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익(國益) 해치는 삼성생명법, 이래서 '정치는 4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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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익(國益) 해치는 삼성생명법, 이래서 '정치는 4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12.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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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기업이익 해치는 삼성생명법 폐기해야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한국은 의원 입법 형태로, 전체 법률의 80%가 엄격한 영향평가 없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

지난해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2021 투자환경 보고서' 내용 중 일부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못미치는 우리의 부실한 입법 절차를 신랄하게 꼬집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반기업·반시장적 풍토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자천타천 거대 야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이용우 의원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워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리는 이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기준을 기존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안 원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보험사는 시가 기준 총 자산의 3%, 자기자본의 60%를 초과하는 계열사 주식을 정해진 기간 안에 모두 매각해야 한다. 법률안 시행 시 국내 시총 1위이자 법인세 납부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린다.  

'삼성생명법'의 의도는 명백하다.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끊어내려는 것이다.  

'삼성저격수'를 자처하는 박 의원은 "삼성생명이 주주와 계약자들 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사들였고, 이는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강화 목적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됨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며 "700만이 넘는 주주들과 계약자들이 돈 버는 법"이라고 개정안 국회 통과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박 의원이 법안 통과의 명분으로 제시한 표제어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규제 기준을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박 의원은 강조했다. 규제 기준을 취득원가로 규정한 현행 보험업법을 '재벌을 위한 특혜 부여법' 정도로 인식하는 일부 반기업 성향 매체는 박 의원 등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용해 같은 주장을 기사화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팩트와 거리가 멀다.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를 법으로 규제하는 국가는 주요 선진국 중 한국과 일본 뿐이다. 세계 최고의 금융선진국인 미국은 이같은 법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의 경우 주(州)법으로 보험사의 '업종별' 주식 보유 한도를 규제할 뿐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상 특정 업종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이다. 그마저도 규제 기준은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이다. 일본 보험업법도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규제 기준으로 '취득원가'를 채택하고 있다.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규제 기준을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 

 

"고객이 낸 돈 악용" 주장은 왜곡... 검찰 수사가 증명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그 대가로 삼성생명은 매년 평균 7400억원 상당의 배당이익을 얻는다. 그 이익은 이익잉여금 등의 형태로 삼성생명 주주들에게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 주주들이 손해를 입거나 손해가 확대될 위험에 놓여 있다는 주장은 실체가 없다. 

보험가입자들이 낸 돈을 이재용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해 멋대로 쓰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 회장과 그 일가, 즉 특수관계인이 삼성생명의 돈을 가져다 쓴 사실이 있어야 한다. 혹은 이 회장 일가가 지분을 움켜쥔 위장계열사에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준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이 회장과 삼성 핵심 계열사에 대한 5년이 넘는 검찰 수사 결과, 이런 정황은 전혀 드러난 것이 없다. 보험가입자 혹은 계약자들이 불입한 보험료를 이 회장 경영권 강화를 위해 전용했다는 주장의 진위는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가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삼성생명법은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도, 회사 이익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되레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혼돈이 증시를 집어삼키는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대 40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리는 그 순간 대한민국은 '반도체 주권'을 상실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 고(故) 이건희 회장이 1995년 4월 베이징에서 한 말이다. 뼈를 깎는 노력과 인내로 기업은 초일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2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 정치수준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주주의 이익, 기업의 이익, 국가의 이익을 모두 고려한다면 별칭부터가 편향적인 삼성생명법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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