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분쟁, 2심도 삼성생명 승소... 준법委는 6월 중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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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험 분쟁, 2심도 삼성생명 승소... 준법委는 6월 중순 결론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5.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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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 "6월 4일 정기회의서 논의... 최종 결정은 보험사가 해야"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 앞 '보암모' 농성현장. 사진=양일국 기자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 앞 '보암모' 농성현장. 사진=양일국 기자

요양병원 보험금 지급 범위를 놓고 삼성생명과 분쟁 중인 암환자들이 최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신고 제보를 하면서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국회에도 해당 문제를 청원해 이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향후 국회와 준법감시위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요양병원에 대한 보험금 지급범위를 두고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보암모)와 삼성생명의 강대강 대치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암에 대한 '직접치료'에 한해서만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자들은 "약관에 사실상 요양병원도 보장하게 돼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8일 보암모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가입당시 약관을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약관에 따르면 △의사로부터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의료법 3조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의사 관리하에 치료에 전념한 것을 입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보암모 관계자는 입원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보험사를 상대하는 암환자 모임(보암모) 제공
사진=보험사를 상대하는 암환자 모임(보암모) 제공

취재진은 의료법 3조 2항을 검토한 결과 요양병원도 의료기관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암모 관계자는 "우리가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약관에 명시된대로 보험금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제공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제공

삼성생명 관계자는 18일 "과거 90년대에 판매하던 보험 상품 약관에도 암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경우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약관에 직접치료라는 단어가 없었을 뿐 암 보장의 범위는 이미 명시돼있다는 취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요양병원 치료 가운데 주치의로부터 필요한 치료였다는 소견서를 받아 제출하면 재심사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경우에도 약관대로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할 경우 보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보암모 관계자는 "가입 당시 요양병원에 대해 선별해서 보장한다는 설명이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자신이 삼성생명 소속으로 설계사들을 교육시킨 경험이 있다고 밝힌 다른 보암모 회원은 "과거 요양병원도 보장된다고 (예비 설계사들을) 교육시켰고 설계사들도 고객들에게 그렇게 말하며 영업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은 이미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보암모 회원이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가 '직접치료'에 해당하지 않으며, 수시로 외출을 하는 등 치료에 전념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해당 회원은 "당시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어렵게 외출한 것이다. 최근 암 상태가 악화돼 절제수술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 법원은 보암모 회원에 대해 대학병원에서 받은 항암치료로 암 크기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가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치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혼자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20회 정도 외출이나 외박까지 했다는 점에서 굳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특히 법원은 이번 판결문을 통해 직접적인 암 치료를 위한 요양병원 입원 요건을 자세하게 규정했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거나 투여되는 약물과 관련해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 음식물에 대한 관리나 약물 투여·처치가 계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어 통원이 치료에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 등을 요양병원 입원 사유로 꼽았다.

나아가 법원은 판결에서 보험의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인 '대수의 법칙'을 언급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사고 발생에 대비한 공평한 위험 분담을 위해 대수의 법칙을 기초로 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하지만 특정인이 불필요한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면 이는 다른 보험가입자 비용으로 전가된다.

항소심 판결을 두고 법원이 암 치료 명목으로 요양병원 입·퇴원을 반복한 뒤 막무가내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보암모 회원들은 작년 9월부터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 앞에서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항의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사옥 2층 고객센터를 점거해 항의 수위를 높였다. 삼성생명 측은 지난해 10월 보암모 대표 김모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측은 사옥 내 농성중인 회원들에게 2차 출석명령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옥을 점거중인 6명의 회원들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받기 전에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대강 대치가 한창이던 지난 12일 면담이 이뤄졌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참석했던 보암모 관계자는 "작년 국회에 이 문제를 청원했고 최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도 신고했는데 삼성생명 관계자가 그 점을 불편하게 여기는 기색이 보였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국회에 해당 내용을 문의했다. 국회 청원업무 관계자는 "2019년 6월 27일에 접수돼 현재 정무위에 회부된 상태다. 이달 말 위원회 차원에서 판단할 수도 있고 국회 본회의로 상정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전직 국회 관계자는 "정무위가 이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 관계자를 정무위로 불러서 중재를 제안하는 정도가 현재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치"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회 관계자는 "이달 말 회기 종료까지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안건이 폐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접수된 신고도 확인됐다. 준법감시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초 신고제보가 접수됐다. 6월 4일 정기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빠르면 그 다음주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관련 소송이 진행중이므로 최종적인 판단은 삼성생명이나 법원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준법감시위 역시 권고 수준을 넘는 구체적 해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다. 

보암모 관계자는 "12일 면담에서 삼성생명 관계자가 준법감시위의 판단을 기다려보자고 했다. 보험금 지급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보험사에 있음에도 감시위에 떠넘기는 것 같아 회원들이 동요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외에도 보암모 측은 사옥에서 농성중인 환자들만이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면담에 참석했던 삼성생명 관계자는 "규정상 언론사와 직접 접촉할 수 없다. 양해해달라"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다른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면담의 성과를 묻는 취재진에게 "면담은 정례적인 것이었으며 특별한 진전사항이 없어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 법조인은 현 분쟁상황과 관련해 "같은 약관을 두고 사측은 요양병원 선별 보장의 근거로, 환자모임 측은 조건 없는 보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한쪽이 100%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생명이 최근 치료 목적이 아닌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서도 일부 보장하는 양보를 했다. 환자 모임이 화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암 환자들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강대강 대치국면이 길어질수록 보험사는 이미지 타격으로 입는 손해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금융당국도 환자들의 입장을 배려하도록 권고했다. 정무위와 준법감시위도 환자들 입장에 서서 판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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