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安·黃 "김기현 사퇴하라"... 홍준표 "더티 플레이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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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安·黃 "김기현 사퇴하라"... 홍준표 "더티 플레이 역겹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3.03.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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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다른 두 후보 오월동주(吳越同舟)
"관련 의혹, 반드시 함께 진실 규명할 것"
김기현 측 "사실상 경선 결과 불복 선언"
洪 "전당대회 끝나면 곤란한 입장 처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쟁 상대인 김기현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쟁 상대인 김기현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대표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안철수·황교안 후보가 울산 땅 투기 의혹과 대통령실 개입 논란을 문제 삼으며 김기현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지지율 1위 후보를 에워싼 협공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가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흐르자 당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안철수·황교안 두 후보가 끝까지 더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기가 참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황교안 후보는 7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두 후보는 기자회견문에서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역대 가장 혼탁한 전당대회가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당이 분열해 대통령께 큰 짐을 지우게 될 것이고 결국 내년 총선에서 패배해 윤석열 정부를 지켜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대해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한다는 것은 헌법·법률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선 "국민의 가장 큰 역린을 건드려놓고는 농담조로 받아들여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자격 없는 후보가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우리 총선은 정말 망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황교안 후보도 "김기현 후보는 울산 땅 투기 의혹의 장본인임에도 지금까지 거짓된 변명과 회피로 일관했고 국민의힘을 대표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보폭을 맞췄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이 (김기현 후보에 대한) 최후통첩으로 오늘 바로 사퇴를 하라"고 했다. 아울러 "만약 사퇴하지 않는다면 이번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과 대통령실 행정관의 전당대회 개입 과정에 대한 모든 증거를 갖고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두 사건은 우리의 도덕성과 윤석열 정부의 공정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가 끝나더라도 당 차원에서 진실이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두 후보는 전당대회를 하루 남겨놓고 긴급 회동을 가진 계기에 대해 "저희는 같은 고민 오래 해왔지만 선거 준비로 각자 바빴고, 결과를 기다리는 와중에 의견을 교환하며 같은 생각을 나누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은 안철수 후보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다만 두 사람은 연대(連帶)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들은 이번 기자회견을 연대의 시그널로 봐도 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적 성향이 확연히 다른 두 후보가 오월동주(吳越同舟)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후보는 전당대회 막판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대통령은 모르고 계셨을 것이고 (대통령께선) 신년사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윤심(尹心)은 없다는 말을 그대로 충실하게 지키고 계시다"고 반박했다.

해당 의혹을 두고 직접 대통령과 만나 논의할지에 대해선 "내일 (대통령께서) 전당대회에 오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진 모르지만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시장경제 DB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시장경제 DB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당대회 결과 발표를 앞두고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는 분위기와 관련해 "경선이 끝나고 나면 곤란한 입장에 처하는 사람들이 많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철수·황교안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두 후보가) 더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참 역겹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준표 시장은 또 "안철수 의원은 지금 세 들어 사는 집을 주인이 내놓으라면 내놓고 본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준석 전 대표와 부딪치니 경선을 하든지 어찌 됐던 둘 중 하나는 내년에 우리 당 이름으로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황교안 후보에 대해선 "지역구가 없어서 출마할 곳을 찾는 게 급선무인데 이번 대표 선거에서 보여준 어른 답지 않는 모습으로는 차기 어느 곳도 출마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고 꼬집었다.

김기현 후보 측은 안철수·황교안 후보의 요구에 대해 "사실상 경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선언이고 충격적"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시관 김기현 캠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치적 지향점이 전혀 다른 두 후보가 갑작스레 연대해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촌극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대다수 당원들이 투표를 마쳤고 결과 발표도 하루 앞둔 시기인데 패색이 짙어졌다고 두 후보가 힘을 합쳐 (당원들의) 명령마저 듣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민주주의 꽃인 경선 정신을 훼손하는 아집이자 독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시관 수석대변인은 "정당 분쇄기라는 안철수 후보와 보수정당 최악의 패배를 겪은 황교안 후보가 손잡고 또다시 국민의힘을 분열시켜 총선 참패로 밀어 넣으려는 것은 아닌지 100만 당원이 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선을 승복하는 것이야말로 안철수 후보가 우리당에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진정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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