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비 인건비 줄이려다 사고"... 현대오일뱅크 악취, 곳곳서 의혹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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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비 인건비 줄이려다 사고"... 현대오일뱅크 악취, 곳곳서 의혹제기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4.2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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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공장 악취 발생 사고, 대정비 전날 밤 10시쯤 발생
노동·시민단체들 "대정비 일정 맞추려 가스배출 무리수"
"정비 하루만 지연되도 수천명 인건비 손실... 인위적 행위 가능성"
현대오일뱅크 "잔여가스 회수 과정서 사고...대정비와 관계 없다"
일부 근로자 증언 "일반 정유공장서 나는 냄새와 달랐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했다. 사진=헬로TV뉴스 캡처
지난 8일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했다. 사진=헬로TV뉴스 캡처

최근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악취 사고’와 관련, 사측이 당초 계획한 대정비 일정을 맞추기 위해, '불연소'된 잔여 가스를 무리하게 과다 배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사고가 발생했다. 악취로 현대오일뱅크 공장 인근 주민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통과 구토 증세 등을 보였다. 인근 주민 80여명은 현대오일뱅크 측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서산중앙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대정비를 앞두고 필요 공정의 처리 부하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LPG를 회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약 40분간 굴뚝 연소시설인 플레어스택으로 잔여 가스가 과량 유입됐다. 불완전 연소된 가스가 배출되면서 인근 마을에 나쁜 냄새가 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정유·플랜트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잔여 내용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플레어스택의 허용치를 넘어선 가스를 한번에 방출해, 타지 않은 잔여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서산 대산지역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대정비 작업 전, 잔여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된 것 같다”면서 “대정비 시작 일정을 늦추지 않으려고 전날 무리하게 많은 양의 가스를 내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서산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공장 측이 '가스 배출로 인한 악취 발생' 사실을 신고한 시각은 대정비 전날인 지난 8일 밤 10시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정유화학 공장들은 3~4년에 한 번씩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Shut down)’을 하고, 공장 굴뚝과 배관 등을 청소하는 대정비에 나선다. 안전과 직결된 고난도 작업에 숙련공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외부 전문 업체가 정비를 맡는다. 대정비 작업 전에는 기존 설비 내 잔존하는 내용물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불활성 가스를 관에 채워 플레어스택으로 보내고, 플레어스택에서 잔여가스와 유독물질을 태운 뒤 대기로 방출한다. 플레어스택은 굴뚝형식의 소각탑(굴뚝지지대, 버너, 점화장치)으로 공정중의 가스물질을 모아 소각처리해 안전하게 배출하는 장치다.

지역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정비가 시작되면 하루에 5~6천명의 외부 작업자가 투입된다. 대정비가 하루라도 지연되면 인건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며 “수천명의 인건비가 걸려 있다 보니, 대정비 기간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 행위를 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악취 관련 수치는 24시간 포집하는 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 가서 채취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산시청와 지역 환경단체는 늦은 밤에 사고가 발생해 악취 포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시 관계자는 "오전에 가보니 바람을 타고 악취가 사라졌다"며 "현대오일뱅크 측에 야간시간 악취배출이 없도록, 플레어스택 처리 용량 안에서 가스를 내보내도록 최대한 신경써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악취가 보통 때와 달랐다는 진술도 나왔다.

대산공장 현장 근로자 A씨는 “대정비 공사 들어가도 잠깐 기름냄새 나는 정도이고, 퍼지(불활성 가스로 관을 채워 밀어내는 작업) 한다고 해서 그런 악취가 난적은 거의 없었다”며 “공장 근처에서 숙소생활하는 직원들 말을 들어보면 정유공장에서 날 수 있는 가스, 휘발유, 벤젠 냄새가 아닌 다른 종류의 냄새라고 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대정비 기간을 무리하게 맞추려고 불연소 잔여가스를 과다 배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예정된 정기보수 스케줄에 맞춰 진행했고, LPG 제품 생산공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장 인근에 거주해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은 병원에 모시고 가서 검진을 받게 했다”며 “현재 관공서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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