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2년새 화학사고 4번... 정부 관리혼선이 禍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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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2년새 화학사고 4번... 정부 관리혼선이 禍 키웠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5.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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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환경부·지자체 부처간 쪼개기 관리
부처간 책임 떠넘기는 사이 사고 반복
허술한 관리 시스템,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장비 노후화도 심각
지난 8일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했다. 사진=헬로TV뉴스 캡처
지난 8일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했다. 사진=헬로TV뉴스 캡처

전국 3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히는 서산 대산공단에서 잊을만 하면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주민과 근로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현대오일뱅크 공장에서 일어난 가스 유출사고는 회사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과 노후화된 시설,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결합돼 일어난 전형적 인재이다.

사고를 대하는 회사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시설 노후화도 문제지만 정부당국의 역할 혼선도 시급히 풀어야할 과제다. 정유 및 석유화학시설 안전관리업무는 각각 환경부, 고용노동부, 관할 자치단체로 나눠 맡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별로 업무가 분산돼 있다보니 사고의 사전 예방은 물론 사후 대응에 있어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법 위반 단속은 지자체, 처벌은 환경부, 안전사고는 고용노동부

현재 석유화학단지를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는 사실상 없다. 환경법 위반 단속은 지자체, 사고 조사 후 처벌은 환경부, 안전사고 관리는 고용노동부가 맡고 있다. 지자체는 사전단속권이 있지만, 인력이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충남 플랜트노조 관계자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유사한 사고가 터지면 (관련 부처가) 분산돼 있다 보니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서산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화학사고 발생 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제기해도 적용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환경부, 충남도가 서로 책임을 미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18년 11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매연이 두 시간 이상, 당진까지 다 퍼져나갔는데도 정부는 ‘공장 폭발보다 낫다’며 회사 측에 면죄부를 줬다”며 “주민들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 없이 매연을 마시고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책임 떠넘기는 사이 ‘안전’ 등한시한 현대오일뱅크

최근 2년간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만 4번이다. 해마다 2번의 화학사고가 일어났다.

2018년 11월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정제되지 않은 유증기가 유출돼 지역이 들끓었다. 이 사고로 인근 주민과 공장 직원들은 한때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호소했다. 인근 공장에서는 대피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는 원유에서 휘발유·등유 등을 뽑아내고 남은 물질인 코크스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증기 유출 사고는 5개월 뒤 또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오전, 현대오일뱅크 협력업체 직원 A씨(33)는 이송펌프 수리작업을 위해 집유조에 들어갔다가 가스를 흡입해 쓰러졌다. 당시 A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에서 현대오일뱅크 자체 구급대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폐유저장시설 밸브 교체 작업시 새어 나온 유증기에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봤다. A씨는 천안의 모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졌다. A씨의 사인은 황화수소 중독에 의한 패혈성 쇼크로 추정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독가스 누출사고는 작업 전 가스 점검 등 안전 수칙 또는 절차를 지키지 않을 경우 발생한다”며 “관리 감독자의 책임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2일에는 공기압축기 고장으로 플레어스택에서 2시간 동안 불기둥과 함께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촌 마을 특성상 주민 상당수가 노인이어서 악취로 인한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악취 사고가 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8일 밤 10시쯤 대정비를 앞둔 대산공장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심한 악취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대정비를 앞두고 필요 공정의 처리 부하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LPG를 회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약 40분간 굴뚝 연소시설인 플레어스택으로 잔여가스가 과량 유입됐다. 이 사고로 현대오일뱅크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통과 구토 증세 등을 보였다.

지자체 관계자는 "사고 발생 다음날 오전에 가보니 바람을 타고 악취가 사라졌다"며 "현대오일뱅크 측에 야간시간 악취배출이 없도록, 플레어스택 처리 용량 안에서 가스를 내보내도록 최대한 신경써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측이 플레어스택을 관리하면서 위반한 사항은 없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화학안전과 관계자는 본 기사에 대해 “최근 현대오일뱅크에서 발생한 사고 4건 중 지난해 4월 발생한 황화수소 누출 사고 1건만 화학사고이고, 나머지 3건은 대기배출시설 사고다”라며 "화학사고는 화학안전과, 대기배출시설 사고는 대기관리과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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