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접고 맥주로... 신세계, 酒랜더스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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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접고 맥주로... 신세계, 酒랜더스 꿈꾸나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3.12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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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 프레시 투데이... 맥주 사업 시동
카스·테라 등 치열한 경쟁 뚫기 어려워
야구단 인수 통한 스포츠 마케팅 활용
맥주 전문가 우창균 대표 영입도
제주소주 푸른밤. 사진= 신세계
제주소주 푸른밤. 사진= 신세계그룹

신세계가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제주소주를 접고 맥주 사업 진출을 노린다. 치열한 맥주 시장에서 안착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야구단 인수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에 기대를 하는 눈치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3일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제주소주의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신세계 측은 수익성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사업을 접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주소주 임직원들은 개별 면담을 통해 이마트나 신세계L&B로 전환배치될 예정이다. 

신세계는 2016년 190억원을 투입해 제주지역 소주 업체인 '제주소주'를 이마트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후 제주소주의 '푸른밤'을 론칭하며 업계에 뛰어들었다. 초기 '정용진 소주'로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인식됐지만 주류 시장 경쟁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

제주소주는 2016년 19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7년 60억원 ▲2018년 127억원 ▲2019년 141억원 등으로 매해 적자규모가 불어났다. 이마트는 2016년부터 총 6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67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반등을 이루진 못했다. 지난해 제주소주 매각설까지 나올만큼 상황이 악화된 끝에 사업을 접게 됐다.

신세계는 소주 사업을 접는 동시에 맥주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신세계L&B가 '렛츠 프레시 투데이(Lets Fresh Today)'라는 이름의 상표를 신규 출원했다. 업계는 상표 디자인에 보리가 그려져있어 맥주 관련 상표로 보고 있다. 실제 신세계L&B는 해외 주류 업체와 협업해 렛츠 프레시 투데이라는 상표로 국내 유통하는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신세계L&B가 주류 제조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OEM방식(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맥주를 유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편, 업계는 현재 국내 맥주 시장 경쟁이 치열해 신규 진입을 통해 안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국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롯데주류와 중소·해외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주류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익숙한 제품을 찾는 경향이 짙어 신규 사업자가 진출하기엔 쉽지 않다. 또 무료 시음회나 프로모션 등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돌려야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마케팅 전개도 어렵다.

다만 신세계가 최근 야구단을 인수한 것은 마케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구장 내 주류 음용은 맥주로 제한돼 관중을 대상으로 시음 등의 마케팅을 진행하기 수월하다. 일반적으로 야구장 내에서 맥주 판매는 1개 브랜드로 국한하는 경우가 많아 문학구장을 중심으로 한 저변 확대를 기대할수도 있다. 

주류업계는 신세계가 맥주 전문가인 우창균 대표를 신세계L&B로 영입한 것이 맥주 사업 진출을 위한 염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 대표는 1986년 12월 두산그룹 동양맥주에 입사한 이후 1998년 오비맥주, 2002년 두산 주류부문, 2009년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등을 거쳤다. 특히 롯데주류에서 클라우드 태스크포스(TF)를 맡아 롯데그룹의 첫 맥주인 '클라우드'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끈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야구장 내 맥주 음용이 가능하니 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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