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뇌물요구 악순환, 준법감시委가 끊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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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뇌물요구 악순환, 준법감시委가 끊어낼 것"
  •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 승인 2020.03.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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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삼현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겸 숭실대 법학과 교수
이재용 파기심 관련,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과 과제
"현대 형벌제, 應報보다 회복 중시... 파기심 법원 판단 옳아"
"개인 아닌 '기업 범죄'... 美 양형기준 8장 모델제시 긍정적"
“사건 이면에 '권력자-기업총수' 갑을관계... 사법적 해법 선례될 것”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 사진=시장경제신문DB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 사진=시장경제신문DB

[편집자주]

기업소송연구회 회장인 전삼현 숭실대 법대 법학과 교수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과 과제’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올해 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 전 대법관은 기자회견에서 ‘총수로부터 철저하게 단절된 독립적 운영’을 강조하며 기구 출범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위원회는 출범과 동시에 일부 언론과 반기업 성향 시민단체 등의 표적이 됐습니다.

1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 1부)가 ‘삼성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 여부 검증’을 전제로, 이를 피고인 양형심리 요소로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위원회에 대한 공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과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 등은 공동성명, 긴급좌담회 등을 통해 재판부 판단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삼성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을 봐주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반기업 성향 정치인,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삼성준법감시위 출범이 가지는 의미를 폄훼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경제의 체질 변화 및 기업 투명성에 대한 획기적 개선을 위해서라도 위원회 구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전삼현 교수는 ‘형사정책적 시각’에서 삼성준법감시위 출범이 가지는 의미를 진단했습니다.

전 교수는 “이 부회장의 경우 자발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공익재단 등에 기부를 하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다는 점이 재판을 통해 확인된 만큼, 응보(應報)보다는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사법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의 범행은 ‘개인이 아닌 회사 업무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 분명하므로, 기업 범죄에 관한 ‘美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이 위원회 모델로 제시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장경제>는 일반 독자들의 가독성을 위해, 기고문 전체 맥락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목을 변경하고 원문 중 일부 표현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의 ‘권고’

지난해 10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등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공판 첫 기일 심리를 마무리하면서 피고석에 앉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몇 가지 권고를 했다. 이때 “하급기관 뿐만 아니라 고위직 임원과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도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돼야 한다”며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구축을 제안하면서 그 모델로 “미국 연방대법원 양형기준 제8장 준법감시제도”를 제시한 바 있다.

사건을 심리한 법관이 형사피고인에게 ‘개전(改悛)의 정’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즉, 유죄지만 제안한 권고안을 실천하면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발언으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해 검토해 볼 사안이 크게 두 가지 정도 있다고 본다.

첫째, 재판부가 피고에게 준법감시제도를 구축하도록 요구하면서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이 ‘형사정책’ 이념상 타당한지 여부이다.

둘째, 어느 정도의 준법감시제도를 만들어야 재판관이 만족할 것이며, 그 제도가 최종판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존치되어야 하는 지 여부이다.

◆응보적 사법과 회복적 사법

형벌제도의 운영과 관련해 오늘날에는 범죄에 대한 응보적 사법(應報的 司法)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회복적 사법(回復的 司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가항력이나 불가피한 사유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자칫하면 과도한 형벌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자발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공익재단 등에 기부를 하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다는 점이 재판을 통해 확인된 만큼, 이 사건의 경우 응보보다는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사법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판 직후 국회의원, 노동시민단체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응보적 사법의 실행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입법부의 재판개입’이라는 논란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형사정책의 이념을 과거로 회귀시킨다는 점에서 현대적 형사정책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6일 열린 양형심리 기일(3차 공판)에서 “앞으로 정치권력자로부터 이 사건 기초사실과 동일한 요구를 받게 되는 경우 다시 뇌물을 공여할 것인지, 그런 요구를 기업이 거절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 공판 기일 전까지 답변을 제시해 달라”고 말한 것을 보면, 재판부도 회복적 사법이 형사정책의 이념으로 타당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9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위원장이 던진 화두도 ‘회복적 사법’이었다. 즉, 삼성과 시민단체, 지역사회가 함께 ‘3각 협의체’를 구성해 범죄 발생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사 사례가 재현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노동단체, 시민단체 등과 함께 성명서를 내고, 이를 통해 응보적 사법의 집행을 재판부에 요구한 행태는 아쉬움이 크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롤 모델

앞에서 언급한 대로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 모델로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 준법감시제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재판부가 왜 제8장을 모델로 제시했는지 이해가 된다. 우선, 제8장은 개인이 아닌 ‘법인 혹은 단체의 범죄행위’에 적용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 범행은 ‘개인이 아닌 회사 업무 차원’에서 행해졌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기업 범죄에 관한 ‘미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 모델로 제시된 점은 긍정적이다.

제8장에서는 회사에서 ‘효과적인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형벌을 감경할 수 있으며, 회사가 ‘자체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수사 등에 협력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수용할 자세를 갖춘 경우에도 형벌을 감경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들 내용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내부 준법감시제도와 큰 차이가 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과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해 졌다고도 할 수 있다.

제8장에서는, 형사처벌 후에도 회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효과적인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법원에 제출해야 집행유예(Probation)를 선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주문은 더 명료해진다.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 준법감시제도’를 모델로, 정치권력자가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감시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에 대한 세부 운영 계획서를 제출하면, 이를 앙형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 삼성전자가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과 실적이 재판부가 정한 보이지 않는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삼성전자는 준법감시제도를 보다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회사 내부 준법감시기구가 아닌, ‘외부인사로 구성된, 독립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 1월 9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대법관 출신의 위원장이 “위원회의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 삼성전자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재판부가 요구하는 ‘보이지 않는 기준’을 충족시키고자 노력한 것으로 이해된다.

위원회가 제8장의 내용처럼 지속적인 기구로 남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상법 제542조의13에서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반드시 내부통제기구인 준법지원인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법외의 삼성준법감시위원회와 법적 기관인 준법지원인 업무가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와 회사 내 준법지원인의 역할 및 기능 조율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그럼에도 새로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우리 기업이 정치적 권력자로부터의 뇌물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과제

김지형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의 미래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고 생각된다. 이는 위원회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나름의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회장 사건 이면에는 기업 총수가 정치권력자로부터 뇌물을 요구받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없는 대한민국만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현재 진행 중인 파기심 공판은, 이런 비정상적 현상에 대한 사법적 해법을 찾는 데 있어 중요한 선결례가 될 것이다.

재판부의 권고로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는 그 해법의 실마리로서 존재 의미를 지닌다. 이는 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와 준법감시위원회의 소명의식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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