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 땐 '집유 불가'? 엉터리 예측 쏟아내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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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환송 땐 '집유 불가'? 엉터리 예측 쏟아내는 언론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8.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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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대법원 양형기준’으로 본 이재용 파기환송심
일부 매체들, “파기환송되면 이재용 집행유예 불가” 보도 
상고심 열리지도 않았는데 ‘유죄 취지 파기환송’ 전제 
‘횡령액 50억 이상이면 집행유예 안 돼’ 섣부른 예단
대법원 양형기준, ‘뇌물죄 다수범죄 처리 특칙’ 마련
특칙, 이재용 사건에 적용하면 ‘집유 가능성’ 배제 못해
박영수 특검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사진=시장경제DB.
박영수 특검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사진=이기륭 기자

뇌물 및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 선고가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파기 환송을 전제로 한 집행유예 가능 여부’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상고심 선고도 전에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전제로 기사를 내는 행태는 정치적 목적을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언론이 벌써부터 [파기환송심이 열릴 경우 집행유예 선고 불가]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여론몰이나 다름 없다.

이 부회장 상고심 주요 쟁점은 △뇌물의 성격(청탁형 뇌물인지 요구형 뇌물인지) △개별적 승계 현안 및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 △재산국외도피 혐의 인정 여부 △최순실 모녀가 사용한 마필 3마리의 소유권 이전 여부 △‘부정한 청탁’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제3자 뇌물죄’ 성립 여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들 쟁점 가운데 유독 언론이 관심을 기울인 대상은 마필 소유권 관련 내용이다. 

이 사안은 이 부회장 횡령액수와 직접 관계가 있다.

◆213억에서 36억원까지... 사실관계 판단, 법리 해석 차이 따라 횡령액수 달라져

이 부회장 횡령액은 사실관계에 대한 기본 인식 및 법리 해석 차이에 따라 최대 213억원에서 최소 36억원까지 크게 차이가 난다.

박영수 특검은 공소장을 통해 이 부회장 횡령액을 213억원으로 적시했으며,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70억원을 뇌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보다 적은 36억원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송금한 금액을 기준으로 뇌물액을 산정했다. 삼성이 자기 명의로 구입한 마필 3마리의 소유권, 삼성이 체결한 마필 관련 보험계약금액 2억여원 등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마필을 실제 사용한 것은 정유라가 맞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명의자인 삼성 측에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 동계영재스포츠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도 뇌물에서 제외했다.

제3자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판부는 특검 공소사실과 다르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개별현안의 존재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법리상 승계 현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정한 청탁’도 인정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범죄구성요건으로 하는 제3자뇌물죄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과 관련해 마필 구입에 소요된 34억원,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에 보낸 36억원 등 모두 70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동계영재스포츠센터 후원금 전액도 뇌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개별적·명시적 청탁은 없었지만, 추상적·묵시적 청탁은 존재했다고 본 결과다.

상고심이 원심 판결 중 ‘승마지원’ 및 ‘제3자뇌물죄’ 부분을 전부 또는 일부 배척한다면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되돌아간다(파기 환송).

대법원 법정 입구. 사진=이기륭 기자.
대법원 법정 입구. 사진=이기륭 기자.

◆파기환송심 집유 가능성 따지려면 ‘대법원 양형기준’부터 살펴야

언론의 ‘이 부회장 집유 불가’ 보도는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전제로 한다. 관련 내용을 다룬 기사는 대체로 해당 법조문의 법정형 및 처단형을 근거로, ‘파기환송심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논조를 취하고 있다.

‘파기환송심 집유 불가’ 기사는 대부분 한 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다.

이들 기사의 논조대로, 파기환송을 전제로 사안을 전망하는 경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안은 ‘대법원 양형기준’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드는 ‘양형기준’은 재판에 참여하는 법관 모두가 따라야 하는 공통규범이다.

법원조직법상 이 기준은 권고사항에 불과하지만, 모든 법관은 양형과정에서 이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이 위법은 아니지만, 이 경우 그 이유를 판결문에 기재해야 한다(법원조직법 81조의7 1·2항 본문).

‘파기환송심에서의 집유 가능성’을 살피려면, 대법원 양형기준을 바탕으로 사건을 되짚어야 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범죄 유형별로 ‘형량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형량 범위’는 각각 기본형, 감경형, 가중형으로 나뉜다. 이와 별도로 집행유예 선고 시 그 기준과 절차도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아쉽게도 ‘이종 경합범’의 집행유예 기준은 아직 없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경합범은 극히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사례를 상정해 기준을 설정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단일범에 대한 집행유예 기준을 전제로, 경합범에도 집행유예 (양형)기준이 적용되도록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경합범에 대한 집유 기준은 정립되지 않았으나 개별 범죄별 양형기준은 매우 자세하게 설정돼 있다. 이들 기준을 비교 해석하면, 집유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포함해 이 부회장 사건 파기환송심 전망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횡령+뇌물 경합 조건’에 양형기준 적용하면, 형량 범위 ‘2년6월~10년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 부회장 사건의 성격상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이 된다면 적용 법조는 2가지 이상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뇌물공여(증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이다.

같은 법이 규정한 재산국외도피(특경가법 4조) 혐의는 대법원 판례(2002도7262 판결)를 제시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상당히 정교해, 파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위 조건으로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이 부회장 사건 ‘형량 범위’는 최저 2년6월에서 최대 10년6개월이 된다.

양형기준에서 말하는 형량 범위는 이른바 ‘처단형’과 다르다. 처단형은 형법 각칙이 정한 법정형에 법률상 가중/감경사유를 적용한 것이다. 이 처단형에 [특별양형인자]를 적용하면 ‘형량 범위’를 알 수 있다.

[편집자주]

<뇌물범죄에서의 특별양형인자, 일반양형인자>

양형기준상 뇌물공여죄의 특별양형인자는 감경요소와 가중요소로 구분된다.

감경요소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에 대한 증뢰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 ▲약속 공여의 의사표시에 그친 경우 등 3가지다.

가중요소도 3가지이다. ▲적극적 증뢰 ▲청탁내용이 불법하거나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가 그것이다.

[특별양형인자]가 형량 범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일반양형인자]는 법관이 실제로 판결하는 ‘선고형’의 주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뇌물공여죄에 있어서 [일반양형인자] 중 감경요소는 ▲소극 가담 ▲증뢰물 전달 ▲특가법 4조의 준공무원에 대한 증뢰 등이다. [일반양형인자] 중 가중요소는 ▲‘업무관련성이 높은 경우’ 하나이다.

이 밖에 농아자, 심신미약, 자수, 내부비리 고발,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이상 감경요소) 동종 누범(累犯), 이종 누범, 누범에 해당되지 않는 동종 전과(가중요소) 등의 특별 및 일반양형인지가 있다.

◆‘청탁 없는 요구형 뇌물’... 피고인에게 유리한 감경요소

특별양형인자 가운데 [수뢰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경우](요구형 뇌물)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감경요소다.

항소심에 비해 이 부회장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판결을 선고한 1심 재판부도 명시적·개별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중요소인 ‘적극적 증뢰’는 해당 사항이 없다.

가중요소 중 '청탁내용이 불법하거나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는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이라, 파기환송심 개시 전 섣불리 속단할 사안이 아니다.

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가중요소가 크면 가중적 형량 범위를, 감경요소가 크게 나오면 감경적 형량 범위를, 그 밖의 경우는 기본적 형량 범위 선택을 권고하도록 돼 있다.

‘선고형’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결정된 형량 범위 안에서 특별양형인자와 일반양형인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편집자주]

<뇌물범죄에서의 다수범죄 처리 기준 특칙>

뇌물죄(수뢰 및 증뢰 포함) 횡령배임죄 등은 재판 실무상 동종 경합, 이종 경합이 문제되는 경우가 흔하다. 대법원도 이런 현실을 고려해 특칙을 마련했다.

1. 적용범위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 사이의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한 범죄 사이의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에 관하여는 그 하한은 양형 기준이 설정된 범죄의 양형기준상 형량범위의 하한에 따른다.

2. 기본범죄 결정
기본범죄는 형종 선택 및 법률상 가중/감경을 거친 후 형이 가장 중한 범죄를 의미한다. 다만, 위 범죄의 양형기준상 형량범위 상한이 이와 경합되는 범죄의 양형기준상 형량범위 상한보다 낮은 경우에는 경합 되는 범죄를 기본범죄로 한다.

3. 동종경합범 처리방법
동종경합범에 대하여는 아래의 다수범죄 처리방법을 적용한다.
①수수, 요구, 약속한 뇌물액 또는 공여, 공여 약속, 공여의 의사표시를 한 뇌물액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유형을 결정하되, 그 유형 중에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형량범위 영역을 선택한다.
②다만, 합산 결과 가장 중한 단일범죄보다 유형이 1단계 높아지는 경우에는 형량범위 하한의 1/3을 감경하고, 가장 중한 단일범죄보다 유형이 2단계 이상 높아지는 경우에는 형량범위 하한의 1/2을 감경하되, 가장 중한 단일범죄에 적용되는 유형의 형량범위 하한을 한도로 한다.

4. 이종경합범 처리방법
이종경합범에 대하여는 양형기준상 하나의 범죄로 취급되는 경우 외에는 아래의 다수범죄 가중방법을 적용한다.
①2개의 다수범에 있어서는, 기본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에 다른 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의 1/2을 합산하여 형량범위를 정한다.
②3개 이상의 다수범에 있어서는, 기본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에 다른 범죄 중 형량범위 상한이 가장 높은 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의 1/2, 두 번째로 높은 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의 1/3을 합산하여 형량범위를 정한다.
③기본범죄의 형량범위 하한보다 다른 범죄의 형량범위 하한이 높은 경우에는 다수범죄 처리 결과로 인한 형량범위 하한은 다른 범죄의 형량범위 하한으로 한다.
다만, 뇌물범죄의 동종경합범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먼저 뇌물범죄 동종경합범에 대한 처리방법을 적용하여 산출한 형량범위를 기준으로 위 다수범죄 가중방법을 적용한다.

위 특칙을 이 사건에 반영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기본범죄’는 특경가법상 횡령이 된다.

기본범죄는 가중/감경을 거친 뒤 가장 중한 형을 말한다. 경합범의 경우는 상한이 높은 범죄를 기본범죄로 본다.

양형기준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이면 형량범위는 기본 4~7년, 감경 2년6월~5년, 가중 5~8년이다.

뇌물공여죄의 경우 [증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형량범위는 기본 2년6월~3년6월, 감경 2~3년, 가중 3~5년이다.

횡령죄의 상한은 8년, 뇌물공여죄 상한은 5년이므로 기본범죄는 횡령이다. 여기에 위 특칙(이종경합범 처리방법③)을 적용하면 하한은 2년6월이다.

상한은 기본범죄 상한(8년)에 경합범죄(뇌물공여) 상한(5년)의 2분의 1을 합산하도록 돼 있으므로, 10년6개월이 된다.

◆파기환송심 열리기 전 ‘집유 불가’ 단정은 무리... 항소심 선고, 양형기준에 부합 

형량 범위와 선고형 결정방법 등을 고려할 때 파기환송심도 열리기 전에 집유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배경도 이해할 수 있다.

재산국외도피, 제3자 뇌물죄 등이 부정된 상황에서 뇌물공여액과 횡령액마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1심과 달리 형량 범위가 축소됐음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성격을 ‘대통령의 겁박에 의한 청탁 없는 요구형 뇌물’로 봤다. 즉 형량 범위 및 선고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양형인자, 일반양형인자가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형량 및 집행유예 결정은 양형기준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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