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委 '양형거래설'은 억지, 호들갑 떨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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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委 '양형거래설'은 억지, 호들갑 떨 일 아니다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0.02.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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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심, 재판부 '양형 사유' 考察
"美양형기준 8장 '사람'도 포함... 法,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할 것"
"재판부 견해 진취적... 기업 준법감시기구, 감경요소로 인정하는 제도개선 시급"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편집자주]

회사법 및 자본시장법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 분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심' 공판과 관련, '준법감시위원회 양형 반영 여부'의 당부를 분석한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원제 : 삼성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요건). 

최 교수는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8장>의 내용을 심증적으로 살핀 뒤, 그 내용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재판부 판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최 교수는 “재판부 취지는 ‘美 연방법원 양형기준 8장’을 참고해 실효성 있고 독립된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권고한 것이고, 준법감시기구의 설치와 실효적 운용 여부를 검증해 그 결과를 우리 대법원이 제정한 양형기준 가운데 하나(범행 후 정황)로 반영하겠다는 뜻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시스템이 전혀 다른 미국 법원의 양형기준이 이 사건 재판에 그대로 적용될 리 만무하다. 재판부도 이것을 모를 리 없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경제>는 일반 독자들의 가독성을 위해, 기고문 전체 맥락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목을 변경하고 본문 일부 내용을 축약했음을 밝힙니다. 

◆'양형 거래'라는 프레임

삼성그룹 부회장의 뇌물공여·업무상횡령죄 등 사건 파기환송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판사가 작년 12월에 열린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위법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에 따른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조언했다고 한다. 이에 삼성그룹 소속 7개 회사는 지난 1월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2월 5일 첫 회의를 했다.

재판부는 1월 17일 열린 제4차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 양형심리와 관련해 삼성이 제시한 준법감시제도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모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사법부의 ‘재판거래’에 이은 ‘양형거래’라면서 재판부를 비난했다고 한다. 시민·노동단체 등도 ‘부당거래’라면서 비난에 가담했다. 

일부 언론인도 비난에 동조하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은 ‘사람’에 대한 양형기준이 아니라 ‘기업’(organization)에 대한 양형기준이므로 이것을 ‘사람’인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제8장은 ‘범행 당시’ 준법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을 경우 ‘기업의 과실 점수(culpability score)를 깎아준다’고 정하고 있는데, 삼성 사건에선 범행 당시 준법제도 자체가 없었으니, 사후에 이를 만들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이란 무엇인가를 알아보자.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 개요

미국에는 법인 등 조직에 적용할 형사판결 지침(US Sentencing Guidelines for Organizations)을 마련해 두고 있는데, ‘미국판결위원회’가 제정한 ‘미국 연방 양형 가이드라인’(The Federal Sentencing Guidelines) 제8장이 그것이다(이하 미국 양형기준이라 한다).

‘미국판결위원회’는 한국 대법원의 양형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데, 미국 전역에 산재한 각급 법원 판결의 균질성을 위한 기구로, 한국 양형위원회보다 훨씬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다. ‘미국 연방 양형 가이드라인’은 총 8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제8장은 조직이 범죄행위를 예방, 탐지 및 보고하기 위한 내부 메커니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처벌, 적절한 억제 및 인센티브 부과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 대상은 조직과 그 대리인이다.

먼저 ‘효과적인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Effective Compliance and Ethics Program)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 '과실점수'를 깎아 주도록 하고 있다.

‘자체 조사보고, 수사 등 협력 또는 책임 수용 자세’(self-reporting, cooperation, or acceptance of responsibility)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도 과실점수를 깎아 주도록 되어 있다.

이 밖에 사후에도 ‘효과적인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을 법원에 제출할 경우 집행유예(Probation) 판결을 낼 수 있다는 취지를 정하고 있다.

제8장은 피고가 조직일 때 적용된다. ‘조직’은 ‘개인이 아닌 사람’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기업, 파트너십, 협회, 합자주식회사, 조합, 신탁, 연금 기금, 비법인 단체, 정부 및 정부의 정치적 하부기관, 비영리 기관을 포함한다.

제8조는 “모든 범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조직은 당연히 그 대리인을 통해서만 행동할 수 있으며, 미국 연방 형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리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조직이 대리 책임(vicariously liable)을 진다. 동시에 대리인도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므로 연방법상 대리인과 조직은 공동 피고인가 된다. 대리인은 제7장 이전의 장이 정한 규정에 따라 형을 선고받는다.

◆조직에 대한 미국 양형기준

한국은 원칙으로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지 아니하지만 미국에는 법인과 같은 조직 자체에 범죄능력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대법원이 개인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했지만, 미국에는 개인에 대한 양형기준 외에 조직에 대한 양형기준까지 마련한 것이다. 

양형기준에는 가중요소도 규정하지만 감형기준도 규정한다.

미국의 경우 조직에 대한 감형요소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이것이 매우 효과적일 것, 둘째 자체 조사보고, 수사 등 협력 또는 책임 수용 자세(self-reporting, cooperation, or acceptance of responsibility)이다. 후자는 한국으로 말하면 ‘피해자와 합의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는 자세’일 것이다.

◆효과적인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이란?

서울고법 형사1부 판사는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양형기준에도 ‘효과적인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Effective Compliance and Ethics Program)이라는 것이 있다. 이를 요약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윤리강령 또는 가치선언에 더하여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탐지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확립할 것.

2) 고위 경영진은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그 프로그램의 작동을 감독해야 하고, 프로그램의 수행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할 것.

3) 불법행위를 저질렀거나 기타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에 반하는 활동에 관여한 사람을, 조직의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서 배제하기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4)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관련 정보를 배포함으로써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의 내용을 조직원에게 주기적으로 전달할 것.

5) 프로그램에 따라 (1) 범죄행위 탐지를 위한 감시 및 감사활동, (2) 주기적으로 그 효과를 평가하는 활동, (3) 조직원들이 보복의 두려움 없이 범죄행위를 신고하고자 할 경우 익명성 또는 기밀성을 보장하는 시스템 채택[일반적으로 내부고발자 핫 라인(whistle blower hotline) 가동하는 것].

6) 프로그램에 따른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범죄행위를 예방ㆍ탐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취하지 못한 데 대한 징계조치를 마련하여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집행할 것.

7) 범죄행위에 대응하고 범죄행위가 탐지되었을 때 미래 및 유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

이와 같은 미국 양형기준상 효과적인 법규준수 및 윤리 프로그램은 한국에는 꼭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회복적 사법(司法)

죄와 벌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형벌의 목적은 단순히 범죄인을 처벌해 복수하는데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가하는 보복 법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이다.

탈리오의 법칙은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데, 이 법전은 기원전 1750년경 고대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이 제정해 돌비석에 쐐기문자로 새긴 법전이고, 문명국에서는 폐지된 규범이지만 아직도 지구촌에서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처벌보다는 범법자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다. 서울고법 판사는 평소 ‘회복적 사법(司法)’(restorative justice)에 관심이 많아 이를 공부하고 논문까지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복적 사법은 응보적 형사사법 또는 징벌적 형사사법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범죄를 피해자와 가해자가 지역사회와 조정 등을 통하여 해결하자는 개념이다.

회복적 사법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범죄로 인해 영향을 받은 관련 당사자들이 한 곳에 모여 범죄로 야기된 손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일체의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의 회복, 당사자의 능동적·자발적 참여, 공동체의 역할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 대법원의 양형기준

서울고법 판사가 굳이 미국 양형기준 제8장을 소개한 것은 한국 법률에는 없지만 미국에는 그런 프로그램과 적용 모델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한국 기업을 위한 조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8장의 핵심적 내용인 ‘실질적이고 실효적 운영’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령이 아니므로 애초 미국 양형기준을 삼성 사건에 적용할 도리가 없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일이고, 재판부도 모를 리 없다. 한국이 미국령이 아닌데 어떻게 미국법이 한국 국내 형사사건에 적용된다는 말인가?

무엇보다 미국은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지만 한국은 법인 자체의 범죄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서 시스템이 아주 다르다.

그러므로 미국 양형기준 제8장이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될 리 만무하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결국 이 부회장 사건에는 당연히 한국 형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한국은 기업인을 범죄자로 만드는 데 가장 적극적인 나라라는 사실이다. 기업인의 형량을 낮춰주는 어떤 프로그램도 없이, 오히려 정부와 국회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만들어 일반인보다 기업인 가중처벌에 열을 올리는 나라다.

게다가 아무개 의원처럼 기업인이 철천지원수이고 마치 자신이 직접 피해 당사자인양 강력 처벌을 주장하는 사람도 꽤 있다.

그렇다면 삼성그룹 부회장의 형량을 경감할 사유는 존재하는가?

형법 제51조에 정한 양형 조건에는 ‘범행 후의 정황’이라는 것이 있다.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등은 형의 감경사유가 된다.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보면, [뇌물죄]의 경우 일반 양형인자로 소극 가담, 형사처벌 전력 없음 외에 ‘진지한 반성’을 열거하고 있다. [뇌물죄 집행유예] 기준에도 주요참작사유로 소극 가담(상사의 지시 등),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현저한 개전의 정 등을 들고 있다.

[횡령죄]의 경우도 특별양형인자로서 사실상 압력 등에 의한 소극적 범행가담, 일반양형인자로서 ‘진지한 반성’ 등을 감경사유로 보고 있다.

그래서 판사는 가끔 형사피고인에게 ‘합의를 했는가’를 물어보고, ‘반성문이라도 써 보라’고 한다.

이 사건은 부회장 개인의 품성 문제가 아닌 기업 운영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 경우 반성문은 ‘제도적 개선’으로 나타나야만 한다. 이 사건에서는 합의와 제도적 개선이라는 요소가 ‘준법감시위원회’로 구체화됐다. 합의와 반성문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판부는 ‘실효성이 검증돼야 한다’며, ‘검증팀을 꾸리라’고 한 것이다.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박 전대통령이 돈 한 푼 먹은 것 없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뇌물죄 자체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증거재판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형사소송절차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이념으로 하므로 법관의 자의에 의한 사실인정은 허용될 수 없고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이 바로 증거재판주의이다. 

법원은 청탁의 증거 없이 ‘묵시적 청탁’이라는 기상천외의 아이디어를 냈다. 사 묵시적 청탁과 같은 생소한 개념을 창안해 뇌물죄 성립을 인정한다 해도 이 사건은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형량 감경사유는 충분하고 집행유예 판결을 내릴 근거도 충분하다. 삼성이 향후 준법감시위윈회를 실질적·실효적으로 운영한다면 이를 ‘회복적 사법’의 일환으로 파악하겠다는 재판부의 견해는 매우 진취적이다.

한국 기업인에 대한 과잉범죄화 상황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준법감시제도 확립이 필요하고 효과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운용된다면 검사 또는 법관이 양형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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