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혁신 이끈 '30만 집단지성'... 이재용 C랩의 성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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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혁신 이끈 '30만 집단지성'... 이재용 C랩의 성공학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2.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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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리콘벨리 벤치마킹한 삼성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 주목
혁신·변화 앞장선 삼성전자... 스타트업과 손잡고 美CES 노크
상생·동반성장 밝힌 이재용, 'C랩 아웃사이드'로 500개 스타트업 육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혁신 실험’인 C랩이 독보적인 성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규모 연구개발(R&D) 조직 단위에서 실현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C랩과 같은 ‘초소형 연구소’가 담당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외부 스타트업으로도 지원 범위를 확대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C랩’이라는 명칭은 창조를 의미하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와 연구소를 의미하는 ‘랩(Lab)’에서 따왔다. 삼성전자는 2012년 12월부터 미국 실리콘벨리를 벤치마킹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당시에도 이미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의 전자·IT 기업이라는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창의’와 ‘혁신’을 내세워 과감한 실험에 돌입한 이유는 해마다 급변하는 IT업계 전반의 심상찮은 기류를 캐치했기 때문이다. 피처폰 분야에서 절대적인 1위였던 노키아가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스마트폰을 앞세운 애플이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던 시기였다.  

‘C랩’의 등장은 그동안 ‘패스트 팔로워’로서 글로벌 선두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는 전략을 구사했던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패스트 무버’로서의 변화를 선언한 것이기도 했다. 임직원 30만 명이 집단지성을 통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제 제품으로도 구현해 볼 수 있는 프로세스가 탄생한 것이다.  

‘초소형 연구소’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C랩은 공모를 통해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임직원 평가단을 통해 진행되는 심사에선 ‘창의성’·과 ‘혁신성’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C랩 프로젝트 리더로 선정되면 최대 1년까지 자율 근무와 함께 독립된 근무 공간을 제공받는다. 함께 일할 팀원도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선발할 수 있다. 삼성전자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건희 회장 때부터 시작된 'C랩‘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바통이 넘겨지며 그 기능과 역할이 더욱 강화됐다. 시행 초기 사내 벤처에 한정됐던 범위를 벗어나 국내 스타트업 전반으로 영향력이 넓어졌다. 이는 이 부회장이 강조하는 상생·동반 경영,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기조와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5년 8월부터 ‘C랩 스핀오프(spin-off)’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C랩 과제들이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4년만에 145명의 임직원이 스타트업에 도전에 40개 기업을 창업했고, 200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과 국내 스타트업 활성화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나타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5년간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외부 스타트업 300개 육성, 사내 임직원 스타트업 과제(C랩 인사이드) 200개 지원 등 총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7년간 축적한 C랩 노하우를 사외로 확대해 외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내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 국내 스타트업과 함께 참가한다.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 우수 과제 5개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사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출신의 스타트업 4곳의 전시 참가를 지원한다. 이들 우수 스타트업은 CES 2020을 통해 전 세계의 투자자와 바이어, 유통 관계자 등을 만나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4개 스타트업은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한 반려 로봇을 만드는 '서큘러스(Circulus)' ▲헬스케어 데이터 기반 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트(FITT)' ▲카메라를 통해 제스처로 사물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브이터치(Vtouch)' ▲영상·음성·문자 채팅을 동시에 지원하는 다자간 영상통화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무디(Smoothy)' 등이다.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스타트업이 함께 CES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트업들은 삼성전자가 마련한 C랩관에 'C랩 인사이드'와 나란히 제품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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