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횡령' 잇따르는데... 은행이 피해액 대신 갚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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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횡령' 잇따르는데... 은행이 피해액 대신 갚아줄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05.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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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보상' 5대 시중은행중 3곳만 '가능'
사례 다양... 변제 관건은 '은행 시스템'
횡령금 은행 변제시 배임죄 성립될수도
횡령 처벌 조항은 있는데 피해복구는 없어
회삿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왼쪽)와 공범인 친동생. 사진=연합뉴스
회삿돈 61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왼쪽)와 공범인 친동생. 사진=연합뉴스

은행원의 고객 돈 횡령 사건이 잇따르면서 금융소비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은행에 문제가 생겼을때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자는 5천만원이하의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지만 은행원 횡령시에는 ‘개인 절도’로 인식돼 해당 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은행원 횡령시 고객이 돈을 보장받을 수 없는지 5대 시중은행에 확인해 봤다.

5월초 B은행 강남지점에서 일하는 한 은행원은 고객 ‘예금’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횡령액 규모는 2~3억원 가량, 횡령 방식은 은행원이 여러번에 걸쳐 고객의 해지 예금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된 고객의 예금이 원상복구 됐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D은행에 근무한 한 형제는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은행 계좌에 있던 614억여원을 3차례에 걸쳐 인출했다. 이 사건에서 횡령금은 개인 돈이 아니라 중동국 해외법인의 돈이었다. 일단 D은행은 중동법인 N사에 600억원의 계약보증금을 우선 지급했다. 보상을 해준 것이다. D은행은 추후 형제에게 구상권 등을 청구해 해당 금액을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6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실처리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보상 불가 사례도 있다. 2021년 12월9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전주소재의 한 시중은행 부지점장이 69세 어머니의 은행예탁금 횡령후 극단선택 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딸이라고 밝힌 작성자에 따르면 F은행 전주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작성자 어머니가 은행에 예치한 고객예탁금을 횡령했지만 은행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피해보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은행이 변호사를 데리고 나타나 겁을 주고 언론 접촉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 있다며 협박도 했다고 밝혔다.

은행권 횡령·배임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은행권 횡령 및 배임사건 내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배임액 규모는 854억4430만원이다. 2021년 대비 738억7680만원이 늘어난 수치다.

그렇다면 은행원이 고객의 돈을 횡령했을 때 은행은 고객의 돈을 원상복구 해줄까.

5대 은행중 일단 3개 은행은 “복구해준다”고 답했다. 다만 횡령 케이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무조건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통적으로 답했다.

A은행 관계자는 “고객 과실없이 직원이 편취(횡령)하는 경우엔 은행에서 먼저 배상을 한다. 반대로 고객과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재판을 통해 배상책임과 과질을 따지게 된다”고 밝혔다.

B은행은 “횡령시 고객 돈을 반드시 보장해준다는 제도나 내부규칙은 없다. 도의적으로 보상해주고 은행이 횡령직원에게 소송 등을 통해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E은행 관계자는 “도의적 차원에서 최대한 원상복구를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횡령 케이스가 워낙 다양해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다. 예컨대 예금을 횡령했다고 가정했을때 고객이 해지를 하지 않았는데 은행원이 은행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횡령을 했다면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 고객이 예금을 해지하는 도중에 횡령을 했다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끝으로 예금 해지 후 횡령을 했다면 은행 보단 은행원 개인의 절도 범죄”라고 밝혔다. C‧D은행은 은행원의 일탈이기 때문에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횡령 피해 복구’ 제도가 있는지 금융감독원에 확인했지만 피해 안내 조치를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횡령 보상’에 대해 금감원 은행감독국 은행총괄팀은 “은행제도팀에서 다루는 내용”이라고 밝혔고, 은행제도팀은 “은행총괄팀이나 은행 검사국에서 다룰 안건”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본지가 직접 확인한 결과 은행원이 고객의 돈을 횡령했을때 은행이 직접 보상해주는 제도는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횡령금을 은행이 보상해야 한다는 제도는 없다. 그렇다고 은행의 잘못이 아닐때 보상(원상복구)을 하게 되면 은행은 배임이 된다. 아마 대부분의 은행이 작은 액수의 횡령은 비공식적으로 보상(원상복구)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은행사업의 DNA 자체가 ‘신용’과 ‘계산’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벌 완화 조건이나 합의 조건으로 고객 돈을 원상복구 시킬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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