 포장한다. 포장된 박스는 로봇 팔레타이저(Robot Palletizer)가 옮겨준다. 1개의 생산라인에서 분당 800개 라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밀양공장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됐다. 원부자재 입고에서부터 완제품 생산과 출고에 이르는 전 과정에 최신 자동화 설비와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대형 자동화 물류센터도 갖추고 있다. 6,000파렛트, 박스로 환산하면 40만 박스를 보관할 수 있다. 자동화 물류센터 도입을 통해 수동 물류센터 대비 30% 수준의 공간에서 동일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였다. 운영인력도 수동물류센터 대비 70% 이상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지난해 11월 밀양공장 가동 이후 6개월 만에 3500만개의 불닭볶음면이 생산됐다. 수출 품목수도 10개에서 29개로 늘리는 효과를 얻었다. 박 공장장은 "6월 수출량을 맞추기 위해 점심시간에도 교대로 근무하며 라인을 돌리고 있다"며 "올해 생산 수량은 4억5,000만개, 매출은 3,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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