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은 쏟아지는데"... 금융권, 보험사 M&A 손익계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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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은 쏟아지는데"... 금융권, 보험사 M&A 손익계산 분주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3.06.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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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재매각 실사 검토... 내달 입찰시기 예고
롯데손보, IFRS17로 영업이익↑... 건전성이 '관건'
KDB생명 매각 전초전 수면위... 흥행 기대감 높아
매각설 '악사손보'...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평가↑
'교보생명 인수자 0순위 부상...'하나·우리' 큰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등 매물이 올해 최대실적 견인에 힘입어 속속 쏟아지면서 M&A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M&A를 통한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노리던 금융사들은 수익 강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적극적으로 인수 허용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등 매물이 올해 최대실적 견인에 힘입어 속속 쏟아지면서 M&A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M&A를 통한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노리던 금융사들은 수익 강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적극적으로 인수 허용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올 1분기 최대실적에 힘입어 보험사 매물이 속속 쏟아지면서 M&A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M&A를 통해 비은행계열 강화를 노리는 금융사들은 수익 확대를 위한 기회로 삼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의 새 회계제도(IFRS17, IFRS9) 도입으로 생기는 보험사 이익 등 회계상 변화가 향후 잠재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인한 누적 손실이 인수자가 감내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보험사는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KDB생명보험 등이다. 

MG손해보험은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재매각 시기를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MG손보의 재매각 시기를 7월말로 예상하고 있다. 최초 매각 시도때와는 달리 재무상황이 변해 긍정적 실사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IFRS17이 도입되면서 가치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작년 감사보고서에서는 IFRS17이 적용된 만큼 원매자에게 제시할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바 있다. 

하지만 예보는 실사 검토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둘러싼 MG손해보험과 금융위원회간의 법적 공방이 아직 남아 있는데다 1심 판결이 내달 6일로 잡혀 있어 결과를 지켜본 후 매각시기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는 앞서 지난 1월 MG손보의 인수자 지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매각절차에 돌입한바 있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회계법인, 거래방식은 주식매각(M&A) 또는 자산·부채 이전(P&A) 형태로 추진했다. 이어 2월에는 매각주관사 삼정KPMG를 통해 MG손보 매각 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원매자에 제시된 3분기 재무제표 등은 구 회계기준(IFRS4)으로 작성됐다. 하지만 예비입찰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특히 MG손보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예보와 별개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이 우협 지위를 포기해 매각이 무산됐다. MG손해보험 매각가는 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각 5수생'으로 알려진 KDB생명은 최근 산업은행이 무상감자(減資)와 신종자본증권 인수 등을 추진하며 매각에 힘을 쏟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 5월 조기상환권(콜옵션) 이행을 목적으로 21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지 한달만이다. 내달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면 KDB생명의 자본금은 4743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무상감자는 자본감소 방법중 하나로 주주들에게 별도 보상없이 감자비율만큼 주식수를 없애는 것을 말한다. 통상 기업의 누적 결손금이 커질 경우 자본금 규모를 줄여 회계상 손실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용된다. KDB생명 관계자는 "주당가치 상향 및 이월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번 감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매각지분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92.73%다.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해말 삼일PwC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을 회계자문사로 선정해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시장에서는 KDB생명 매각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몸집을 줄여 인수자측의 부담을 낮출 ‘무상감자’가 매각 의지로 비치면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부채비율이 3007%에 달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상감자는 본격적으로 새 주인을 찾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면서도 “향후 인수하는 측이 산업은행에 일부 책임을 물어 일정부분 증자에 참여하라는 조건을 내걸수도 있다”고 말했다. 

잠재 매물중에는 롯데손해보험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적자 위기를 모면하면서 기업가치가 상승해 매각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내년에는 '롯데' 브랜드 사용기한이 만료되는데다 통상 사모펀드는 경영권 인수후 5년내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펼치는데 5년차 대주주가 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도 당장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2019년 10월 롯데그룹의 품을 떠나 JKL파트너스에 매각돼 오는 10월이면 만 4년이 된다. 롯데손보는 대주주 변경후 체질개선을 통해 보험업 본연의 내재적 가치 개선에 집중해 왔다. 특히 IFRS17 도입에 대비한 계약서비스마진(CSM) 개선과 건전성 제고에 힘을 쏟았다. 

롯데손보는 올 1분기 보험영업이익 470억원과 투자영업이익 580억원 등 총 10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창사이래 개별분기 기준 최대 이익으로 IFRS17하에서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지난해 IFRS17 도입에 대비해 손해율 관리가 어려운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는 대신 CSM 규모를 높이는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려 기업가치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악사(AXA)손보도 '보험사 단골 매물'에서 빼놓을 수 없다.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 주력 손보사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 90억원대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결손금이 수천억원에 달해 매각 흥행 가능성은 미지수라는게 업계의 예상이다.

그러나 최근 비은행계열을 확보하려는 은행권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악사손보가 MG손보, 롯데손보보다 매물가격이 저렴하고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악사손보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자동차보험 판매시스템이나 관리면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최근에는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줄이고 장기인보험을 늘려 보장성 위주 신규사업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보장성 인보험(장기보험)'은 CSM 비중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교보생명·우리·하나금융 보험사 눈독 

보험사 매물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내년 하반기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악사손보, 카카오손보 등 손보사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 M&A로 종합금융사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올 1월 사모펀드(PEF)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해 MG손보를 인수하려다 무산됐지만 지난 5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어 최근에는 악사손보 인수 검토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카카오손보와 컨소시엄을 이뤄 악사손보를 사들일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교보생명이 카카오손보와 악사손보 지분을 51%대 49%로 전량 매수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인수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이 매물가격으로 악사손보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된바 있어 현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손보와 함께 악사손보가 유력 매물로 떠오르는 이유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시 사업다각화를 하는데 알짜매물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경우 브랜드 가치로 몸값 상승에 유리하고,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 중심 포트폴리오의 매력이 향후 수익창출에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카카오와 컨소시엄을 이뤄 악사손보를 매수하면 초기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카카오가 가진 IT 플랫폼의 장점과 악사손보가 가진 종합손해보험 라이선스를 결합시켜 시너지를 배가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잠재적 인수자로 자주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에서 '비은행 강화'를 강조한 만큼 올해 새 보험사 인수에 나설 수 있다”며 “올해 새 회계제도 도입이후 보험사들의 이익이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서 지주사들도 이 기회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은 중소형생보사 하나생명, 더케이 손보를 인수해 출범시킨 디지털손보사 하나손보를 운영중이지만 두회사 모두 보험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다고 보긴 어려워 보험계열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추가 M&A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함영주 하나금융회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올초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업권별로 1등에 오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바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비은행부문 M&A의 가장 유력한 금융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금융은 2021년 지주사 전환이후 약 6조의 자본여력을 활용해 M&A에 나설 태세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우선 인수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왔으나 업권내 경쟁사가 늘면서 후순위로 생각했던 보험사부터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만해도 롯데손보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무건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예보 주도의 MG손보나 매각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악사손보가 유력한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손보의 경우 회사측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새 회계제도가 시행되면서 보험사 수익은 늘었지만 역으로 자본관리 부담이 높아져 향후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  

 

새회계기준 보험사 인수 藥될까 毒될까

올해 도입된 신회계기준이 보험사 인수기업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보험사 이익에는 기여했지만 향후 재무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수 있어 자칫 인수자들이 감내해야할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자산의 새로운 분류기준인 IFRS9 적용전 보험사들은 보유한 주식·채권의 가격변동에서 발생하는 평가손익을 미실현손익(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잡아왔다. 단순히 투자자산의 가격변동이라 주요 영업활동에 따라 실현된 이익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IFRS9이 적용되면서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인식, 보유 주식·채권의 가격변동은 보험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문제는 투자자산의 가격변동이 당기손익에 반영되면서 주식·채권시장 변동에 따라 보험사 당기손익이 이익과 손실을 오간다는 점이다. 통상 보험사는 다른 업권에 비해 장기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채권금리 변동에 취약한데 이로인해 향후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보험업계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에 대한 인수 의향이 있다해도 신회계제도 도입 영향을 더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사가 보험사 M&A를 추진해도 보험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수익창출사업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보험사 인수시 사업관련 실제 수익을 낼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예를들어 은행지주들은 시니어 관련 신사업이나 보장성 보험중 방카슈랑스 판매를 WM 영업 완화 통해 이익을 거두는 방안을 구상해 M&A시장을 다양하게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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