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심공약' 남발하는 농협중앙회장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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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심공약' 남발하는 농협중앙회장 후보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1.1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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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실효성·건전성 떨어지는 '최대한 퍼주겠다'식 공약 쏟아져
재탕 공약도 다수... 상호금융 중앙은행 설립, 퇴직연금제가 대표적
사진=이기륭 기자
사진=이기륭 기자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준비하는 예비 후보자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예비 등록을 마친 뒤 후보들은 농협중앙회 인터넷 홈페이지 ‘선거운동 게시판’을 활용해 정책과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10일을 기준으로 한 후보당 많게는 47건, 적게는 1건의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예비 후보들은 한결같이 지역농·축협 지원과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정식 후보자 등록을 일주일 앞두고 벌써부터 지키지도 못할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인 현 조합장들의 환심을 사는데 급급해 과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병이기도 하다.

몇몇 예비후보들은 조합장들이 농협 계열사 경영진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한 예비후보는 조합장 출신 5인으로 구성된 부회장제 및 지역회장제를 신설해 조합장 중심의 중앙회 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다른 예비후보는 조합장이 지역본부장을 겸임하도록 길을 열겠다고 했다.

재탕인 공약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 예비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는 ‘재포장’ 공약에 그치고 있다. 조합장들의 농협 계열사 이사회 참여 확대, 상호금융 중앙은행(가칭) 설립, 퇴직연금제와 중앙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 등이 대표적인 예다.

건전성이 떨어지는 공약도 있다. 농협법을 개정해 농협중앙회 이사회의 조합장 비율을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늘리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현행 농협법상 이사회 전체 정원 30명 중 조합장은 15명 이내(2분의 1)로 구성하게 돼 있다. 나머지 절반은 교수 등 전문가로 채워진다. 만약 전문성 있는 인사를 빼고 조합장을 늘리면 이사회의 전문성이 사라질 수 있다.

수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드러나지 않은 공약도 부지기수다.

일부 예비 후보들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무이자자금을 모두 15조원 조성하고 임기 내 매년 1조원씩 확대하거나, 무이자자금 20조원을 조성해 조합당 300억~500억원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갖고 있는 무이자자금은 13조~14조원가량이다. 곳간이 있어야 자금을 지원하는데, 재원 마련을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 알맹이는 빠져있다. 전문가 영입이나 조직 확대 같은 공약 실행 장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예비 후보자들은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 없이 ‘최대한 퍼주겠다’는 선심성 공약이 실효성이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도 각 예비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 농협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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