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삼바 지분' 팔아 삼성전자株 매입?... 소설같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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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삼바 지분' 팔아 삼성전자株 매입?... 소설같은 얘기"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8.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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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법' 국회통과 가능성에 주가 요동
통과되면 계열 주식 시가로 자산 3% 제한
생명, 23兆 전자지분 팔게 돼 지배구조 고리 끊겨
전문가들, "삼성 쉽게 경영권 내놓지 않을 것"
"삼성바이오 주식 매각설은 소설...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격"
삼성생명 사옥.사진=시장경제DB
삼성생명 사옥.사진=시장경제DB

삼성생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렸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토록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배당 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법'이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주가는 8월 10일부터 14일 사이 4거래일 동안 46% 급등하고 14일엔 9% 급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의 주가도 14.89%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가에선 21대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은 보험사의 주식 취득한도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6월 중순 발의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취득원가 기준으로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 기준이 문제가 되는 유일한 보험사가 삼성생명인 이유로 세간에선 '삼성생명법'으로 통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처음 취득한 당시는 5,447억원(주당 1,072원)으로 3월 기준 총자산 230조원의 0.24%에 그친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식을 14일 종가(5만8,000원)로 계산하면 29조4,731억원으로 크게 불어나게 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총자산 대비 12.8%에 해당하므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약 23조원 가량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매각차익에 대한 법인세만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화재 역시 5조3,000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될 경우 자산의 3%에 해당하는 2조원을 제외한 3조3,000억원 가량을 매각해야 한다.

증권가는 일단 삼성생명법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매각할 경우 약 11조4,000억원이 삼성생명에 귀속될 것이며 목표주가는 66.7% 오른 9만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달라지는 것은 배당이 늘어나는 것 뿐"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금융권 전문가들은 순환출자를 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전체 지배구조를 와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의 17.48%를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가지고 있고 삼성생명은 8.51%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으로 삼성전자 경영권을 아슬아슬하게 확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만약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연쇄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내 경영권이 흔들리게 된다. 삼성그룹에게 '삼성생명법'이 큰 도전인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8일 "고객이건 주주이건 삼성생명을 선택했을때는 삼성전자같은 우량주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이제와서 고객들의 동의 없이 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팔아 재원을 마련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공상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삼성전자 지분을 파는 것을 씨암탉을 잡는 것에 비유한다면 삼성바이오 주식을 파는 것은 그보다 더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계 관계자 역시 "늘 그래왔듯 삼성생명은 길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고, 통과된다해도 여러가지 유예조건 등을 물밑에서 협의중일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국회에서 논의중인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삼성생명의 2분기 실적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4,48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093억원 대비 45% 급증했다. 6월말 기준 총자산은 317조8,000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급여력비율(RBC)은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두 배 이상 상회한 337%로 역시 업계 최고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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