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이마트, 간판 내린 버거플랜드... 정용진 경영능력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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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이마트, 간판 내린 버거플랜드... 정용진 경영능력 '도마위'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9.08.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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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칭 1년만에 점포확보 실패로 브랜드 교체나서
야심차게 진행한 '세번째 버거사업'… SNS서 '후끈'
이마트 노브랜드 지역상권 입점… 소상공인 '반발'
ⓒ노브랜드버거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노브랜드버거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승부수가 헛다리를 짚고 있다. 올해 초 위기의 대형마트 반등을 노리며 '초저가'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결과는 이마트 창사이래 첫 적자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엔 햄버거 사업에서도 엇나간 행보를 보였다. 정 부회장이 직접 개발 테스트에 참여해 피드백을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여 '정용진 버거'라고 불린 '버거플랜트'가 론칭 1년만에 '노브랜드 버거'로 간판갈이를 한 것. 버거플랜드 론칭 8년전에는 미국 수제버거 '쟈니로켓'을 들여왔지만 현재 직영점 22개, 가맹점 8개로 겨우 자리만 지키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그룹이 남매경영을 시작하며 그룹 캐시카우인 이마트를 오빠 정용진 부회장에게 맡겼지만 오히려 정유경 총괄사장의 백화점, 면세점 사업이 매년 반등을 하고 있다"라며 "정 부회장이 위기의식을 느껴야할 때"라고 말했다.

◇ 신세계푸드, 3번째 버거사업… '노브랜드'로 갈아타기 카드

정용진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정용진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327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4.7% 늘어났지만, 당기순이익은 32억원으로 11.9% 감소했다. 

최근 신세계푸드는 HMR(가정간편식) 시장에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반면, 버거 사업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버거사업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아픈손가락'이다. 정부회장은 지난 2011년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인 쟈니로켓(Johnny Rocket)을 런칭했다. 국내 소개된지 8년이나 지났지만 직영점 22개, 가맹점 8개로 더디게 운영하고 있다. 

반면, SPC그룹이 운영하는 쉐이크쉑 경우 국내 진출 3년 만에 10점을 확보했다. 강남 1호점이 들어선지 5개월 만에 2호점(청담점)이 문을 열었다. 이로부터 4개월 뒤 두타점을 오픈하며 강북 입성을 마쳤다. 최근에는 부산까지 입점하며 점포수 확대에 집중하고 있어 쟈니로켓과는 다른 운영 모습을 보인다.

버거플랜트 역시 론칭할 당시 2019년까지 직영점 10개를 열고 2020년부터 가맹점을 모집, 2021년에는 100개 매장을 출점하겠다는 당찬 계획을 밝혔지만, 논현동과 서울 코엑스점을 포함해 2개 매장이 전부다. '쟈니로켓'을 뛰어 넘는 메인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높은 가격대에 비해 기존 수제버거와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도태됐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노브랜드버거 1호점을 오픈했다. 기존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논현동에서 운영중인 버거플랜트 매장도 순차적으로 노브랜드로 리뉴얼 오픈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푸드가 햄버거 시장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흥행 보증수표인 노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버거플랜트' 론칭 1년이 지났지만 경쟁력이 떨어져 성적이 부진한 탓에 노브랜드로 갈아탄 듯 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세계푸드는 히든카드로 이마트의 '노브랜드'를 꺼내들었다. 노브랜드는 현재 이마트가 갖고 있는 가장 확장성 강한 브랜드다. 또한 노브랜드가 주는 '가성비'의 이미지가 버거플랜트와  방향성이 부합해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가성비를 중시한다는 의미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노브랜드'를 사용하게 됐다"면서 "식품 유통 및 제조사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일 수 있는 계약 재배 방식 등을 찾았고 낮은 가격의 고품질 버거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노브랜드버거 세트메뉴의 평균 가격은 3000~6000 원대로 국내 다른 버거 가맹점과 비교해 1천 원가량 저렴하다. 버거 단품의 경우 가장 저렴한 버거가 1900원이다.

◇ "잘되는 매장만 남긴다"… 실적 부진한 브랜드 '부츠', '삐에로쑈핑' 구조조정 돌입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의 실적부진이 이어지면서 부츠, 삐에로 쇼핑 등 사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먼저 2017년 문을 연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의 매장을 닫는다. 홍대점·신논현점 등 대형 점포 폐점하면서 33개 매장 중 실적이 저조한 18개 매장 문을 닫을 예정이다. 

부츠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했지만, 업계 1위인 올리브영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마트는 부츠 홍대점과 신논현점 등을 폐점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15개만 남기는 대신 점포 유지 비용이 들지 않는 SSG닷컴 등 온라인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의 '돈키호테'를 컨셉으로 론칭해 초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삐에로쇼핑'도 1년여만에 폐점하는 점포가 생기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4만여개의 상품으로 가득한 삐에로쑈핑 코엑스몰점은 개장 11일 만에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초기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픈한지 1년만에 2개의 매장이 폐점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기의왕점,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논현점이 문을 닫았다. 

◇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에 소상공인 "지역상권 죽는다" 철회 촉구

한편, 이마트의 노브랜드 가맹점의 입점을 놓고 이를 반대하는 지역 상인들과 마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지난해 12월 신세계 본점에서  소상공인들이 노브랜드 입점 규탄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신세계 본점에서 소상공인들이 노브랜드 입점 규탄을 벌였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는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 이하 SSM)에 속한다. SSM은 대형마트와 동네 마켓의 중간 규모에 속하는데 동네 슈퍼와 달리 매장 안에 정수산물 코너, 정육점, 빵집 등이 입점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전국에 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있다. 

노브랜드는 신세계그룹이 자체 생산하는 상품이 주를 이룬다. 대기업이 대량으로 상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따라서 노브랜드 매장이 지역상권에 들어서면 기존 지역 마트 등 소상공인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소상공인들이 "장사가 안된다"며 '반대' 피켓을 들고 나섰다. 지난 22일 강원 춘천지역 상인들이 입점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노브랜드 입점은 지역 상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경제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5월 군산마트연합회는 "이마트는 당초 약속과 달리 규제를 교묘히 피해 지역 소상공인 및 영세 마트를 말살시키려한다"면서 "대형마트와 롯데몰, SSM, 식자재마트에 이어 노브랜드 매장까지 진출할 경우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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