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트 배송까지 막아놓고 일자리 만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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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트 배송까지 막아놓고 일자리 만들라고?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2.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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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수만명 나앉을 판인데... 규제 족쇄 채운 정부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유통업계가 또 위기에 봉착했다. 실적은 내리막이고, 이커머스에게 시장을 점점 내주고 있다. 문제는 회복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유통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롯데쇼핑은 전체 매장의 30%에 해당하는 약200개의 매장 정리할 예정이고, 신세계도 전문점을 중심으로 사업을 철수하고, 수익이 저조한 점포는 과감히 정리할 계획이다. 

마이너스 실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8년보다(4279억원) 28.3% 감소했고, 순손실은 8536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지난해 150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전년보다 67.8%나 줄어든 수치다.

롯데의 구조조정 발표에 마트 노동자들은 강력히 반대하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대규모 집회를 통해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마트노조 롯데마트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대형마트에는 직영뿐만 아니라 입점-협력업체까지 한 점포당 300~5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며 "사실상 수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유통업계는 위기 요인으로 강력한 규제를 지목했다. 정부는 2012년 대형 유통기업에게 생존을 위협 받는다는 '명목'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했다. 유례없는 규제의 시작이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등의 인근 출점을 막았고, 대형 유통기업 점포는 가장 매출이 좋은 주말에 강제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로 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규제가 시행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 손실 약 25조930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이 운영하는 마트 외에 전문점, 할인점, 슈퍼 등을 모두 합치면 30조원을 상회한다. 

규제는 배송까지 막아버렸다. 홈코노미가 트렌드인 현 시점에서 배송은 유통기업에게 필수조건이다. 쿠팡이 성장하게 된 배경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폭넓은 물류 인프라 영향이 가장 크다. 반면, 유통기업들은 규제로 인해 폐점 이후와 휴무때 배송을 하면 위법행위가 된다. 

7년이 넘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을 시행했지만 그 시효에 대한 의문점은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불편이 제일 크다. 주말에 장을 봐야 하는데 마트 쉬는날을 체크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온다. 전통시장은 의무휴일을 시행한지 오래됐지만 상황이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전언이다. 

과잉 규제는 결국 유통업계의 추락에 일조했고, 대규모 구조조정이란 사태까지 몰고왔다. 기업과 일자리는 비례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는 자연스레 늘어난다. 반대로 기업이 부진하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기업인들의 협력을 촉구하고 건배까지 하며 독려했지만 일자리는 말로만 늘어나지 않는다. 최근엔 오히려 복합쇼핑몰까지 규제하려는 기세다. 취임 초기 일자리 발언과 정확히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업 발목을 잡는 낡은 법을 버리고, 일자리 창출 방안을 새롭게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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