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넘나든 '배터리 블루칩', 권영수 前 LG엔솔 부회장 [포스코 회장 하마평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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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넘나든 '배터리 블루칩', 권영수 前 LG엔솔 부회장 [포스코 회장 하마평①]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2.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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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넘어 미래 소재 조준, 배터리 전문가 '어필' 
철강업 경험 없지만... 업종 넘나든 경영 성과로 포스코그룹 이끌 것
LG유플러스 시절 권영수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 시절 권영수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하마평(下馬評)'이란 새롭게 관직에 오를 후보들에 대한 세간의 평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전에는 궁이나 중요한 건물 앞에서는 누구나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글귀를 새긴 하마비(下馬碑)가 있었다.


군주가 머무는 곳이나 신성한 곳이니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궁이나 중요 정사를 보는 건물 앞이라면 여기서 말에서 내린 관리들이 궁으로 들어가고 난 뒤, 남은 마부들끼리 쑥덕공론을 펼치는 장소가 된다.

 
이번에는 누가 어느 자리에 오른다더라, 누구는 이번에도 미끄러졌다더라 하는 세평들이 바로 하마비 앞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마평'이란 말이 생겼다.
구중궁궐이나 권력의 핵심에서 이루어지는 일(인사)은 우리 범인(凡人)들이 뾰족한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지만, 마부들의 쑥덕공론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넘쳐나기 마련이다.


본지가 포스코그룹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내·외부 인사들의 하마평을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 이유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글로벌 선두 배터리 기업으로 이끄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슈 속에서 미국을 제1의 미래 생산 거점으로 삼고 투자를 집중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그룹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이유로는 포스코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이차전지와 리튬 등의 미래 소재와 배터리 사업에 특화된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LG그룹 내 다양한 사업장을 거치면서 업종을 넘나드는 경영 성과를 거둔 데다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 정착에 힘쓴 점 등도 주목받고 있다. 

 

약력

1957년 음력 2월6일 서울시 영등포구 대방동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금성전자(현 LG전자) 기획팀 입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해외투자실 부장, 미주 법인 부장, M&A추진팀장과 금융담당을 거쳤다. LG전자 경영지원담당 상무보로 발탁된 뒤 재경팀장 상무로 승진했고, 재경부문장을 거쳐 4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았다. 2015년에는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 이동하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구본무 전 LG 회장의 사망으로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한 직후 LG로 이동해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구광모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한 뒤 2대 대표이사에 올랐다.

 

세평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평소 소통과 배려를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는 경청’이라는 경영 철학을 지녔다.

이 때문에 직원들을 존중해주는 CEO로 유명하다. 직원들이 소풍 가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에서 활기찬 직장문화를 이끄는 '즐거운 직장'팀이 발족된 데도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의 이런 뜻이 반영됐다.

재계 신년회, 간담회 등 각종 행사에서 삼성, SK 등 경쟁사 경영진과 활발히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취재진과도 원활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친화력이 뛰어난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권영수 전 부회장은 '적는 자가 이긴다'는 ‘적자생존’ 원칙을 내세우며 메모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평생의 은인으로 구자학 아워홈 회장을 꼽았다. 구 회장이 금성사 사장이었을 때 권영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과장 2년 차인 권영수에게 신설 해외투자실 부장을 맡겼다고 한다.

이후 만 39세에 임원에 오르는 등 LG그룹에서 가장 승진이 빠른 전문경영인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경영 성과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후 사실상 첫해인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호조를 이끌면서 이목을 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25조5986억원, 영업이익이 1조2137억원, 당기순이익이 77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3.4%, 영업이익은 57.9%나 늘면서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연간 매출 목표를 연초에 19조2천억원으로 설정한 뒤 2분기와 3분기 실적 발표를 거치면서 22조원, 25조원으로 잇달아 높였는데도 모두 달성했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GM의 전기차 볼트EV 리콜 탓에 2021년 3분기에 대규모로 기록했던 영업손실(3728억원)을 털어낼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들어간 북미 시장 지배력 확보에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기존 미시간 단독 공장 외에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 등의 완성차 업체들과의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 밖에 권 전 부회장은 2022년 7월 1일 자로 전사적 스마트팩토리 운영을 단행하는 등 북미와 유럽에서 일률적으로 생산 프로세스를 표준화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8월 발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포트에서 2025년까지 한국, 북미, 유럽, 중국 등 모든 배터리 생산공장의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전체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국제 캠페인) 전환을 완료하고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한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다국적 비영리 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과 ‘CDP’가 발표한 ‘2021 RE100 연례 보고서’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020년 기준 33%로 국내 RE100 가입 기업 14개 가운데 1위로 나타났다.

권 전 부회장은 2007년 적자를 내고 있던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은 뒤 취임 첫해 1조5천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LG디스플레이를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2년에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LG그룹 배터리 사업 경쟁력의 기반을 닦았고, LG유플러스 대표 재임 기간에는 이동통신 시장 정체 속에서도 2017년 가입자 1300만명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2022년 1월27일 증권 시장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증권사 7곳을 통해 청약 증거금을 약 114조600억원 모았다. 이는 2021년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81조원) 기록을 30조원 웃도는 수준으로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10조원의 자금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서의 '장단점'

권영수 전 부회장은 2022년 6월 한국경영학회의 ‘대한민국 기업 명예의 전당’ 전문경영인 부문에 헌액됐다.

지난 40여 년 전자, 화학, 디스플레이, 통신 등 LG 주요 계열사 사업을 이끌며 LG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서 권 전 부회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배터리 사업 경험에 있다.

포스코그룹의 무게 중심이 철강에서 이차전지, 리튬과 양극재, 음극재 등 배터리와 에너지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 전 부회장이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그룹 차원의 미래 소재 사업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그를 최종 후보로 올린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만약 권 전 부회장이 포스코그룹 회장에 오르게 된다면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한 이후 최초로 포스코 내부가 아닌 외부 출신의 회장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외부 출신 인사가 포스코그룹 회장에 오른 사례는 김영삼 정부에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을 지낸 김만제 회장이 유일했다. 2000년 포스코 민영화 이후엔 모두 내부 출신이 회장 임무를 수행했다.

최근 열렸던 포스코홀딩스 2023년 콘퍼런스콜에서 정기섭 전략기획총괄 사장은 배터리 부문의 성장 전략이 후퇴하거나 바뀔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긴 호흡으로 중장기 전략은 물론 수주에 근거해 진행해 왔다"며 "향후 새로운 CEO가 선임된 이후에도 현재까지 집행됐거나 집행되는 투자를 되돌리거나 방향을 크게 바꾸거나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철강업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이 미래 소재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룹의 근간이 철강 사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 전 부회장이 LG그룹 안에서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계열사를 직접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업종 간 장벽을 넘어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번에 퇴임하는 최정우 회장과 동갑으로, 1957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계에서 세대교체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데다 최정우 회장은 6년 전인 2018년 회장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권 전 부회장의 후임을 맡은 김동명 사장은 1970년생이다.


■ 인적사항
○ 성명: 권영수
○ 소속: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 생년월일: 1957.2.6.(만 66세)
 
■ 학력사항
○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1년 졸)
○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1979년 졸)
○ 경기고 (1975년 졸)

■ 주요 경력
○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2021.11월~2023.12월
○ ㈜LG 대표이사 부회장 2018.7월~2021.10월
○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2015.1월~2018.7월
○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2012.1월~2015.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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