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해외송금 7兆"... 檢 출신 금감원장에 은행권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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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해외송금 7兆"... 檢 출신 금감원장에 은행권 '초긴장'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08.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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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이상외환 거래 심각"
금융권, "대대적 검사와 제재 불가피"
우리은행, 신한은행 4.4조 의심거래 발견
최근 19억 횡령 지방은행 직원 구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가상자산 관련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외환거래 관련해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제재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씨감자까지 삶아 먹는 모습"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국내 주요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수상한 자금이 당초 예상치인 7조원(53억7,000만달러)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져 은행권에 진통이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이상 송금은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상외환 송금의 상당 부분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출발해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됐기 때문이다.

이는 이상송금 상당액이 결국 자금세탁과 연루됐을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송금에 협력한 은행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와 제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송금 관련 업체 직원들도 구속된 바 있다. 지난 9일 경찰은 한 지방은행의 영업점 대리급 직원 20대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혐의로 구속송치했다. A씨는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해외에서 송금되는 외환 자금을 고객 계좌가 아닌 지인의 계좌로 넣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총 10회에 걸쳐 약 19억2,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횡령한 돈으로 파생상품 등에 투자했다 현재 남은 돈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은행은 내부 상시 감사시스템을 통해 본 횡령 사실을 적발하고 지난 1일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14일 기준 금융권과 금융감독원 등에 의하면 지난달 말 우리은행, 신한은행을 통해 4조3,900억원(33억7,000만달러) 규모의 이상 해외 송금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당국은 모든 은행에 2조6,000억원(20억달러) 규모의 주요 점검대상 거래를 자체 조사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자체 점검 결과 당초 금감원이 추산했던 것보다 많은 액수의 의심 거래를 당국에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이상 해외송금 규모가 7조원을 넘었다는 정황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지난 6월 말 거액의 이상 해외송금 사실을 보고 받고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후 우리·신한은행 각각 1조6,000억원(13억1,000만달러)과 2조5,000억원(20억6,000만달러) 등 총 4조3,900억원의 의심 거래가 발견됐다.

이번에 찾아낸 해외 송금거래는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흘러나가는 방식이었다. 지난달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작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설·영세 업체를 통한 대규모 송금, 가상자산 관련 송금거래는 약 2조6,0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은행들이 2조6,000억원 규모의 주요 점검대상 거래를 자체 파악하는 과정에서 문제 되는 액수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상 해외 송금액 4조3,900억원을 포함해 총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은행들의 자체 점검을 통해 의심 거래가 새롭게 보고됨에 따라 금감원은 조만간 보고 액수가 큰 은행들을 중심으로 현장 검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7월 말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상 해외송금 거래 관련 점검 대상의 규모가 7조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국은 이 가운데 일부 정상적인 상거래에 의한 송금도 있으므로 7조원 모두를 이상 해외송금 거래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이상 해외 송금과 관련된 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통해 대규모 제재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가상자산 관련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외환거래 관련해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제재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씨감자까지 삶아 먹는 모습"이라고 날을 세웠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제재만으로 끝나지 않고 각종 금융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내부 통제 규범이 도입될 것"이라면서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당분간 또 한 차례 금융권이 몸살을 앓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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