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어린이집 "보암모 욕설·확성기에 고통... 집회 금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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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어린이집 "보암모 욕설·확성기에 고통... 집회 금지해달라"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6.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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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암환자모임, 집회금지신청 첫 심문
어린이집 2곳도 "욕설·고성으로 아이들 피해"
암환자 측 "집회·시위는 헌법적 권리"
법조인들 "업무방해 인정될 소지 크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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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보험금 지급범위를 두고 삼성생명과 암환자 모임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집회중지 가처분 소송에서 삼성생명 측이 시위대의 사실왜곡과 영업방해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반면 암환자 모임(보암모) 측은 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법리적으로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한경환 부장판사)는 10일 삼성생명과 계열사,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삼성생명서초타워 내 어린이집 2곳이 보암모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을 열었다. 

삼성생명 측의 가처분 소송은 보암모 회원들이 지난해 9월부터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 안팎에서 항의 시위를 해온 것이 발단이 됐다. 보암모 회원 일부는 사옥 2층 고객센터를 점거해 농성 중이며 다른 회원들은 사옥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에서 시위 중이다. 

삼성생명 측은 보암모 회원들이 시위 도중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해 사측의 명예를 훼손하고, 확성기 소음으로 업무를 방해한 점을 문제 삼았다. 시위현장 인근의 2개 어린이집 역시 시위대의 욕설과 소음으로 어린이집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고 원아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삼성생명(채권자) 측에 "(요양병원 관련해) 직접치료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렇다고 해서 '보험사가 약관을 위반하고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모두 허위사실이고, 집회를 금지해야 할 사안인지는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보암모(채무자) 측 변호인에게 "삼성생명이 문서위조, 고객정보 조작, 사기를 쳤다는 (시위대의) 주장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아니면 추측에 의한 것인지 듣고 싶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들은 단순히 보험사가 약관을 지키지 않는다는 주장과는 뉘앙스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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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 측 변호인은 이미 법원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시위대가 '사측이 약관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암환자 모임이 '삼성생명이 금감원 지급권고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문제삼았다. 채권자 측 변호인은 "금감원 권고는 향후 지급기준과 약관 등을 개선하라는 취지였지 지급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관 위반 여부는 현재 분쟁중인데 (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기 전에) 채권자의 영업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시위를 계속 방치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자 측 변호인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직접목적이라는 (지급)기준이 애매하다. 이를 삼성생명이 너무 좁게 해석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또한 "한 시간도 서있기 어려운 위중한 환자들이 왜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식으로) 집회신고를 하고 시위를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라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는 시위대의 주장 가운데 일부 지나친 측면이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채무자 측 발언이 끝나자 채권자 측 변호인은 재차 발언기회를 요청한 뒤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선을 넘는 부분에 대해 규제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수용하고 감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심문은 오늘로서 종결하겠다. 19일까지 추가자료를 제출하면 그것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공지하고 1차 심문을 종료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집회를 중지해달라는 이번 삼성생명 측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 현직 변호사는 "정상적인 법적 프로세스가 작동한다면 이번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사고로 피해자들이 병원을 점거하는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채무자 측 변호인이 강조했던 집회·표현의 자유에 대해선 "그러한 권리들은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성립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른 법조인은 "국민들 시선에 몰려있는 사안이므로 재판부가 법리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먼저 고려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어린이집이 이번 소송에 참여한 것은 암환자 측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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