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병완 농협중앙회장 후보 "농민출신 회장은 시대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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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병완 농협중앙회장 후보 "농민출신 회장은 시대적 요구"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1.2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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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중 유일한 농업인 출신... "잘못된 지배구조, 관료 출신 회장 탓"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 사진=후보자 제공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 사진=후보자 제공

제24대 농협중앙회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쌀 조합장', '쌀 전문가', '토론의 달인'으로 불린다.

문병완 조합장은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RPC운영전국협의회 등 조합장 모임의 리더로 잘 알려져 있다. 풍부한 농정 활동을 바탕으로 여러 기관에서 주관하는 활동·토론회·포럼에 참석해 농촌 현장의 실정을 대변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왔다.

그는 1988년 귀농해 농촌 생활에 적응하며 생활하던 중 마을 어르신들의 배려와 관심으로 농협 대의원에 오르게 됐다. 마을 이장, 농협 이사, 경지정리추진위원장, 군의원 등을 역임한 후 2001년 전국농민회, 농업경영인협의회 회장단의 추천으로 보성농협 조합장에 무투표 당선됐다.

문병완 조합장은 '순수한 농민대표, 준비된 회장후보'라고 자부했다. 그가 이렇게 강한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농정 활동을 하며 다진 현장 경험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 정식 후보자 등록에 앞서 문병완 조합장은 전남지역 단일화 후보로 결정됐다. "농업·농촌·농협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외치던 진정성이 통한 것이다.

문병완 조합장이 회장으로 선출될 경우 1961년 농업협동조합이 발족 된 이후 최초로 '농업인 출신'이 회장에 오르는 사례가 된다. 그만큼 문 조합장을 향한 기대와 관심이 남다르다.

그는 "순수한 농민 대표는 한번도 회장을 맡아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협 발족 60년 만에 농민대표에게 운영을 맡기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농촌은 잦은 기상이변과 아프리카 돼지열병 같은 각종 질병재해를 겪으며 전례없이 힘든 때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해마다 되풀이 되는 수급 및 가격 불안정으로 농가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까지 겹쳐, 업계에서는 한국 농업의 IMF 사태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장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국내 최대의 생산자 단체인 농협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특히 1961년 종합농협 발족 이래 23대를 거치는 동안 정부 관료와 내부 출신들이 중앙회장을 이어왔다. 중앙회가 주도하는 하향식 운영을 통해 농협이 그동안 외형적으로는 많은 성과를 거뒀는지 몰라도 중앙회를 위한 농협, 회장을 위한 농협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출범 60년을 맞아 제24대 회장을 뽑는 선거에서는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협동조합 정신을 살려야 한다. 농민 출신 조합장 중에서 중앙회장이 나와 농협을 온전히 조합원의 품으로 돌려줄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 출마하게 됐다.

숱한 날밤을 지새고 고뇌하며 위기의 농업과 농협을 살려야 한다는 조합원·조합장들의 절박한 외침을 받들어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

- 대표 공약은 무엇인가?

"농협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농문현답(農問現答)의 자세로 모든 정책의 방향과 기준을 농업·농촌의 현장에 맞추고, 지켜야 할 협동조합의 전통과 가치는 지키고, 바꿔야 할 구태와 악습은 반드시 바꾸는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혁신을 통해 시대정신에 맞는 농협의 새로운 가치 창출에 조직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다.

좋은 공약이 갖춰야할 조건은 실천 가능성과 실천의 결과가 가져올 공익성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으로 알차고 강한 농협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7개 혁신과제, 35개 실천과제를 담은 735개 공약을 제시할 것이다."

농협의 사업 목표와 모든 시스템을 조합원 실익증진에 초점을 두겠다. 구체적으로는 수확기 벼 매입 확대, RPC 시설현대화, DSC 확충 등 쌀값안정과 고품질화로 쌀농가 소득 증대, ASF피해농가 보상금 및 생계안정 지원, 무허가 축사 구제, 강소한우 농가 육성 등으로 축산농가 경영안정, 농산물 수급안정사업 확대로 원예농산물 100만톤 계약재배 추진, 신소득작목 개발, 수출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제고 등 원예인삼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 조합장으로 활동하면서 농협에 기여한 일이 있다면?

"조합장 유고, 부실경영, 예금인출, 자본잠식, 상여급 미지급으로 인한 직원 사기 저하, 60억원 상당의 재고 벼 등 2001년 처음 조합장이 돼 농협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의 막막했던 심정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쌀농사 중심의 농촌지역에서 신용사업 자원의 한계를 절감하고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은 무엇이든 다 팔아준다는 각오하에 농업인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농협은 제 때에 제 값 받는 판매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조합 손익의 50~60%가 경제사업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농협을 성장시켰고 가공, 유통, 브랜드화를 통한 농산물 부가가치 창출로 농가소득 제고와 조합 경영수익 안정화를 달성했다.

흔히들 매년 개최하는 조합원 한마음대회를 보성농협에서는 18년 동안 한번만 개최했다. 그렇게 아끼고 아낀 비용을 차곡차곡 적립해 지난해 8월 종합청사를 신축했다. 종합청사에 금융·경제·마트·복지 등 모든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 경쟁 후보자들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이번 회장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은 농협 내부에 상존하고 있는 불공정·불평등 개선과 함께 농민을 가장 잘 알고 진정으로 농민을 지켜 줄 '농민의 참 머슴'을 뽑는 데 둬야한다고 본다.

종합농협이 발족한 지난 60년 동안 군인, 관료, 중앙회 직원, 조합 직원 출신이 회장자리를 독점해 왔다. 순수한 농민대표는 한번도 회장을 맡아 본 적이 없다.

중앙회 중심의 잘못된 농협의 지배구조와 운영은 이제껏 요직의 마른 자리만 찾아 누려 온 회장의 출신 배경도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농촌의 현실을 속속들이 알 수 없고 DNA가 틀려 농민의 절절함을 모른다.

농업·농촌·농민·지역농협의 실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 준비된 회장 후보라고 자부하기에 어느 후보보다 더 농민 편에 서서, 지역농협 중심으로 중앙회를 운영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농협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 농협중앙회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사업구조개편 후 중앙회는 늘어난 차입금과 이자부담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유통판매사업장의 매출감소와 적자폭 확대, 지난 60년 농협 발전을 견인해온 상호금융의 성장동력 약화 등 우리 농업과 농협의 앞날은 한치 앞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의식이나 우려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회장선거는 과거 성장기의 과실을 누리기만 해왔던 기득권적 리더십을 종식시키고 위기의 농협과 산적한 농정현안을 타개해 미래 농협을 이끌어 나갈, 행동하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중앙회는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농협운동의 컨트롤타워다. 농민대통령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다가가 미래 환경변화에 대비한 신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알차고 강한 농·축협을 육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벼랑 끝에 선 우리 농업·농촌과 농민을 추스르고 보듬을 곳은 농협 밖에 없다는 게 평소의 신념이다. 협동조합의 정체성 회복을 통해 농협법 제1조 그대로의 명실상부한 농협을 만드는 게 일생의 꿈이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하고 엄중한 대내외 경영환경에서 맞이하는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농협은 물론 우리 농업·농촌의 명운이 걸려 있는 너무나도 중차대한 일이기에, 방대한 농협의 조직과 인력을 잘 아울러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믿음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도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일 잘하고 깨끗한 후보를 선택하는 첫 선거로 치러내 농민조합원의 농협, 지역 농·축협의 농협인 중앙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과거와 같은 금품선거·지역선거·야합선거의 오명을 벗고 기득권에 의한, 그들만의 리그를 종식시켜 실추된 농협의 명예와 자존심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만약 이번 선거가 또 다시 과거의 악습과 관행을 답습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경우 농협은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 농협중앙회의 롤 모델이었던 일본 전국농협중앙회(전중)이 농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어 지난해 10월 사단법인으로 전락한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역농협의 신경분리, 준조합원 사업이용 제한과 농림중금 예치금리 인하를 강하게 밀어 붙여도 농정활동 사령탑이 없는 일본농협은 속수무책이다.

만약 우리 농협도 미래를 준비 못하고 농업인의 신뢰와 지지를 얻지 못하면 지금 일본 전중의 망가진 모습은 바로 우리 중앙회의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다. 변화와 혁신으로 기본과 원칙에 철저한 정도경영, 정직과 진실에 바탕한 신뢰경영을 실천해 농업과 농촌을 회생시키고 새로운 100년 농협의 길을 열어야 한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 주요 경력>

 ▲보성농협 조합장 (現 5선 중 4회 무투표 당선)
 ▲농협 RPC운영 전국 운영협의회 회장 (現 3선)
 ▲전국 경영인 조합장 협의회 회장 (前)
 ▲농협중앙회 감사위원(前)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 준비위원회 위원(前)
 ▲농협개혁위원회 부위원장(前)
 ▲농협 남북농업 협력위원회 위원(現)
 ▲한국영농형태양광 협회 이사(現)
 ▲보성군의회 운영위원장 (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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