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쾅·쾅... 현대오일뱅크, 악취사고 후 '대정비'하다 또 2번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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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쾅·쾅... 현대오일뱅크, 악취사고 후 '대정비'하다 또 2번 폭발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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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대정비 작업 직전에도 악취 발생, 주민들 두통·구토
16일 만에 다시 사고 발생... 소형탱크 내부서 '분진 폭발' 추정
회사 측 사고책임 약속 뒤 작업 재개... 2년 새 화학사고 4차례
노동단체 "시설 노후화 심각... 사측 안이한 인식이 더 큰 문제"
지난해 12월 2일 오전 10시 반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현대오일뱅크 공장에서 커다란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사진=YTN 뉴스 화면 캡쳐
지난해 12월 2일 오전 10시 반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현대오일뱅크 공장에서 커다란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사진=YTN 뉴스 화면 캡쳐

지난달 8일 악취 발생 사고가 발생한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또 다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나 한때 작업이 중단되고 근로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이번 폭발은 대정비 기간 중 발생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4일 서산지역 노동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대정비 작업을 진행하던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충남 플랜트노조 관계자는 "소형탱크 안으로 공기가 유입됨에  따라, 남아 있던 황산의 분진화와 설비 노후로 인해 탱크내부에서 생성된 황화철의 산화로 인해 발생한 열로 폭발한 '분진 폭발'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분진 폭발'은 공기 중에 떠도는 농도 짙은 분진이 에너지를 받아 열과 압력을 발생하면서 갑자기 연소·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후 노사는 27일 공동으로 현장 안전점검을 하고 작업을 재개했다. 플랜트노조 관계자는 “폭발로 인해 설비가 파손돼 가스가 유출되면 더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대피시켰다”며 “폭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해 피해자가 생길 경우, 발주처가 책임을 진다는 약속을 받고 작업자들을 현장에 복귀시켰다”고 말했다. 위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폭발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대산공장 제2공장과 제2고도화 공정에 대한 정기보수(대정비)를 실시하고 있다. 정유·화학 공장들은 3~4년에 한 번씩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Shut down)’을 하고, 공장 굴뚝과 배관 등을 청소하는 대정비에 나선다. 안전과 직결된 고난도 작업에 숙련공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외부 전문업체가 정비를 맡는다.

자료=충남 플랜트노조
자료=충남 플랜트노조

현장 근로자와 전문가들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화학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으로 ‘설비 노후화’를 꼽았다. 대산공장 근로자 A씨는 “대산 석유화학단지가 생긴 지 오래되다 보니 설비 노후화에 따른 비슷한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주처(현대오일뱅크)가 사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플랜트노조 관계자는 “가스 토치나 커팅날로 쇠를 절단하는데, 그 안에서 인화성 물질이 새어 나오면 그대로 폭발한다”며 “절단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반드시 가스측정기로 점검을 하고, 작업지시서가 나오면 그때부터 일을 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추가 폭발과 관련돼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제2고도화 설비 일부에서 자연 발화로 폭발이 일어났지만 작은 사고였다"며 "유해가스 물질이 유출되거나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는 대정비 직전 날인 지난달 8일에도 심한 악취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사고가 발생했다. 악취로 현대오일뱅크 공장 인근 주민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통과 구토 증세 등을 보였다. 인근 주민 80여명은 현대오일뱅크 측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서산중앙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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