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 R&D 분석] '넘사벽' LG화학, 배터리에 30%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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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사 R&D 분석] '넘사벽' LG화학, 배터리에 30% 쏟아부었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4.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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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R&D에 1조1300억원 투자... '기술의 LG' 숫자로 입증
화학4사 대비, 압도적 1위... 2위 롯데케미칼과 3%p 이상 격차
R&D 인력도 해마다 400~500명씩 늘려... 2년새 900명 증가
지난해 전지사업 매출 8조원... 이 중 배터리가 5조원 차지
LG화학 최근 3년간 R&D(연구개발) 추이. 그래프=김수진 디자이너.
LG화학 최근 3년간 R&D(연구개발) 추이. 그래프=김수진 디자이너.

LG화학이 지난해 또다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LG화학은 2018년 사상 처음으로 R&D 비용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도 1조1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LG화학은 전지, 첨단소재 기술력 강화로 석유화학 업황 침체 위기에 맞서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1조1300억원에 이른다. LG화학의 지난해 R&D투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전년 규모를 또다시 경신한 것이다.

LG화학의 R&D투자 기조는 과거부터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의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922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1조664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매출액 비중도 3.5%에서 4.0%로 확대됐다. 특히 LG화학은 전체 연구개발비의 30% 정도를 배터리 분야에 투자했다. 최근 5년간 배터리 부문 R&D에만 1조3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같은 기간 R&D 인력도 해마다 400~500명씩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R&D 인력 수는 5700명으로, 2017년 말 대비 900명이 증가했다.

LG화학이 R&D에 끊임없이 투자한 결과,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있다. 전지사업 매출은 2017년 4조5606억원에서 2018년 6조4989억원으로 43%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8조원을 넘겼고, 이 중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5조원에 달했다. 올해는 10조원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행거리 500km 이상, 급속 충전시간 30분 이하의 3세대 전기차가 본격 출시되는 2020년 이후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사업 영업이익은 2017년 289억원에서 2018년 2091억원으로 크게 상승하다가, 지난해 454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기준 배터리 부문은 손익분기점에 준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은 올 2월 열린 2019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전지는 매출 증대에 손익분기점에 준하는 실적”이라며 “올 상반기 중에는 (자동차 전지) 추가 캐파 투자에 따른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차 부사장은 “전체적인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늘어나고, 전지부문은 매출과 수익성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 사진=LG화학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 사진=LG화학

◇ LG화학의 미래 먹거리는 '배터리'... 올해 3조원 설비투자

LG화학이 R&D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석유화학 시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호황이었던 2018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미국이 값싼 셰일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여기에서 뽑아낸 저렴한 에틸렌의 공급량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에틸렌의 t당 가격이 지난해 40% 가량 하락했다. 여기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은 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LG화학은 일찌감치 신성장동력인 2차 전지 사업을 육성,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섰다.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의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설비투자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조8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배터리 분야에만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투자금의 80%는 유럽⋅중국에 배정된다. 당장 폴크스바겐이 2023년까지 연간 전기차 100만대 양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 말까지 120기가와트시(GWh)까지 생산능력을 증설할 계획이다. 올 연말 예상 생산능력은 100GWh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사내 임직원에게 코로나19를 극복할 방안으로 '과감한 투자'를 주문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초불확실성 시대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부회장은 "당장의 어려움으로 미래를 담보잡기 시작할 때 어떤 결과가 돌아오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우리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투자 등 꼭 해야 할 일은 계획대로 추진하자"고 당부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홈페이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홈페이지

◇ LG화학, 화학4사 대비 R&D 투자 규모 월등히 높아

경쟁 화학사의 R&D 투자 규모에 견주면 LG화학의 기술 확보 의지가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화학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2019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연구개발비에 1조원을 넘게 투자한 곳은 LG화학이 유일했다. ‘기술의 LG’를 숫자로 입증한 것이다.

업계 2위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전년보다 8.4% 줄어든 84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0.56%로 업계에서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의 연구개발비는 각각 110억과 500억이었다. 두 회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각각 1.5%와 1.00%를 기록했다.

업계 1위와 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매출 대비 R&D 비중이 5~6년 전만 해도 1.7% 포인트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하지만 LG화학이 매년 연구개발비를 늘리며 지난해에는 3%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사업구조와 매출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에 집중하는 사업전략을 펼치는 반면, LG화학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닌 석유화학을 비롯해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생명과학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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