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대평가로 성과급 깎나"... 삼성화재, 인센 기준 변경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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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대평가로 성과급 깎나"... 삼성화재, 인센 기준 변경에 '시끌'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12.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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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달성장려금(TAI) 최하 90%서 50%로 축소
"개인 노력·성과 무시하는 처사" 내부 반발
사측 "약 80% 직원들이 더 많은 성과급 받을 것"
삼성금융 계열사 중 삼성화재가 내년부터는 현장 직원 대상으로 실시되는 TAI(목표인센티브) 지급방식이 바뀐다. 기존에는 절대평가방식으로 적용해 현장인센티브를 적용했다면 앞으로는 부서 간 상대평가 지급률 방식을 사용한다. 이로 인해 내부 및 현장에서는 혼란이 예상된다. 삼성화재 본사. 사진=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가 내년부터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 방식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절대평가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부서 간 상대평가 지급률 방식을 적용한다. 내부·현장에서는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삼성화재 제공

(시장경제=문혜원 기자) 삼성화재가 현장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을 내년부터 부서별로 상대평가를 매겨 차등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절대평가방식을 뒤엎는 셈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본지 취재 결과 삼성화재는 지난 19일 임직원들에게 올해 하반기 TAI 결과와 내년 목표 인센티브 운영 방침을 통보했다. TAI는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삼성금융 계열사 전사 평균을 기준으로 삼성화재는 93.5%의 TAI를 지급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새 TAI 제도의 골자는 기존 현장부문과 스탭부문을 분리 운영하면서 절대평가방식을 폐지하고 내년부터 부서 간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절대평가방식은 일정 목표를 세우고 개인 직원의 영업성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반면 상대평가는 부서 직원들의 성과를 비교·반영하기 때문에 지급율 편차가 커지게 된다.

삼성화재는 그간 연초 목표 관리(MBO)를 세우고 핵심성과지표(KPI) 평과 결과에 따라 90~110%의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팀평가, 사업부평가, 회사평가를 통해 A, B, C등급으로 나눈 뒤 각 등급의 퍼센테이지를 산정하는 식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서별로 등급 평가를 매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산정 방식은 사업 실적을 A~D등급까지 4개로 나눠 조직평가 비중을 반영한다. 지급방식은 차등 배분으로 한다. 지원부서 스탭의 경우 평균지급률을 적용한다. 현장부서는 상대평가 후 지급률(50~100%)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A부서가 상위 등급을 받으면 한 달치 기본급의 최대 100% 지급률을 적용한다. 나머지 B부서는 80%, C부서는 60%, D부서는 50%를 제공한다. 또한 회사 평가 50%, 조직 평가 50%를 통해 매트릭스를 산정한다. 평가 대상이 되는 조직은 개인, 전략(사업단·지점), 자보(보상부·센터), 일반(영업팀), 자산(융자부서)이다.

삼성화재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새로운 TAI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직원 간 경쟁을 부추기고, 인센티브를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개인이 열심히 영업을 뛰어 인센티브 90%를 받았다면 앞으로는 부서 전체를 평가하기 때문에 자칫 한 명이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성과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비판했다. 

삼성화재 노조는 최근 홍원학 대표이사에게 새 TAI 제도 시행 중지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낸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성과급 기준 최하를 90%에서 50%로 낮춘 것은 반기 목표 달성률이 낮은 부서에게 절반 정도만 주겠다는 의도”라며 “앞으로 변경될 제도는 직원을 넘어 부서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빈익빈 부익부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측은 해당 제도에 대해 지급 방식은 변화하지만 성과급 총액은 사실상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새 제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10명 중 8명 정도는 기존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왔다”며 “기존보다 성과가 낮은 경우는 안좋을 수 있지만 약 80%에 해당하는 직원들이 더 많은 지급률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화재의 새 TAI 제도가 직원들을 우회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과도한 성과 요구 탓에 특정상품으로 판매가 치우치면서 불완전 판매,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통상 보험사들은 직원들에 대한 성과평가지표(KPI)를 운영하면서 보험금 삭감액이나 삭감지급 건수 등으로 실적을 산출하고 목표 대비 달성률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관행이 있다”면서 “이는 손해율 상승은 물론 향후 회사 경영부실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삼성그룹 직원들은 통상 연초에 1회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금(OPI·옛 PS)과 6개월마다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 두 가지 방식의 성과급을 받는다. TAI는 성과에 따라 최대 월 기본급의 100%를 주고, OPI는 초과이익의 20% 내에서 연봉의 50%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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