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됐는데... 이중근 회장 항소심, '재벌봐주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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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됐는데... 이중근 회장 항소심, '재벌봐주기' 맞나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2.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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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이중근 부영 회장 '항소심 판결' 쟁점 분석 
일부 언론, "부영그룹 준법감시기구 설치 덕에 형량 절반 줄어" 
감형 주된 이유는 일부 유·무죄 판단에 대한 재판부 견해 차이 
재판부 "준법감시기구 설치, 피고인 양형 요소 중 3번째"  
특혜라면 보석 유지하는 것이 논리에 부합... 법정구속은 '모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총수 법정구속’으로 갈무리된 이중근(79) 부영 회장 형사 항소심 판결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벌금 1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 허가를 취소함에 따라 판결 직후 법정구속됐다.

재계는 1심이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유지한 사실을 예로 들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이 회장의 보석(保釋)을 취소한 배경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언론은 이 회장에 대한 법원의 선고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판결’이란 점은 양쪽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공통점이나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는 2018년 11월 13일,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보석 허가는 취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특경가법 위반,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및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가지 혐의를 적용 구속기소했다. 이 회장은 수감 163일만에 법원으로부터 지병 악화를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항소심 판결 직후 일부 언론은 이 회장에 대한 법원의 감형 사실에 초점을 맞춰 부정적 기사를 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부영그룹의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언급했다.

위 기사들의 논조를 살피면 ‘재판부가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이유로 이 회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런 시각을 기준으로 하면 이 사건 쟁점은 ‘선고형량 감경의 적정성 여부’가 된다. 이와 달리, 이 회장에 대한 법정구속의 당부를 따지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사건 쟁점은 ‘보석 취소의 적정성’ 여부라고 할 수 있다.

◆1심 재판부 “피고인 방어권 보장 위해 보석 유지”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 가운데 특경가법 위반만을 유죄로 봤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죄 판단을 내렸다. “검찰의 공소사실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판부는 “선고 결과와 같이 상당 공소사실이 무죄로 나온 것에 비춰볼 때 피고인에게 방어권 행사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석 유지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에 있어 원심과 입장을 달리했다.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법원의 견해가 바뀌면서 선고형량도 변했다.

◆‘준법감시기구 설치’... 유리한 양형 요소 가운데 하나, 비중 크다 단정할 수 없어

재판부가 감형을 결정한 주요 근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검찰 공소사실 중 상대적으로 ‘죄질’이 무거운 일부 행위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나온 점, 다른 하나는 양형상 감경 요소가 존재하는 점이다. 즉 감형의 주된 이유는 ‘양형’이 아니라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1·2심 재판부의 판단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양형 요소’ 사이 우열의 차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항소심 법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인정한 사실은 3가지이다. 첫 번째 양형 요소는 범죄 피해자가 회사 및 특수이해관계인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피해액을 모두 변제했다는 점이다. 법원이 세 번째로 꼽은 양형 요소가 ‘부영그룹 준법감시기구 설치’이다.

일부 언론은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감형의 결정적 이유로 꼽았으나 판시 이유를 살펴보면 사실과 다르다. 준법감시기구 설치는 앞선 두 가지 양형 요소와 비교할 때 결코 그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재벌 봐주기’ 판결이라면, 피고인 법정구속 설명 어려워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형량을 감경하는 대신 피고인의 보석 허가를 취소, 이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부영의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재벌 봐주기’를 위한 방편으로 악용하고, 이 회장에게 특혜를 주고자 했다면 팔순 고령의 피고인을 법정구속한 사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소사실 중 상당수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점, 피해 금액을 전부 변제한 점, 피해 범위가 회사 및 이해관계인으로 제한적인 점 등을 고려한다면 1심 법원이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보석을 유지하는 것이 법리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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