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兆 쏟는 화성테마파크... 정용진 승부수 통할까
상태바
5兆 쏟는 화성테마파크... 정용진 승부수 통할까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11.26 0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심차게 진행한 '초저가·이커머스·전문점' 모두 부진, 이번에는?
신세계그룹 이익잉여금 12조... 전사적 역량 동원하면 자금력은 충분
디즈니·유니버셜과 경쟁, 녹록치 않은 상황... '세상에 없던'이 절실
"그룹 전 계열사 자금이 동원되는 사업이기에 부담 상당할 것"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전 역량을 쏟겠다며 화성테마파크 조성에 적극 나설 것을 천명했다. 올해 정 부회장은 초저가, 이커머스, 전문점 등 다양한 전략을 펼쳤지만 어느 하나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침체된 분위기 쇄신 등을 고려해 과감한 신규투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화성테마파크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일대에 418만㎡(126만4450평) 부지에 테마파크를 만드는 사업으로 2021년 착공해 2026년 부분개장, 2031년 완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놀이기구 중심의 '어드벤처월드', 휴양워터파크 '퍼시픽오딧세이', 공룡테마 '쥬라기월드', 키즈파크 '브릭&토이 킹덤' 등 4가지 테마공간이 만들어진다.

올해 2월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로 이루어진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어 정부가 올해 7월 발표한 3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의 대표과제에 이 사업이 포함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정 부회장은 이달 21일 화성 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좋지 않은 업황과 국내 대표 테마파크들도 방문객이 줄고 있어 정 부회장의 베팅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사실상 정 부회장 진두지휘... 자금력 가능할까

화성테마파크는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무려 4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화성테마파크는 사업성패에 따라 신세계그룹 전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가 신세계프라퍼티를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고, 신세계건설 지분 42.7%를 보유중인 점을 감안하면 화성테마파크는 사실상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사업이다. 

홍남기 부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 시찰중인 정용진 부회장. 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기재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 시찰중인 정용진 부회장. 사진= 기획재정부

문제는 5조원 가까이 되는 자금을 동원해 투자금을 회수할때까지 버틸 수 있는가다. 중장기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5~10년간 투입되는 금액이지만 최근 불황인 유통업계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13~2018년까지 이마트로부터 1조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받고 1조원을 외부투자자를 유치해 차입하는 방식으로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운영해왔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8억원, 올해 3분기 누적 98억원에 그쳤다. 

이마트 역시 올해 2분기 창사 첫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3분기도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40% 급감했다. 앞으로도 유통업계 전망이 불투명해 화성테마파크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벌어서 쌓아둔 '이익잉여금'을 살펴보면 이마트의 2018년 이익잉여금은 2조7700억원 수준으로 화성테마파크 자금을 투입하기엔 버거운 수준이다. 반면 신세계그룹 전체 이익잉여금은 2017년 기준 12조원이다. 정 부회장의 말대로 신세계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투입한다면 5조원의 자금 마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 계열사의 자금이 동원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타 계열사들도 정 부회장의 '전사적 역량 동원'이란 대목에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테마파크로 분위기 쇄신 노리는 정용진

정 부회장은 최근 침체된 유통업계 상황에서 화성테마파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올해 초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초저가'를 강조했고, 이를 바로 현장에 적용했다. 상반기 이마트는 '국민가격'을 내세우며 초저가 경쟁 선두주자로 나섰다. 이커머스 보다 싼 가격에 팔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말 '싼' 것만 팔리고 나머진 그대로였다. 하반기 '상시 초저가'로 더욱 극단적인 전략을 펼쳐 지난해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3분기 실적에서 드러났듯 영업이익은 더 쪼그라들었다. 

제2의 아마존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이커머스'사업을 확대하며 과감히 분사한 'SSG닷컴'도 1조원의 외부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성장은 매우 더디다. 제2의 아마존은 차치하고, 쿠팡과 경쟁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더 우울한 것은 아직도 SSG닷컴에 들어가야 할 돈이 많다는 것이다. 

SSG닷컴의 올해 상반기 개별기준 누적 영업손실 227억원, 반기순손실은 173억원으로 1, 2분기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사업 초기인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한 비용 탓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단기간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SSG닷컴 분사와 투자결정이 잘못됐다기보다 예상보다 성장이 너무 더디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마트라는 국내 일류 유통채널과의 시너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도입한 전문점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일본의 돈키호테를 본따 "있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삐에로쑈핑'을 들여와 확장했지만 현재는 부실점포 정리 중이다.

코스트코와 견줄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의 성장세도 주춤하다. 트레이더스는 올해 2,3 분기 연속 역신장을 기록했다. 2016년 연매출 1조를 기록한 이래 단 세번의 역신장을 기록했는데 그 중 2번이 올해에 몰려있다. 트레이더스의 성장세가 벌써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 부회장이 직접 관여할만큼 애착을 보인 '버거플랜트'도 부진한 성장으로 인해 브랜드 파워가 있는 '노브랜드 버거'로 간판갈이를 했다. 

이처럼 올해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진행한 사업들 대부분이 부진한 상황을 맞자, 분위기 쇄신을 위해 화성테마파크 사업을 과감히 진행하는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을 통해 침체한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도 좋은 전략중 하나"라며 "그만큼 이번 화성테마파크 사업은 신세계그룹과 정 부회장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흥행전망은?... "수익성 담보 쉽지 않을 것"

신세계 그룹 전 역량이 동원되는 이번 화성테마파크 사업의 흥행 가능성은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최근 테마파크 사업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 이를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난관은 또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테마파크는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양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관광객도 타겟으로 하는 테마파크인만큼 디즈니, 유니버셜과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걸린다. 

최근 주변국가에 신규 테마파크 조성이 예정돼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2021년 베이징에 유니버셜스튜디오를 추가로 개장하고, 일본은 2023년까지 디즈니랜드·디즈니씨 규모를 30% 확대할 예정이다. 

테마파크 수익도 감소 추세다. 국내 대표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경우 매년 100만명의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다. 화성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거리가 상당하고, 서울에서 방문하기도 부담스러운 거리다. 또한 최근 주요 쇼핑몰 등에서 고객 체류시간 연장을 위해 다양한 체험시설을 늘리고 있어 굳이 먼 화성까지 가지 않아도 주변에 즐길거리가 많아졌다.

즉, 정 부회장의 말처럼 '세상에 없던' 특별한 테마가 없다면 방문객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변 국가에 대규모 테마파크가 확대되고 있어, 해외 방문객의 발길을 잡는 것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다만 한류가 꾸준히 부상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