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12년째 식지 않는 인기... 유저들은 왜 LoL에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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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12년째 식지 않는 인기... 유저들은 왜 LoL에 열광하나
  • 한정우 기자
  • 승인 2023.10.1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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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LoL) 톺아보기] ①
흥행 비결... '유저 친화적' 게임 환경 제공
돈 한푼 들이지 않고도 게임 즐길 수 있어
영웅 캐릭터 165개... 게임 양상 매번 달라
매일해도 질리지 않는 신선함... 다른 게임과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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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진행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LoL 한국 대표팀과 대만 대표팀의 결승전. 사진=유튜브 채널 스포타임 화면 캡처.

<편집자 註> 라이엇게임즈의 MOBA(팀 배틀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League of Legends)'가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12년이 흘렀다. 'RTS(실시간 전략) AOS(Aeon Of Strife)' 내지는 줄여서 'AOS' 장르로도 불리는 LoL은 선풍적인 인기몰이로 시장을 장악하며 단숨에 '왕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여러 게임들이 LoL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강력한 고정팬들의 벽을 뚫지 못하고 뒤안길로 사라졌다.

LoL은 실시간으로 바뀌는 이용자들의 전략 전술에 따라 게임 속 전투양상이 매번 달라진다. 최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세계 최강의 ‘드림팀’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대표팀은 값진 금메달을 조국에 안겼다. LoL이 오랜 시간 동안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시장경제>가 LoL의 이모저모를 두 편에 걸쳐 톺아봤다.

①12년째 식지 않는 인기... 유저들은 왜 LoL에 열광하나
②라이엇, 텐센트에 휘둘리나?... LoL '親中' 논란 팩트체크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LOL 국가대표 팬미팅 현장 사진. 왼쪽부터 '케리아' 류민석, '룰러' 박재혁, '쵸비' 정지훈, '페이커' 이상혁, '카나비' 서진혁, '제우스' 최우제, 김정균 감독.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LOL 국가대표 팬미팅 현장 사진. 왼쪽부터 '케리아' 류민석, '룰러' 박재혁, '쵸비' 정지훈, '페이커' 이상혁, '카나비' 서진혁, '제우스' 최우제, 김정균 감독. 사진=라이엇 게임즈

 

LoL의 초석... AOS는 원래 장르가 아닌 게임이었다

AOS 장르는 쉽게 말해 '적 타워'를 부수고, 본체 역할을 하는 핵심 기지를 함락하면 승리하는 '공성전'이다. 일반적으로 장르 명칭은 게임의 특징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AOS는 그렇지 않다. 'Aeon Of Strife'를 직역하면 '영원한 투쟁'. 이름만 봐서는 어떤 게임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LoL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흥미롭게도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워(이하 스타)'와 맞닿게 된다. 전 세계 게임 산업계를 강타한 '스타'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한때 ‘민속놀이’에 비견되기도 한 전설적 작품이다. 

이 게임에서 하나의 '컨셉 맵'으로 등장한 것이 ‘Aeon Of Strife’였다. 한 게이머가 직접 게임 내 맵 편집기로 트리거(특정 상황에서 작동하는 이벤트 기능)를 활용, 공성전의 성격을 담은 새로운 맵을 제작한 것이 AOS 장르의 기원이다. 

AOS의 등장은 스타 유저들이 기존에 플레이했던 방식과 틀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기존 스타는 유저가 1대1 매치를 통해 게임 속 전체 병력을 지휘하며 전투를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승부를 가려내는 것이 전부였다. 반면, AOS는 게임 내 영웅 캐릭터가 아군 부대를 편성하고 전투를 이끈다. 

게이머들은 이러한 방식의 게임을 'AOS류 게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003년 출시된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 : 프로즌 쓰론' 유즈 맵 셋팅에서는 이를 토대로 'DotA(Defence of the Ancient)', '카오스' 등의 파생 게임이 나타나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AOS 장르를 표방했다고 해서 모든 게임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21년 8월 국내 게임사 '네오액트'가 출시한 '카오스 온라인'은 아쉽게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규 유저들과 이른바 '고인물'들 간의 실력 격차, 구체적인 튜토리얼의 부재, 복잡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단축키, 뒤처지는 그래픽 등 여러 문제를 노출했고, 게이머들은 하나둘씩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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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게임을 제공하는 등급(티어) 시스템. 사진=라이엇게임즈.

 

LoL이 가진 매력, 유저들 사로잡은 비결은?

그렇다면 AOS 장르에서도 LoL이 독보적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LoL은 규칙이 단순하면서도, 한 팀을 이루는 각 게이머들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게임이다. 총 10명이 5명씩 아군과 적군으로 팀을 꾸려 상대를 제압하고, 핵심 기지를 점령하거나 '서렌(항복)'을 받아내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각 게이머는 총 165명의 챔피언(영웅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탑, 미드, 바텀, 정글 등 4개의 지역 중 본인이 선택한 챔피언이 성장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장소를 선정한다. 

LoL의 특성은 AOS와 더불어 대표적인 게임 장르로 알려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MMORPG는 캐릭터가 강해질수록 게임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강화된 캐릭터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도전과제를 더 빠르고 쉽게 풀어낼 수 있지만 그만큼 게임은 단순해지고 흥미는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와 달리 LoL은 고유의 능력과 스킬을 보유한 다수의 챔피언이 존재해 '경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매회 전혀 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MMORPG와 비교된다.

기존 AOS 게임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게이머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상대적으로 플레이가 어렵다는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게임 등급을 10개(티어)로 나눈 랭크 시스템 운영 ▲게임 이해를 돕는 튜토리얼 ▲UI 및 그래픽 개선 ▲챔피언간 밸런스 패치 제공 등 적극적인 유저 친화 정책을 폈다. 

과금 요소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LoL에서는 거액을 투자해도 자신이 다루는 챔피언이 강화되는 일은 없다. 대표적으로 '스킨'을 구매할 수 있는 과금 콘텐츠가 존재하는데 챔피언의 옷이나 헤어스타일 등 디자인 요소가 변할 뿐,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시 말해 LoL을 즐기는 데 있어서 게이머들은 단 1원도 쓰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재미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템 구매를 위해 막대한 돈을 소비하지 않고도 '캐리'라고 불리는 게임 내 'MVP'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은 LoL이 매우 오랜 시간 이용자들의 신뢰를 받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LoL은 현재도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뽐내고 있다. PC방 통계 전문 서비스기업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LoL은 271주 연속으로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무려 5년 동안이나 '디펜딩 챔피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일간 기준 국내 PC방 점유율은 LoL이 41.57%로 1위였다. 이어 넥슨 'FC 온라인(구 피파온라인4)'이 10.87%로 2위, 라이엇게임즈의 '발로란트'가 6.93%로 3위를 차지했다. 2위부터 10위까지 표시된 게임의 점유율을 모두 합해야 LoL 점유율과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압도적인 격차다. 그야말로 'LoL 천하'인 셈이다.   

안웅기 SKT T1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가 e스포츠 팬이고, 국내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e스포츠 트렌드를 이끄는) LoL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라이엇게임즈는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을 유지함과 동시에 유저 진입장벽을 낮추는 지속적 업데이트로 게임을 질리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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