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로 향하는 수익... '라이엇 코리아'는 親中기업? [시경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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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로 향하는 수익... '라이엇 코리아'는 親中기업? [시경pick]
  • 한정우 기자
  • 승인 2023.11.21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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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2015년 美 라이엇 지분 100% 확보
미국 라이엇, 한국 법인 지분 100% 보유
지분구조, 텐센트-미국 라이엇-한국 법인
일각서 "'미국' 라이엇 수익, '중국' 텐센트 유입"
"한국 법인 수익, 차이나머니 조성 일조"
한국 법인, 11년째 문화재 환수 사업 지원
매년 8억 기부... 작년 매출의 약 0.21% 규모
작년 美 라이엇 본사에 2천억 지급, 연 매출 52.9%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미국 브랜드로 포장된 중국 기업.'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서 압도적인 기세로 1위를 수성 중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이하 라이엇)에 대한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평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같은 인식은 2015년 중국 IT 기업 '텐센트'가 미국 라이엇의 '주인'이 된 뒤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때를 같이해 미국 라이엇 본사 수익 일부가 텐센트로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2009년 텐센트는 설립 3년 차의 신생 게임사 라이엇에 약 108억1600만원을 투자, 지분 22.34%를 손에 쥐었다. 2011년에는 투자금과 지분 규모를 대폭 늘렸다. 같은 시기 텐센트의 라이엇 투자금은 약 2627억원, 보유지분은 92.78%에 달했다. 라이엇은 그해부터 텐센트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에도 지분을 계속 늘린 텐센트는 2015년 라이엇을 완전 인수했다. 

2011년 이후 텐센트는 언제든 배당 등의 형태로 라이엇 수익 중 일부를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라이엇에 '친중(親中)'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유다. 한국 법인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유한회사(이하 라이엇코리아)'의 수익 배분 실태를 보면 이해가 한결 쉽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라이엇코리아는 매출 약 3864억원, 영업이익 약 996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라이엇코리아는 LoL과 발로란트 등 게임을 퍼블리싱(유통) 받는 대가로, 미국 라이엇에 927억4100만원의 로열티를 냈다. 배당금도 1116억원을 지급했다. 라이엇코리아에서 라이엇 미국 본사로 들어간 금액은 총 2043억4000만원 가량으로, 지난해 매출의 52.87%에 달한다. 웹젠과 데브시스터즈 등 국내 중견 게임사 한 해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텐센트가 미국 라이엇 본사로부터 수익을 가져오는 과정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라이엇은 라이엇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 중이며, 텐센트는 미국 라이엇 지분의 100%를 갖고 있다. 지분 구조상 라이엇코리아는 중국 텐센트의 손자회사라고 할 수 있다.   

라이엇코리아 관계자는 "당사는 독립된 법인으로, 텐센트 관계자와 대화하거나 보고 하는게 없다"며 "텐센트와 라이엇의 수익 분배 방식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보유지분을 고려할 때, 라이엇 한국 법인과 미국 본사의 수익 일부가 중국 텐센트로 넘어간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기업 윤리 측면에서 라이엇코리아의 사회 공헌 정도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라이엇 코리아 기금으로 돌아온 여섯 번째 유물 '보록'. 사진=라이엇 게임즈
라이엇코리아 기부금으로 영국에서 돌아온 여섯 번째 한국 해외 유물 '보록'. 사진=라이엇게임즈. 

 

라이엇코리아 11년째 한국 문화재 환수 활동 지원... 총 76억 기부 

라이엇코리아는 올해까지 만 11년째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12년에는 LoL 한국형 챔피언(영웅) '아리'의 6개월분 판매금 전액을 조선시대 왕실 유물 보존과 국립고궁박물관 교육 편의시설 조성에 기부하기도 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게임 내 스킨 '신바람 탈 샤코'와 '팝스타 아리'의 6개월 판매 수익을 한국 문화재 환수 사업에 썼다.

라이엇코리아는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성공한 사례는 모두 6번 있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2014년 석가삼존도(미국) ▲2018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프랑스) ▲2019년 척암선생문집 책판(독일), 백자이동궁명사각호(미국), 중화궁인(미국) ▲지난해 보록(영국) 등의 문화재가 한국 땅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라이엇코리아는 2012년 5억원 기부를 시작으로, 매년 약 8억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다. 매년 8억원은 지난해 연 매출(개별 기준)의 약 0.21% 수준이다. 지금까지 기부금액 합계는 약 76억원이다.

라이엇코리아의 최근 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0년 매출 3746억2900만원, 영업이익 1678억6100만원 ▲2021년 매출 3870억9600만원, 영업이익 1613억2400만원 ▲지난해 매출 3786억3900만원, 영업이익 1084억1200만원이었다. 지난해 미국 라이엇에 전체 매출 중 47.12%에 달하는 2043억4000만원 가량을 지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LoL 세계관 K-pop 가상 그룹 'K/DA'의 객원멤버이자 롤드컵 중국 챔피언 '세라핀'이 2020 롤드컵 오프닝 무대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LoL 세계관 K-pop 가상 그룹 'K/DA'의 객원멤버이자 롤드컵 중국 챔피언 '세라핀'이 2020 롤드컵 오프닝 무대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문화재 환수 일부 기여... 게임 업데이트 등 텐센트 개입 불가피"  

라이엇은 한국 법인을 비롯해 각국에 흩어져 있는 자회사로부터 로열티와 배당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라이엇 수익구조를 볼 때, 각국 유저들이 아이템 구매 등을 위해 지출한 돈이 미국 라이엇을 거쳐 텐센트로 유입, '차이나 머니'(중국 거대 자본)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라이엇코리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일부 문화재가 실제 환수된 사례가 존재하지만, 만약 중국 내 한국 문화재가 있을 경우 이를 되찾아 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환수하는 문화재는 텐센트도 굳이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게임학회 관계자는 "지배구조상 라이엇 수익이 텐센트의 배를 불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미국기업으로 보기 힘들고, 중국 정부 정책을 벗어나는 이슈에 대해 텐센트 입장을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게임 업데이트나 대회 등 중국 정부 심기를 건드리는 내용이 있을 경우 텐센트의 개입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라이엇코리아 관계자는 "모회사가 텐센트라고 해도 라이엇 경영에 관여하는 형태는 전혀 아니"라고 해명했다. 특히 그는 "라이엇은 한국에서 문화유산 보호 사업을 가장 열심히 진행하는 기업 중 한 곳"이라며 "친중이란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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