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 브랜드로 바꿔주세요" 입주민 요구,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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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 브랜드로 바꿔주세요" 입주민 요구, 들어줄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1.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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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아파트 브랜드' 추세... 브랜드 리뉴얼의 모든 것
'입주민·예정자' 새 브랜드로 교체 요구... 건설사 "가급적 수용"
"브랜드 위원회 심사 통해 결정... 정체성과 맞지 않으면 교체 어려워"

“저희 아파트는 지금 공사 중입니다. 준공 전이에요. 그런데 중간에 아파트 브랜드가 리뉴얼 됐습니다. 바뀐 브랜드로 적용 가능할까요” -경기도 ‘더샵’ 입주예정자. 

최근 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입주예정자는 물론 기존 브랜드를 사용하는 입주민들의 '브랜드 교체'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자, 아파트 값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입주민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브랜드 아파트'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된 400여개 단지 중 대형 건설사의 메이저 브랜드 분양 단지는 135개였고, 이중 1순위 마감은 128개(94%)에 달했다. 청약 경쟁률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10개 단지 중 9개가 '브랜드 아파트'로 나타났다. 브랜드아파트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트렌드를 반영하듯 건설사들의 브랜드 리뉴얼 바람은 지난해부터 본격화 됐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5위권 건설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새단장했다. 

현대건설은 영문 '힐스테이트'를 한글로 바꿨고, 대우건설 역시 ‘푸르지오’ 로고를 리뉴얼했다. 호반건설은 ‘호반써밋플레이스’를 ‘호반써밋’으로, 한화건설은 ‘꿈에그린’을 ‘포레나’로 변경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를 준 건설사는 포스코건설이다. 이 회사는 기존 브랜드 ‘더샵’을 그대로 둔채 BI(로고 및 심볼)를 전면 변경했다. 

최근 리뉴얼 된 아파트 브랜드들. 사진=시장경제DB
최근 리뉴얼된 아파트 브랜드. 사진=시장경제DB

주요 건설사들이 자사 플래그십 아파트 브랜드를 바꾸면서 입주예정자들의 민원도 늘고 있는 추세다. 건설사들도 이들의 요구를 가능하면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입주민 요청에 의해 지난해 3월 리뉴얼된 ‘푸르지오’를 8개 단지에 변경 적용했다. 대림산업도 최근 일부단지 BI를 리뉴얼된 ‘아크로’로 변경했다. 포스코건설은 “획일적 교체 정책은 없고, 단지별 개별 협상에 따른 변경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브랜드 리뉴얼을 완료한 타 건설사들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단, 모든 건설사들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변수가 많다”는 단서를 달았다.

건설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아파트 브랜드는 각 사만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건물 외벽의 도색, 단지 곳곳에 설치된 시설물, 내부 계단 하나까지 자사의 정체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모든 단지에 리뉴얼된 브랜드를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행정적으로는 80% 이상의 입주민 동의가 필요하고, 각사별 브랜드 사용 심사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독 사업지, 시행사 사업지, 컨소시엄 등 부대 조건, 리뉴얼 브랜드 적용 범위 확정 등 변수도 여러가지이다. 

최근 브랜드를 리뉴얼 한 A건설사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로부터 리뉴얼 브랜드 교체)요청은 많지만 다 수용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입주민들 입장에선 건물에 붙인 글자랑 그림 좀 바꾸는 게 뭐 그리 어렵냐고 말할 수 있지만 요즘 브랜드는 각 사의 정체성을 담고 있어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브랜드 사용 계약을 변경할 경우 오히려 타 단지에서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고, 추가 비용도 사실 만만치 않다.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야만 교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사 관계자는 “브랜드 교체는 가능하다. 단, 리뉴얼 된 시점을 기준으로 공사 중인 모든 아파트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비용도 문제지만 리뉴얼 브랜드가 갖고 있는 기준으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 마다 건설사들이 가진 권한도 다르다”고 밝혔다.

입주예정자가 아닌 기존 입주민의 리뉴얼 브랜드 교체 요청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완공돼 입주를 완료한 단지의 경우, 리뉴얼된 브랜드 사용이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상당히 어려운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당장 공사 중인 아파트의 브랜드를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아파트 준공 연수에 따라 적용 가능성은 확연한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교체 여부는 브랜드팀이나 브랜드 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결정되지만 10년 된 브랜드 아파트라고 가정할 경우 (브랜드 교체 요구는) 통과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단지 외관의 BI, 단지 문주 BI 만큼은 리뉴얼 된 브랜드로 교체해야 하는데, 옛날 아파트와 지금 아파트 도색의 차이는 매우 크다. 자칫 짝퉁 브랜드 단지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입주민들이 건설사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브랜드를 교체하는 방식은 시공사인 건설사의 재산권 침해가 문제가 된다. 입주민들은 BI에 대한 특허권이나 사용권이 없기 때문에 자칫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C사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더 좋은 아파트로 만들기 위해 리뉴얼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교체하고 싶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를 떠나 고유색과 고유 폰트를 건설사가 제공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브랜드를 구현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관하고 어울리지 않아 오히려 더 이상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입주민들의 브랜드 교체 요구에 대해 "고급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건설사들이 기존 브랜드 대신 리뉴얼된 브랜드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고, 리뉴얼된 브랜드로 바꾸면 그만큼 아파트의 재산적 가치가 올라가므로 입주예정자나 기존 입주민들의 브랜드 교체 요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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