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DLF '완승'... 비은행 계열사 확장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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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DLF '완승'... 비은행 계열사 확장 '청신호'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07.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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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분석... 1심 징계사유도 '면책'
사법리스크 털고 연임 가능성 커져
시민사회 "횡령·이상 외환거래는 별개"

 

서초동 법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서초동 법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항소심에서 당국에 완승을 거두며 사실상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발목을 잡아왔던 DLF건이 원만히 정리되면서 비은행 계열사 편입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등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완전민영화 등 공을 세운 손 회장의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당국의 중징계 처분에 불복해 제기했던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8-1부(이완희·신종오·신용호 부장판사)는 이날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1심에 이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반 사실에 관한 처분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금감원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로, 2019년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판매 당시 행장이던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통상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CEO는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태승 회장이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내면서 법정공방이 시작됐고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법리를 오해한 피고(금감원)가 허용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금감원 측이 제시한 5가지 징계사유 가운데 하나는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우리은행이 형식적으로는 내부 통제를 위한 금융상품 선정 절차로 '상품선정위원회'를 운영했지만 위원들에게 의결 결과를 제대로 통지하지 않는 등 형식적인 선에 그친 점은 제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해당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DLF출시가 부결될 수도 있었다는 취지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일하게 받아들여진 해당 징계사유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의 일부 미비점만으로 해당 기능이 구현될 수 없을 정도로 실질적 흠결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금감원이 지적하는 위반 사실은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권 "금감원이 무리한 징계 추진"

앞서 금감원 측은 손태승 회장에 대한 징계사유로서 △DLF판매 당시 불완전 판매(원금손실 가능성 미고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등을 들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것이 CEO 징계사유가 될 수 없음을 조목조목 예시했다.

취재진이 최근 입수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DLF와 같은 사모펀드의 특성상 원금손실의 조건을 따로 통지하는 규정이 없더라도 이것이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 22일 서울고법 행정8-1부(이완희·신종오·신용호 부장판사)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1심에 이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항소심 판결문 사본. 사진=양일국 기자
지난 22일 서울고법 행정8-1부(이완희·신종오·신용호 부장판사)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1심에 이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항소심 판결문 사본. 사진=양일국 기자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소비자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전산시스템, 관련 절차 규정 등을 상세히 마련한 이상... 금융소비자 보호 및 시장질서 유지 등을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업무 절차에 대한 사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금감원 측 입장과 관련해서 상품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통제 기준 준수위반 사례를 가져와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DLF 등 위험등급 1등급의 상품에 대하여 위험등급에 맞지 않는 '안정성 고려'를 투자 추천사유로 선택해 초고령자, 신규거래자 등에 대해 판매가 이뤄진 사례가 35.9% 확인됐으나 이는 상품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통제기준 준부 위반과 직결돼 있을 뿐이고, 이를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결론에서 재판부는 "(우리은행은) 펀드 지침, 리스크 관리지침, 내부통제규정... 등에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및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업무절차에 대한 사항' 등의 법정사항을 포함시켰다"면서 "(금감원이 지적한) 각 사정은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것으로... 내부통제가 마련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번 승소로 손태승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돼 그간 우리금융의 숙원사업이었던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면에서도 순항중이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사법부의 판단과 관련해 "이번 재판의 핵심은 우리은행에게 과오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과오로 CEO를 징계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면서 "DLF 판매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장치들을 재점검하고 고객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금융권 재판을 진행해온 변호사 A씨는 "전임 금감원이 CEO에게 무리하게 회초리를 휘두르다가 체면을 구긴 것"이라면서 "금융사는 재판에 이겨도 수년간 경영 차질로 빚은 손해를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결국 관에 밉보이면 민간 기업만 고통받는다는 '갑의 진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이번 DLF 승소는 그간 논란이 된 수백억원 횡령, 이상 외환거래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이번 재판결과로 금감원의 시장 기강확립의 동력이 약화돼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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