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회사 '배임·횡령죄' 형사처벌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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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회사 '배임·횡령죄' 형사처벌은 부당"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2.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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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법률학회 ‘기업경영 상 법률과제와 해결방법’ 학술대회 성료
최준선 교수 "변제 능력 문제 없는 1인 회사 형사처벌, 지나쳐"
유주선 교수 '1인 회사' 배임죄 유죄 판례... "법리상 문제 있어"
21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CJ법학관 최고위과정실에서 열린 한국경영법률학회 동계학술대회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한국경영법률학회는 21일 서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CJ법학관 최고위과정실에서 동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이기륭 기자.

‘1인 주식회사’에 대한 배임·횡령죄 성립 타당성을 두고 법학자들과 현직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약간의 의견차를 보이면서도, ‘1인 주주’를 배임·횡령죄로 형사처벌하는 건 부당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경영법률학회는 21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CJ법학관 최고위과정실에서 ‘기업경영 상 다양한 법률과제와 그 해결방법’을 주제로 동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오전 2개, 오후 3개 등 모두 5개 주제를 다뤘다. 

발제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1주제)와 유주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주제), 김배정 고려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3주제), 고범승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객원교수(4주제), 김도경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5주제)가 각각 맡았다. 

토론자로는 한석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이주원 고려대 로스쿨 교수,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태진 고려대 로스클 교수,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이훈종 동국대 법학과 교수, 김성진 중원대 법무법학과 교수, 문준우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 등이 나섰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1인 회사, 변제 능력에 문제 없다면 배임·횡령죄 처벌 안될 말"

제1발제자인 최준선 교수는 ‘1인 주식회사의 배임죄 연구’를 주제로, ‘1인 회사’에 대한 배임·횡령죄 성립 문제를 법리적 측면에서 살폈다. ‘1인 주식회사’는 주주 한 사람이 지분의 전부를 가진 주식회사를 말한다.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어 ‘개인회사’와는 구분된다. 

최 교수는 ‘1인 회사’의 본질은 ‘1인의 개인기업’이며, 개인기업이 형사처벌 받지 않는 사안을 ‘1인 주식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처벌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채권자가 존재하더라도 회사의 '변제 능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처벌이 이뤄져선 안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1인 회사의 경우 비자금 조성이나 부정행위 등 문제가 발생해도 법리상 배임·횡령죄 처벌은 어렵다”며 “민사체계로 해결이 가능하고, 그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은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는 2009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판결한 ‘삼성에버랜드 사건’이 제시됐다. 이 사건 쟁점은 1996년 10월 에버랜드가 이사회를 통해 주주우선배정 방식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한 뒤 특정인에게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CB를 넘긴 사안을, 형법 상 '배임'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대법원 다수의견은 “주주배정에 의한 전환사채 발행으로 모든 주주들에게 주식을 인수할 기회가 부여됐지만, 주주들 스스로 이사회에 처분을 맡긴 것”이라며 “주주들로부터 최대한의 자금을 유치하지 못했다고 해서 경영진이 ‘재산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최 교수는 “주주들이 동의하는 한 경영진에게 배임의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의미”라며 “기업은 주주의 것이고 주주 이익에 합치할 경우, 회사 자체 이익 여부는 별개로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채권자 및 고객 관계는 회사와 외부의 관계이고, 배임죄와 횡령죄는 회사 내부 문제”라고 구분했다. 그러면서 “채권자가 존재한다고 해도 민사책임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1인 주주를 (배임·횡령죄로) 형사처벌하는 건 법리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1인 회사의 경우 회사가 채권자나 주주의 이익을 해칠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변제 능력이 있다면, 국가가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현 변호사는 “1인 주주회사에 대한 배임·횡령죄 적용은 기업인 처벌을 목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예외사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1인 주주와 직원이 공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1인 주주회사라고 해서 이런 경우도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 법 감정상 쉽게 수긍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진 교수는 “학계에서도 1인 주주가 대표이사를 겸하면서 회사 자금을 과다 인출하거나 다른 용도로 유용했을 때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견해가 일치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배임죄 혐의를 받게 되면 회사의 손해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배임죄의 무제한 확장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주원 교수는 “회사에서 채권자와 주주는 다수의 이익관계와 서로 연결된다”며 “에버랜드 사건은 기존 대법 판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훈종 교수는 1인 주주 기업 배임죄 처벌의 당부와 관련돼 "회사의 브랜드 가치 및 신용도 하락을 손해 개념에 포함시킬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옥무석 이화여대 교수, 유주선 강남대 교수, 김지평 변호사, 신영수 변호사, 한석훈 성균관대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왼쪽부터) 옥무석 이화여대 교수, 유주선 강남대 교수, 김지평 변호사, 신영수 변호사, 한석훈 성균관대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유주선 교수 "한계를 벗어난 주주총회 결의는 위법, 무효"... "독일, 채권자 보호 중점"

유주선 교수는 ‘1인 주식회사 주총 결의 한계와 배임죄’를 주제로 "주주총회 결의라 하더라도 그 한계를 벗어난 결의는 위법하며 무효”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결의를 집행한 대표이사 등은 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표이사 등에 대한 보수지급과 관련해선 “상법은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서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 결의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정하지 않고 있다”며 “보수 형태는 금전만이 아니라, 현물급여 및 기타 이익을 포함하고 있는데, 어떤 형태의 급부를 보수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상법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인이 모든 지분을 갖는 ‘1인 회사’는 2001년 상법 개정을 통해 탄생했다. 갑작스런 경기불황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로부터 손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인 설립의 ‘물꼬’를 터 준 것이다.

유 교수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세금부담이 크고 사회적 대우도 좋지 않지만, 1인 주식회사를 설립하면 거래도 원활하고 세금부담도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1인 기업 활성화는 사회적 이익에도 부합하고 스타트업 1인 회사가 성공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주식을 시장에 분산하지 않고 소수의 주주나 1인 주주가 주식을 가진 형태를 비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1인 기업 배임죄와 관련된 국내 판례 동향도 소개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1974년 4월 대법원은 “실질적인 1인 회사의 1인 주주로서 회사의 손해는 그 주주 한 사람의 손해인 바, 회사에 손해를 가하려는 범의가 없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변화의 조짐은 198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나타났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행위 주체(1인 주주)와 본인(1인 회사)은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며 주식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배임죄는 기수가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005년 10월 상고심 판결에서, 1인 주주가 개인 채무 담보를 위해 회사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을 설정한 행위를 ‘배임’으로 판단했다. 이후에도 대법원은 같은 취지의 판결을 잇따라 내고 있다. 

유 교수는 “1인 회사의 배임·횡령죄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법적 동일체와 경제적 동일체’ 관점에서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발견된다”고 했다. 1974년 판결에선 1인 회사와 1인 주주의 관계를 ‘경제적 동일체’로 봤지만, 1983년 판결에선 이러한 논점이 빠져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회사에 대한 배임죄의 가벌성 판단은 채권자 보호 관점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독일 연방대법원은 1인 주식회사의 법인격을 인정함으로써 채권자 보호를 지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발제는 '기업지배구조에 있어서 블록체인의 영향'을 주제로, 김배정 박사(고려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가 발표를 맡았다. 4발제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관한 검토'를 주제로, 고범승 박사(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객원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마지막 5발제 주제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에 관한 Oracle v. Google 사건 판결의 영향과 전망-공정이용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였다. 발표는 김도경 박사(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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