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주 강제 매각법' 삼성생명법... 주주·고객 모두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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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주 강제 매각법' 삼성생명법... 주주·고객 모두 손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12.1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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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법 오해와 진실①] 주주, 진짜 득될까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국회 정무위 심사
보험사 보유 주식 규제, '취득원가'→'시가' 변경
박용진 "현행법 그대로 유지하면, 삼성만 특혜"
무배당 가입 660만, 전자 주식 매각해도 혜택 無
삼성전자 수익률 95%... 연평균 배당익 7400억
"전자 주식 매각,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꼴"
개정안 명분 '금산복합 리스크'... 실현가능성 없어
삼성생명 본사 전경. 사진=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 본사 전경. 사진=삼성생명 제공

[편집자주]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 규제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이용우 의원이 2020년 6월 각각 대표 발의한 동 법률안은 삼성의 지배구조 해제를 정면으로 겨냥해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린다. 

금융선진국인 미국, 일본의 관련 법제와 비교해도 ‘시가’를 기준으로 한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규제는 그 사례를 찾기 어렵다. 법률안 통과를 찬성하는 이들은 “보험 납입자가 불입한 돈이 일부 재벌 오너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실체가 없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에 의문이 있다.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지난해 1분기에만 8000억원이 넘는 특별배당을 받았으며 그 결과 회사는 1조원이 훨씬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시장경제>는 재계와 금융권 최대 현안인 삼성생명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을 되짚고, 관련된 주장의 당부를 가늠하기 위한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마련했다.
 

'삼성생명명'을 둘러싼 근본적 의문... 목적이 무엇인가?

박용진·이용우 법률안의 핵심은 보험사의 외부 주식 보유한도 규제 기준을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하는 데 있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보험사는 시가 기준 총 자산의 3%, 자기자본의 60%를 초과하는 보유 주식을 정해진 유예기간 안에 모두 처분해야 한다.

올해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5억815만주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은 8.51%.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 8880만주를 보유해 이 회사 지분 1.49%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화재 지분율은 합계 10.00%이다.

삼성생명의 총 자산은 314조원. 주당 6만원 내외를 오가는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가치는 31조원 수준이다. 같은 방식으로 삼성화재 보유 삼성전자 주식가치를 산정하면 약 5조원 정도이다.

‘3%’룰을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22조원 상당, 삼성화재는 3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25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린다. 이 경우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삼성의 경영권이 흔들릴 위험성은 차치하고 이같은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위 법률안을 강행처리해야 할 당위성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금융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위 법률안에 고개를 돌리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시장법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인 A교수는 위 법률안에 대해 “삼성 경영권을 흔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며 “명분도 실리도 없는 법률안”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주식 매각, 삼성생명 가입자에게 혜택 될까?

이같은 지적에 대한 박 의원의 답변은 그가 지난달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삼성생명법,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위한 법이고 700만 넘는 주주와 계약자 돈 벌어주는 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의원은 “삼성생명법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한 명한테만 좀 곤란할 뿐 700만이 넘는 국민들에게 좋은 법입니다. 삼성생명 160만 유배당 계약자들이 수 조원을 배당받고, 12만 삼성생명 주주들도 주가상승의 수혜를 입게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 논리에 대해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정당성을 부여할 목적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적지 않다. 삼성생명 가입자(계약자)는 800만 명이 넘는다. 이 중 삼성전자 매각으로 일시적 배당금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유배당 상품에 가입한 140만명 뿐이다. 무배당 상품 계약자는 이보다 4배가 넘는 660만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삼성전자 주식 매각은 혜택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돌아올 뿐이다. 유배당 가입자와 무배당 가입자 규모를 단순비교해도 박 의원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삼성전자 주식 팔면, 삼성생명 주주 수혜” 주장은 근시안적

삼성생명 주주들이 주가 상승의 수혜를 입는다는 주장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다고 해서 삼성생명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주장은 근시안적이다. 매각으로 생명의 유보금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는 있으나 사실상 국내 유일의 초우량 투자처를 잃은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10년 누적수익률은 95%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누적수익률이 20%에 그친 사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이같은 장기 수익을 낼 수 있는 국내 주식은 사실상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것이 증권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 주식 매각 시 삼성생명의 미래 수익이 악화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상당하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보유로 한해 평균 7400억원의 배당수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특별배당금으로 8020억원을 받았다. 이처럼 고수익을 올리는 투자처를 잃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산운용’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높은 배당이익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초우량주’를 버리고 이보다 수익률이 낮은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주식 매각이 삼성생명 주주들에게 수혜가 된다는 박 의원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전자 실적 악화가 생명에 부담? ‘금산복합 리스크’ 없어

삼성전자 실적 악화가 삼성생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금산복합 리스크'는 위 법률안 통과를 지지하는 이들이 즐겨 인용하는 이유이다. 이 논리는 듣기 그럴 듯하지만 '실증 데이터'에 반한다.

삼성생명 총자산 314조원 중 삼성전자 주식 비중은 9% 가량이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신재무건전성 기준(K-ICS)'을 적용해도 금산복합 리스크는 결코 우려할 수준이 못된다.

새 기준으로 평가한 삼성생명 재무건전성은 213%. 금융감독당국 권고 수준인 150%를 크게 상회한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금산복합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삼성전자 주가가 현재보다 50% 하락해 2만8000원 수준에 그친다고 해도 삼성생명 재무건전성은 189%로 건재하다.

보험업법이 외부 주식 보유한도를 규제하는 본질적 이유는 ‘고객(보험가입자)이 낸 돈을 그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전용할 위험성’을 방지하는 데 있다. 이것을 박용진, 이용우 두 의원은 ‘고객이 낸 돈이 재벌 총수의 그룹 경영권 방어에 쓰이는 폐단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텍스트로 치환했다.

삼성전자의 직전 10년간 누적수익률, 삼성전자 주식 보유로 삼성생명이 매년 벌어들이는 배당수익, 새로 강화되는 건전성지표 적용 결과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할 때, 삼성생명법 국회 통과를 찬성하는 이들의 논리나 주장은 근거나 없거나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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